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와인 세계의 보이지 않는 곳을 살펴보았다. 그들은 어떻게 수백만 승객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며, 항공용 와인의 엄청난 구매량은 시장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비행 중에 마시기에는 어떤 와인이 가장 좋을까?
항공사는 까마득히 높은 고도에서 와인을 제공하고, 대부분의 접객업 분야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크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매일 6,700편의 항공기를 띄우며, 이보다 규모가 작은 브리티시 에어웨이스 같은 경우에도 지난해 4,210만 명의 승객을 태웠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 많은 승객들에게 어떻게 와인과 식사를 대접할까? 항공사 기내 와인의 은밀한 세계에 대해 와인 컨설턴트들에게 물어보았다.
기내 와인은 엄청난 고객 수요를 갖춘 수백만 달러 상당의 사업으로 어떤 국가의 와인 산업에도 매우 요긴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점이 있습니다. 그것이 일종의 숨겨진 와인 시장이라는 사실이죠. 싱가포르, 콴타스, 브리티시 에어웨이스 같은 항공사들은 고급 와인을 엄청나게 사들입니다.” 싱가포르 에어라인의 컨설턴트이자 디캔터 월드 와인 어워즈의 공동 회장인 마이클 힐 스미스 MW의 말이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콴타스 항공은 오스트레일리아 와인 산업에 매년 2,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와인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와인 리스트(샴페인 제외)는 그 나라의 좋은 와인들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콴타스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세 번째로 와인 구매량이 많은 기업입니다.” 콴타스 인터내셔널 보도 자료를 통해 CEO인 개럿 에반스가 한 말이다.
에미레이트 같은 항공사는 생산자를 직접 찾아가 앙 프리뫼르 와인을 대량으로 매입한다. 대변인이 디캔터닷컴에 전한 말에 따르면 에미레이트 항공은 2006년부터 와인을 사는 데 6억 9천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이 와인 중 일부는 2027년 이후에나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에미레이트의 와인 셀러에는 빈티지 와인이 380만 병이나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와인 생산자가 명성을 얻으려면 항공사의 재정적 힘과 전 세계적인 홍보 덕을 보아야만 한다고도 할 수 있다.
브리티시 에어웨이스의 1등석 와인 리스트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비벤덤 트래블 리테일의 세일즈 디렉터 앤디 스패로다. 그는 항공사의 영향력을 직접 목도했다.
“브리티시 에어웨이스의 1등석 와인 리스트의 명성이 매우 높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와이너리에게는 대단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죠. 작년에 이 항공사는 볼니 블랑 드 블랑(Bolney Blanc de Blancs) 빈티지를 최초의 영국 스파클링 와인으로 선정해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영국 스파클링 와인을 리스트에 올릴 예정입니다. 규모가 큰 와이너리나 네고시앙의 경우 브리티시 에어웨이스 와인 리스트에 오르는 일은 진열대 맨 앞에 세워진 와인을 표적 고객이 마시는 것과 같이 봅니다.”
힐 스미스도 이에 동의한다. “독 포인트 소비뇽 블랑이 유명해지기 전에 기내에서 서빙을 시작한 것을 기억합니다. 당시만 해도 한창 클라우디 베이만 인기를 끌 때였죠. 우리가 분명 그들의 전망을 밝힌 데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유명 항공사들은 마스터 소믈리에나 마스터 오브 와인 같은 전문가들을 고용해 기내 와인 리스트를 만든다. 힐 스미스는 어떤 와인을 구매하여 서빙할지 결정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니 조 리 MW와 오즈 클라크와 함께 싱가포르로 직접 날아가 일주일 동안 국제 테이스팅 표준 방식을 이용해 1,000종에 가까운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했습니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서빙할 보르도만 80-100병 쯤 맛본 것 같아요.”
스패로는 브리티시 에어웨이스가 어떻게 와인을 고르는지 다음과 같이 간단히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핵심이 될 1등급 샴페인과 로제 샴페인, 영국 스파클링 와인을 정합니다. 레드의 경우 보르도, 피노 누아, 쉬라즈 같은 풀바디 와인은 꼭 들어가지요. 화이트 부르고뉴,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가 아닌 화이트 와인 한 가지도 넣고요. 마지막으로 디저트 와인과 포트 와인이 들어갑니다.”
스패로는 비행기 안에서 와인 맛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예전에 설명한 적이 있다. 과일 풍미 위주의 활기찬 와인이 더 맛있게 느껴지고, 건조한 기내 공기 속에서 와인의 떫은맛이 더 과장될 수 있다고 말이다.
마이클 힐 스미스 MW도 이에 동의하며 보관이 까다로운 와인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곳에서처럼 이상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기가 힘듭니다. 예를 들어 디캔팅을 항상 할 수는 없는 것처럼요. 하지만 좋은 점이 있다면 와인을 진정으로 맛보고 감상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잘 익은 과일 풍미의 신세계 와인이 좋습니다.” 스패로가 말했다. 그는 기내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뉴질랜드의 에스카프먼트, 쿠프 피노 누아 2012라고 했다.
“저는 비행기를 탈 때면 늘 샴페인을 마시기를 좋아합니다. 오전이든 오후든 상관없지요. 여행을 떠날 때면 축배를 들고 싶으니까요.” 힐 스미스의 말이다.
브리티시 에어웨이스의 전 승무원이 길고 건조한 비행에 지친 손을 어떻게 보습해주는지 비결을 귀띔해주었다.
“설탕 한 봉지를 손에다 턴 다음 동료에게 부탁해 마시다 만 태탱제를 그 위에 붓게 합니다. 그러면 아주 비싸고 호화로운 핸드 스크럽이 되죠! 세금 상의 문제 때문에 마개를 연 샴페인을 가지고 착륙할 수 없거든요.”
작성자
Laura Seal
번역자
Sehee Koo
작성일자
2017.7.22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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