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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들어가는 ‘술디저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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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들어가는 ‘술디저트’이야기!

김선아 2016년 10월 19일

필자는 10년 전 처음 칵테일을 맛보았을 때의 신선함과 충격으로 인해 한동안 칵테일에 푹 빠져 있었다. 그때만 해도 홍대 거리에는 프렌차이즈 커피숍보다 개성이 살아있는 카페들이 골목마다 포진해 있었다. 주인도, 인테리어도, 분위기도 모두가 제각각 달랐지만, 메뉴판에는 커피와 빙수, 파르페를 비롯하여 당시 인기 있는 칵테일 메뉴 서너 가지쯤은 꼭 가지고 있는 카페들이 많았다. 술을 잘 못 하더라도 피나콜라다와 준벅쯤은 기분 좋게 즐길 줄 아는 여성고객들이 많았고 남성들도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블랙러시안 등을 가볍게 마시고자 주문하곤 했다.

칵테일은 각기다른 향과 맛의 조화를 이룬 혼합주로써 디저트에도 폭넓게 활용할수있다.

칵테일은 각기다른 향과 맛의 조화를 이룬 혼합주로써 디저트에도 폭넓게 활용할수있다. (출처:구글)

칵테일의 최근10여 년간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바텐더들의 화려한 묘기를 볼 수 있는 칵테일바가 성황을 이뤘던 시절을 지나, 클래식하고 절제된 분위기 속의 고급스러운 칵테일바들이 주류를 이루는 시절까지 서비스 스타일에는 변화가 있었다. 그래도 칵테일의 대중화만큼은 계속 이루어져 왔다. 우리가 흔히 아는 메뉴들은 전 세계적으로 기본적인 기주(베이스가 되는 술)와 그에 어울리는 시럽, 주스, 리큐르에서 크게 룰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뉴욕에서도 한국에서도 미국 인기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처럼 코스모폴리탄을 마실 수 있다. 물론 뉴욕이라는 도시의 화려한 배경은 드라마 속에서나 있지만 말이다.

뉴욕을 배경으로한 미국 인기드라마인 섹스 앤 더 시티의 한장면. 그녀들이 마신 칵테일은 기사화되어 레시피가 소개되기도 한다. (출처:구글)

뉴욕을 배경으로한 미국 인기드라마인 섹스 앤 더 시티의 한장면. 그녀들이 마신 칵테일은 기사화되어 레시피가 소개되기도 한다. (출처:구글)

지금까지 이토록 필자가 칵테일에 대한 이야기로 문을 열어야 했던 이유는 바로 칵테일을 이용한 디저트를 소개하기 위해서이다. 베이킹을 전공하고 나서 칵테일이 디저트에 활용된 것을 보았을 때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 같았다. 하나의 제품 안에서 다양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메뉴개발시 여러 가지 맛이 어우러진 조합을 늘 찾곤 하는데 이미 대중화되어있는 칵테일은 그 종류만 해도 수백 가지에 이르니 잘 적용하면 쉽게 맛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먼저 알콜을 넣어 디저트를 만들 경우 끓이거나 오븐에 넣고 굽지 않고 대신에 차갑게 만들 수 있는 조리법을 사용하면 칵테일에 사용된 술과 리큐르의 맛과 향을 가장 잘 살릴수있다. 알콜은 끓이게 되면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깊은 맛이 우러나도록 약불에서 졸이거나, 조리의 맨 마지막에 사용하지 않으면 본래의 향과 맛을 느끼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디저트로는 무스, 젤리, 아이스크림, 아이싱 등을 만들 때 약간의 술을 넣어주면 그 향과 맛의 여운이 잘 남는편이다. 비록 맥주나 와인, 양주 같은 양조주와 증류주 그리고 칵테일 제조 시 베이스가 되는 기주인 보드카, 데낄라, 럼, 진 등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일반인들에게는 음식 속에 스며든 그 맛을 구분하기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재미있는 현상은 기주에 여러 향과 색등이 첨가된 혼성주들을 혼합하면 독특한 칵테일로 탄생하는 것처럼 기주를 베이스로 하여 기존 칵테일 메뉴에서 흔히 사용되는 과일시럽, 에센스, 비터, 혼성주 등을 디저트를 만들때 함께 첨가하면 전부터 알고 있었던 혹은 마셔보았던 칵테일이 연상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를들면 말리부럼으로 만든 코코넛무스위에 파인애플즙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나 폼(foam)을 얹으면 피나콜라다가 연상되는 것처럼 말이다. 

졸업 후 뉴욕의 레스토랑과 베이커리에서 일하면서 요리사들 사이에서도 불문율처럼 퍼지던 칵테일 공식을 이용한 디저트들을 만들곤 하였는데, 당시 모든 메뉴에 알콜이 함유된 한 베이커리를 뉴욕의 맨하탄을 걷다 발견하게 되었다.

