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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공병 재활용’에 모아진 관심, 왜 화두인가?

‘와인 공병 재활용’에 모아진 관심, 왜 화두인가?

임지연 2021년 2월 24일

최근 와인을 즐기는 마니아층이 증가하면서 와인 공병을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녹색 소주병이나 옅은 갈색의 맥주병과 상이하게 취급되는 와인병은 우리나라에서 그 비싼 원가 대비 재활용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소주나 맥주병의 경우 제품 브랜드별로 수거가 가능해 재활용이 용이하지만, 와인의 경우 대부분이 수입산이기에 수거시 재활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와인 소비량이 월등하게 높은 미국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와인 공병을 수거, 재활용해오고 있을까. 더욱이 공병 수거와 재활용의 친환경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이에 대해 집중해 재활용의 범위를 점차 늘려나가야 한다는 기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단단한 재질의 유리 공병은 땅에 묻혀 흙으로 분해되는데 무려 약 100만 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시작이 지난 30만 년 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한 번 쓰고 버려진 유리 공병이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인류 문명보다 더 아득한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때문에 친환경적인 측면에 주목하는 이들은 와인 공병과 코르크 마개 재활용에 대해 관심이 깊다. 특히 미국환경보호청(EPA)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평균 15개의 와인 공병을 재활용하면 각 가정에서 에어컨을 약 1시간 동안 사용할 만큼의 전력을 아낄 수 있을 만큼 자연 보호에 이익을 불러온다. 또, 이 전력량은 각 개인이 24시간 이상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의미와도 일맥 한다.

미국환경보호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미국의 각 가정은 하루 평균 2분가량 재활용품을 수집하거나 분리하는 데 소비해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측면 덕분에, 미국에서는 주마다 상이한 규정으로 와인 공병과 코르크 마개를 수거, 재활용 사업 영역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미 미국 일부 주 정부는 환경 보호 노력의 일환으로 와인병을 포함한 유리병 재활용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사용한 유리 공병을 각 관할 지역에서 운영하는 재활용 유리 공병 수거 사업장에 직접 가져가 재활용품 분리수거에 적극 참여하는 형태다. 이렇게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수거된 다량의 와인 공병들은 인근 재활용 업체로 운반된 뒤 약 24시간 이내에 재사용 가능한 여부를 판별, 재판매 또는 소각 작업장으로 운반된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와인 공병의 재활용성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분리수거를 통한 와인 공병 재활용은 지금껏 다수의 주에서 지속해왔던 일반 쓰레기 소각 방식의 처분보다 훨씬 더 친환경적인 접근방식이라는 평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와인 공병을 기존의 폐지, 플라스틱 등의 일반 재활용품과 구별해 수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감한 재질의 유리 공병의 재활용을 다른 재활용품과 함께 수거할 시 해당 물품들의 재활용성을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 탓인데, 이런 이유 탓에 재활용의 가장 중점 포인트는 유리병을 다른 재활용 가능한 물질들과 분리해 수집하는 것이다.

더욱이 와인 공병의 경우 어두운색을 띄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유리병 재활용 시 같은 색상끼리만 모아서 함께 재활용된다는 점을 상기할 때, 어두운 색상의 와인병은 다른 기타 색상의 유리 공병과 섞여 재활용하기 불가능한 대표적인 물품이다. 그야말로 다른 종류의 재활용과 섞여서도 안 되고, 같은 유리병끼리도 색상을 구분해 재활용해야만 하는 까다롭기 그지없는 존재가 바로 와인 공병인 셈이다.

하지만 미국 다수 지역의 주민들은 여전히 습관적으로 비닐봉지, 사용한 냅킨, 전구 등을 재활용품 통에 수거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활용과는 거리가 먼 물품들이 뒤섞여 수집될 경우, 다른 모든 재활용품을 오염시키게 된다. 때문에 미국 환경국은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와인 공병 수집 업체가 인근에 소재하지 않은 지역 주민들은 차라리 일반 쓰레기 봉투 안에 와인 공병을 넣어 일반 쓰레기로 처분해주기를 간곡히 권고하기까지 한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데, 우리나라에서도 소주병은 녹색 소주병끼리, 맥주병은 갈색 맥주병끼리 재활용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원칙을 고수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재활용품은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서 사실상 재활용 업체는 해당 와인 공병과 뒤섞인 재활용품을 일반 쓰레기로 처리, 소각해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검은색 와인병처럼 다소 희귀한 색상의 와인 공병은 대부분 버려지기 일쑤다. 수거 과정에서 깨진 병 등 부산물이 많은 점도 또 다른 이유다. 작은 파편이나 유릿가루는 용광로에서 날아가기에 재활용이 어렵다. 이 역시 다른 쓰레기와 함께 땅에 묻힌다.

