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탄수화물, 나트륨 등의 함량이 높은 감자튀김이지만 이거 하나면 열 안주가 부럽지 않다. (튀기면 신발도 맛있다는데 뭐)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꼭 있는 햄버거의 단짝 같은 느낌인데, 프렌치 프라이스(French Fries)라 불리는 거 보면 프랑스 출신인가 싶지만, 벨기에 출신이라는 쪽에 더 힘이 실리는 거 같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군사들이 벨기에에서 발견한 음식이고 벨기에 남부에서는 프랑스어를 주로 사용했으니 이 맛난 튀긴 감자에 프렌치 프라이스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여하튼 이 감튀에도 여러 변주가 있으니 맥도날드나 버거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쭉하고 가느다란 막대 모양 감자튀김은 클래식한 감튀로, 스탠더드 컷(standard cut) 혹은 (shoestring)이라 불린다. 소금이 솔솔 뿌려진 이 짭조름한 감자는 케첩이나 밀크셰이크(milkshake)와도 미친 조합을 이루지만 샴페인과 함께한다면 말해 뭐해. 이렇게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없다고 전해진다. 샴페인의 산도와 버블이 바삭한 감자튀김과 만나 서로를 당기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
칼로리를 조금 더 보태서 치즈 얹은 감자튀김은 맥주와 물론 잘 어울리지만 버터리한(buttery)한 미국 샤르도네와도 잘 어울린다. 강한 애 옆에 또 강한 애. 강렬한 과실 아로마와 기름진 느낌의 화이트는 치즈 프렌치 프라이스와 서로 누가 더 강렬한지 맞대결하는 느낌이라면, 깔끔한 화이트로 이탈리아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나 스페인 베르데호(Verdejo)를 매칭한다면 입안 가득한 느끼함을 씻어주고 상큼함을 장착할 수 있다.
한때 트러플(truffle) 감자튀김도 핫한 플레이트였는데, 여기에는 이탈리아 바롤로(Barolo)가 꽤나 잘 어울린다. 실제로 네비올로(Nebbiolo)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자랑인 화이트 트러플, ‘Alba’와 완벽한 마리아주(mariage: 와인과 요리의 조합)를 보여준다고 하니 괜찮은 바롤로를 골라 (비록 트러플 오일이나 향만 살짝 가미한 경우가 많겠지만) 트러플 감자튀김과 매칭해보는 건 어떨까?
칠리 프렌치 프라이스. 개인적인 최애인데 문제는 매운맛에 와인을 매칭하기가 살짝 까다롭다는 사실. 매운맛을 뛰어넘는 강렬한 와인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와인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인 건 칠리 프렌치 프라이스는 ‘맵찔이(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비교적 덜 매운 음식이라 입을 얼얼하게 하는 정도는 아니다. 매운맛을 상쇄할 수 있는 호주 쉬라즈(Shiraz)나 프랑스 론(Rhone) 지역의 레드도 괜찮다. 후추와 각종 향신료 아로마 등이 뒤섞인 레드와 찰떡! 아니면 당도가 있는 화이트도 좋은데, 독일 리슬링(Riesling) 카비넷(Kabinett)이나 슈페트레제(Spatlese)가 적당하지 않을까? (매콤한 떡볶이에 쿨피스 마시는 느낌으로?)
감자튀김과 함께하는 소스에 따라 와인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마요네즈를 찍어 먹을 생각이라면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처럼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줄 와인을 고르고, 갈릭(garlic) 소스를 얹어 먹을 생각이라면 오크(oak) 터치 없이 높은 산도를 자랑하는 샤르도네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번외로 얼마 전 친구와 방문했던 힙한 버거 가게에서 감튀 대신 고구마튀김을 사이드로 먹었는데 비오니에(Viognier)와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열대과일 향이 올라오는 드라이 화이트, 생각만 해도 침이 꼴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