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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맥주에 대하여 (2부)

영국 맥주에 대하여 (2부)

최준호 2020년 9월 17일

영국 맥주의 대표적인 특징인 ‘리얼 에일(Real Ale)’에 대하여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리얼 에일이란 전통적인 재료와 방법으로만 생산된 맥주를 뜻하는데, 무엇보다 과거 냉장 시설이나 탄산 장비가 있기 전, 고전 맥주의 모습을 가장 잘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맥주를 보관하고 유통했던 캐스크 / copyright 2016. Pikist All rights reserved

현대에는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오염방지를 위하여 맥주를 스테인리스 보관함에 보관합니다. 하지만 리얼 에일은 캐스크(Cask)라 불리는 통에 보관 및 서빙되기 때문에, 캐스크 에일(Cask Ale)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맥주마다 적합한 탄산 강도가 있는데 이는 효모가 발효 과정을 통해 탄산감을 배출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한 카스, 하이트 등 다양한 수제맥주 양조장을 포함한 대다수의 브루어리는 발효가 끝난 후 강탄(Forced Carbonation)이라는 작업을 통해 인위적으로 탄산감을 맥주에 주입합니다.

맥주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 탄산 / copyright 2018. Needpix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리얼 에일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캐스크 내 존재하는 효모에 당을 첨가해 발효를 이용하여 탄산감을 주입합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과정이 양조장이 아닌 펍에서 하는 작업으로, 양조장에서 펍까지 맥주는 계속 발효중입니다.

지금이라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만 해도 바텐더의 역량에 따라 같은 맥주라도 다른 맛이 난다고 합니다.

영국 펍에서 볼 수 있는 핸드 펌프 / copyright 2010. Wikimedia Commons All rights reserved

현대에는 탄산통을 이용해 맥주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맥주를 잔에 따릅니다. 하지만 캐스크 에일에서는 핸드 펌프(Hand Pump)라 불리는 장치를 이용하여 맥주를 서빙합니다. 아마 영국의 펍을 방문해보셨다면 위 사진처럼 맥주 로고가 그려져 있는 큰 손잡이를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 이것이 핸드 펌프입니다.

이것은 피스톤의 원리를 이용한 서빙 방법으로, 가장 치명적인 단점인 산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산화 과정이 진행된 맥주는 2~3일 만에 판매 후 처분해야 하므로 업장에서도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냉장유통, 살균 등의 기술력이 발달함에 따라 더 이상 맥주가 산화가 되지도, 바텐더의 역량이 강할 필요성도 없어지자, 펍에서 자연스럽게 리얼 에일의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좌측의 캄라 로고와 우측의 Cask Marque / copyright 2017. Wikimedia Commons All rights reserved

이러한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만든 캄라(CAMRA)라 불리는 단체가 탄생했는데, CAMRA는 Campaign for Real Ale이라는 뜻으로 ‘리얼 에일’의 문화를 지키자는 뜻의 단체입니다. 놀랍게도 이런 단체의 활동으로 인하여 사라져가는 리얼 에일의 문화는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영국의 대다수의 펍에서 핸드 펌프를 볼 수 있습니다.

더하여 캄라(CAMRA)는 리얼 에일을 잘 다루는 펍을 인증하는 패를 만들어 펍에 부착하는데, 혹시 방문하는 펍에 이처럼 ‘CASK MARQUE’라는 표시가 있다면 걱정 없이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런던의 EUSTON TAP / copyright 2017. ES All rights reserved

이곳은 개인적으로 방문했던 ‘EUSTON TAP’이라는 곳인데, 같은 맥주를 케그와 캐스크 버전으로 동시에 즐길 수 있었던 공간으로, 한 번쯤 방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맥주를 따른 뒤 2~3시간 뒤에 맛보는 것과 같은 아주 낮은 탄산감과 밋밋함이 있어 현대의 대중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 않을까 싶지만, 리얼 에일은 정의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살균을 하지도 탄산을 넣지도 않은 이 맥주는 오로지 영국에서만 즐길 수 있는 문화인만큼, 영국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시도해볼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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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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