프로히비션 베이커리의 외부. 궁금증을 자아내는 반지하에 위치한 베이커리

프로히비션 베이커리의 외부. 궁금증을 자아내는 반지하에 위치한 베이커리

이스트빌리지의 한 쪽에 아주 작은 베이커리인 ‘prohibition bakery’가 그 주인공이다. 1900년대 초반을 연상시키는 사진들과 술통 등이 손님을 맞이하는 입구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가게의 분위기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 덕에 1920년부터 시행되었던 미국의 금주법을 모티브로 하여 꾸며진 가게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세계 1차대전 이후 부족한 곡물의 재고를 유지하고 헛되이 쓰이지 않게 하기 위해 금주법이 시행되었으나 이는 결국 사회문화적으로 많은 폐단을 낳은 법이 되었다. 보수주의자들의 엇나간 세력유지의 방법으로 쓰이기도 하였으며 술의 가격이 폭등하자 가짜 술을 만들어 먹은 사람들이 병에 걸리거나 죽곤 했다. 사람들은 몰래 밀실을 만들어 술을 마시기도 하였으며 이 금지된 생활속에서 많은 편법과 피해가 속출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본다면 ‘prohibition’이 단어 하나만으로도 ‘밀실’, ‘금지된’, ‘알콜’등의 단어들이 둥둥 떠다니게된다. 왠지 모르게 이 베이커리는 조심스럽고 궁금함을 자아내는 곳이기에 충분했다.

금주법이 시행되던 당시 사람들이 술을 버리고 있다. (출처:구글)

금주법이 시행되던 당시 사람들이 술을 버리고 있다. (출처:구글)

프로히비션 베이커리의 내부와 오픈키친전경

프로히비션 베이커리의 내부와 오픈키친전경

그러나 이내 오픈 키친을 통해 이곳은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은 “베이커리” 라는 것을 알고는 피식 웃음이 나오게 된다. 그것도 일반 컵케이크의 1/3 사이즈인 앙증맞은 미니 컵케이크를 볼 수 있기때문이다. 이곳의 주인은 두명의 여성인데 각각 요리와 칵테일을 전공한 셰프와 바텐더이다. 그녀들은 서로의 장점과 주된 전공을 살려 자신들의 아파트에서부터 각종 증류주와 리큐르를 넣은 컵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반응은 뜨거웠고 지금은 자신들의 가게에서 항상 새로운 메뉴들을 개발하여 컵케이크를 만들고 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있듯이 이곳의 컵케이크는 작지만 알콜의 기운이 한 번에 느껴지는 컵케이크를 만든다. 술을 디저트에 적용했을 때 가장 큰 고민이 알콜의 향과 맛이 너무 과해도, 덜해도 안 된다는 점이다. 중도를 지키지 않으면 달콤한 디저트의 성질을 벗어나거나 안 넣느니만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곳의 컵케이크는 매우 완만한 중도를 걷고 있다.

미니컵케이크는 당일생산되어 당일판매되고있다.

미니컵케이크는 당일생산되어 당일판매되고있다.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다양한 맛을 가진 미니컵케이크. 고르는 재미가있다.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다양한 맛을 가진 미니컵케이크. 고르는 재미가있다.

칵테일 메뉴를 디저트에 활용하였을 때 좋은 이점들을 그녀들은 알고 있었다. 널리 대중화가 된 칵테일은 직접 먹어보지 않아도 대충 맛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모히또 맛이 나는 컵케이크가 있다면 우리는 바로 새콤하고 상큼한 라임과 민트 그리고 알싸한 보드카를 연상할 것이다. 사람들 중에서는 모히또 마니아들이 있을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모히또를 컵케이크로도 맛볼 수 있다니!’ 라며 흥분과 궁금증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라임 제스트와 주스를 넣고 만든 컵케이크위에 민트와 보드카를 넣은 크림 프로스팅, 그리고 라임한조각을 데코로 얹어주면 벌써 한가지 메뉴가 눈앞에 있는 것이다.

전직 바텐더였던 이 가게의 주인에게는 웬만한 칵테일 메뉴와 레시피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매일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소량만 넣어도 알콜의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에 칵테일 컵케이크는 작게 만들어도 충분히 의도했던 맛을 낼 수가 있으며 오히려 부담 없는 작은 사이즈 덕분에 소비자들은 한두 개가 아닌 여러 가지맛을 한 번에 사서 갈 수 있다. 파티에 선물로 들고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임산부와 논알콜을 원하는 사람, 21살미만에게는 각자의 책임에따라 알콜이 함유된 프로히비션의 디저트들을 먹는것을 결정하라는 권고문이 눈길을 끈다

임산부와 논알콜을 원하는 사람, 21살미만에게는 각자의 책임에따라 알콜이 함유된 프로히비션의 디저트들을 먹는것을 결정하라는 권고문이 눈길을 끈다

미국에서의 금주법은 더는 찾아볼 수 없지만 그 시절 그 분위기를 은근히 자아내는 곳에서 술이 들어간 디저트를 먹는 것이 왠지 모르게 금지된 욕망을 맛보고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프로히비션 베이커리. 이곳은 칵테일과 디저트라는 두 요소를 결합하여 많은 사람의 미각을 충족시키고 있다. 단순히 알콜이 함유되어있는 디저트가 아닌, 향과 맛의 조화를 생각하고 셰이커를 흔드는 바텐더처럼 칵테일을 요리하여 독특한 디저트문화의 길을 걷고 있는 베이커리와 디저트들을 국내에서도 더러 찾아볼수 있기를 바라본다. 다양한 맛의 조화와 새로운 디저트에 대한 아이디어 등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필자소개_ 김선아 

허드슨베이킹 스튜디오 대표

스콘.머핀.파운드케이크 저자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NY/ Baking&Pastry Art Management학사졸업

Pastry Chef de Partie 경력

  • Café Boulud, NY
  • Bouchon Bakery, NY
  • Cannelle Patisserie,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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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뉴욕의 디저트감성을 서울로 옮기다, ‘허드슨베이킹’ 클래스의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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