미국 다수의 주에서 운영 중인 와인 공병 수집을 전문으로 한 일명 ‘드롭오프 서비스’ 업체의 상시 운영 제도도 이와 같은 취지에서 시작됐다. 주민들은 해당 업체를 찾아와 직접 와인 공병을 처리하고 이를 통해 각 주에서는 수집된 와인 공병을 가장 시장성이 높고 귀중한 자원이 되도록 재활용성을 최대한 높여 재판매하게 된다.

미국 각 주에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와인병 재활용 관행을 오랫동안 유지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도시 조지아 주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주 내의 각 도시와 각 구에 와인 공병 수거 전문 드롭 업체를 상시적으로 오픈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은 중국 정부가 미국에서 긴 시간 동안 수입해왔던 종이와 플라스틱 등의 재활용품 수거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던 시기로, 미국 재활용 업계 전체가 큰 혼란을 겪은 시대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지아 주에서는 재활용 분야에 관심을 둔 청년 사업가를 지원하는 일종의 창업 지원정책의 일환으로, 장학기금을 설립하는 등 환경과 창업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겠다는 복심을 실행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플로리다에서도 목격된다. 플로리다 주 정부는 지난해 기준 전체 폐기물의 약 75% 이상을 재활용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같은 높은 재활용 달성에도 불구하고 해당 주 정부는 올해에는 이 보다 더 높은 재활용 성공률을 기록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일반 재활용품 중 다수의 와인 유리 공병이 포함된 문제로 일반 소각 처리로 재활용도가 다소 낮춰졌다는 점을 지적,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품, 그리고 와인 공병을 명확하게 구별해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데 큰 관심을 가지고 운영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와인과 관련한 재활용 문제는 비단 공병만이 아니다. 코르크 마개 역시 그 주요 소재에 따라 재활용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와인 코르크에는 두 가지 주요 유형이 있다: 합성 코르크와 천연 와인 코르크. 합성 코르크 마개의 장점은 추출하는 동안 더 내구성이 강하고 부서질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일부 와이너리는 인공 합성 코르크를 선호하는데, 이는 합성 코르크 마개와 비교했을 때 천연 코르크가 내구성이 낮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유형의 코르크 마개는 독일에서 개발된 유리 재질의 코르크다. 이 제품은 일반 디켄터 마개와 유사한 형태로 내부가 보이도록 설계돼 있다. 이들은 주로 플라스틱 링을 사용해 밀폐된 밀봉 상태를 유지, 병과 스토퍼 사이를 단단히 고정하는 형태다.

이때 천연 코르크의 경우 재활용 문제가 전무하지만, 합성 성분의 코르크 마개는 그 종류에 따라 완전한 상태로 분해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서는 팔려나간 코르크 마개의 수는 무려 130억 개에 달했다. 하지만 코르크를 재질 별로 다르게 수집하는 문제부터, 수거된 코르크 마개를 부시고 분해해 재활용하거나 완전히 처분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경제적 비용이 소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재활용의 난제 때문일까. 지난해 중순 영국에서는 종이를 주 원료로 한 와인병이 출시돼 눈길을 모았다. 당시 해당 제품에는 전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크게 주목했는데, 일명 프루걸(Frugal)이라는 명칭으로 시장에 갓 나왔던 해당 와인병의 무게는 90g을 채 넘지 않았다. 일반 유리 와인병보다 무려 5대 이상 가벼운 무게와 친환경적인 측면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이 분야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기대가 한껏 모아진 바 있다. 특히 영국 다국적 보증, 검사, 제품 테스트 및 인증회사인 인터텍(Intertek) 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종이 와인병은 유리병보다 탄소 배출량이 최대 6배 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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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 logan@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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