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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시드라, 시드르 (1)

사이다, 시드라, 시드르 (1)

Eva Moon 2019년 11월 15일

사이다, 시드라, 시드르 (1) – 각국의 사과주 그리고 프랑스에서 사과주를 즐기는 방식

영어로는 사이다, 스페인어로는 시드라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시드르라고 불리는 사과주는 기본적으로 사과를 발효한 술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노르망디와 브르타뉴 지방이 그 산지로 유명하고,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을 위아래로 둔 바스크 지역 그리고 서머셋, 데본, 콘월, 아일랜드와 웨일즈의 사과 산지에서도 사과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남아프리카 등 신세계 국가의 사과주도 그 대열에 합류했지요.

사과주를 만들기 위한 주요 재료인 사과

사과주의 대표 산지면서 주요 소비국인 영국과 프랑스에는 사과주에 강력한 경쟁 주류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예상하시는 대로 프랑스는 와인, 그리고 영국은 맥주입니다. 프랑스에서 사과주는 와인의 그림자 같은 존재로 크레프(Crêpe)를 먹을 때 곁들이는 정도의 음료로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실 와인 업계를 크게 위협한 필록세라가 창궐한 19세기 후반에는 와인의 부재가 가져온 사람들의 목마름을 대신 채우기도 했습니다.

상큼 쌉쌀함이 매력인, 양조용 사과 품종

프랑스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사과주 생산국이며, 영국인들은 인구당 가장 많은 사과주를 소비합니다. 반면 최대의 소비국인 영국은 사과주에 들어가는 사과 함유량에 대해서는 덜 까다로워 보입니다. 그 이유는 영국에서는 원료의 35% 이상이 사과로 만든 음료를 사과주로 부를 수 있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원료의 100%가 사과 주스여야 시드르(Cidre)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Duché de Longueville이나 Loïc Raison 같은 대규모로 생산되고 납품되는 사과주마저도 프랑스의 엄격한 사과 함유량 관련 조건을 따라야 하는 것은 예외가 아니며, 프랑스에서는 한 병의 사과주를 생산하기 위해 그 어느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사과를 사용합니다.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시드르의 한 종류

주요 사과주 생산국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사과 함유 100%여야 칭할 수 있는, 프랑스의 시드르
대표 산지인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와 브르타뉴의 사과주 역사는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2차세계대전까지 가장 즐겨 마셨던 주류가 사과주였으나, 전쟁 기간 동안 많은 사과나무를 잃고 생산량 또한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프랑스에서 시드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100% 사과 함량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이 중 50%는 농축사과주스를 쓸 수 있지만, 나머지 50% 이상은 사과주를 만들기 위한 특정한 품종의 사과로 만든 주스만을 사용합니다. 프랑스의 사과주는 대체로 다른 나라에 비해 당도가 높고 알코올 도수가 낮은 편입니다. 샴페인 병과 유사한 형태를 자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지요. 시드르 두(Cidre doux)는 당도가 높은 스타일로 3도 가량의 알코올 함량을 가지며, 시드르 드미-섹(demi-sec)은 당도가 덜하고 알코올도수는 5도까지 올라갑니다. 시드르 브뤼(Cidre Brut)는 드라이한 타입의 사과주로, 알코올 도수가 5도 이상을 가지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시드르를 만들때는 키빙(Keeving)이라 불리는 기법을 사용하여 사과 주스의 양분을 일정량 제거하여 천천히 발효시킵니다. 이 방식으로 좀 더 달큰하고 과실향이 많이 나며 알코올 함량이 더 적은 스타일의 사과주를 만듭니다.
* 노르망디 지역은 사과주를 증류해 만든 브랜디인 깔바도스도 생산합니다.

영국 펍에서 즐기는 사이다

동부와 서부 스타일로 나뉘는, 영국의 사이다
영국에서 생산되는 사과의 절반 이상이 사과주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시골의 작은 펍에서부터 대량생산하여 특정 상표가 붙는 사과주까지 다양한 사과주가 만들어지고 유통됩니다. 영국의 사과주인 사이다는 신선한 사과를 사용할 때도 있고 농축된 사과 주스를 사용할 수 있어, 프랑스에 비해서는 사용할 수 있는 원재료의 형태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영국에는 사이다를 만드는 두 가지 전통적인 방식이 있습니다. 서머셋이나 데본과 같은 서부지역에서는 비터스위트(bittersweet)와 비터샤프(bittersharp)라 불리는 품종을 쓰는데, 보통 사과농축주스가 아닌 신선한 사과로 사과주를 만듭니다. 탄산이 없으며 타닌의 맛이 강하고 최소 6도 이상의 도수를 가진 이들의 사과주는 매우 드라이합니다. 영국 동부의 앙글리아와 켄트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과주는 달콤한 사과 품종을 씁니다. 양조용이 아닌 생과로 즐기기에도 무리가 없을 품종으로 만든 사과주에 다른 과일을 넣어 또 다른 캐릭터를 입히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가볍고 달콤하며 과실의 느낌이 강한 사과주가 많습니다.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미국의 사이다
이미 미국 전역에서 확인할 수 있는 크래프트 양조장의 성장에 힘입어, 사과주가 조금씩 그 자리를 넓혀간다고 합니다. 예전에 영국식 사과주를 수입하여 소비하던 미국은 좋은 사과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달큰 쌉쌀한 사과를 생산하기 시작하며, 맨해튼의 레스토랑을 비롯한 저도수의 주류를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미국의 크래프트 사과주가 강하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농축사과주스를 주원료로 만들었지만, 전통적인 사과주 산지와 달리 특별한 규제가 없는 미국에서는 현대에 이르러 사과주를 만들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 방식과 현대의 방식을 섞거나 전혀 예상치 못한 사이다의 프로필을 만들기도 하고, 3도에서 11도까지 알코올의 함량을 자유자재로 쓰는 등 구대륙의 사과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스타일의 사과주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꼭 가야 할 곳이 미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주요 사과주는 미시건, 뉴 잉글랜드, 오레곤 등지에서 생산됩니다.

프랑스 크레프리에서 시드르와 항상 함께하는 메밀 크레프

프랑스에서 시드르를 맛보려면 크레프리로 가자
프랑스 현지에서 사과주를 즐기는 방법은 어느 동네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크레프 전문점에 가는 것입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브르타뉴에서 온 분식 같은 크레프를 먹을 때는 시드르를 잔이나 병으로 자동 주문하게 됩니다. 덕분에 대부분의 크레프리에서 우리가 원하는 용량으로 시드르를 주문할 수 있고 와인 리스트처럼 다양한 시드르 리스트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크레프리에서는 항상 찻잔 모양의 잔에 마시는 시드르

바위와 돌로 된 대서양의 반도 지형에서 다른 프랑스 지역과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위치에 있는 노르망디와 브르타뉴 두 지역에서는 그들이 가진 셀틱의 역사를 사랑하고, 사과주와 그 증류주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서 생산하는 사과주와 전 세계의 사과주 애호가들의 발길을 붙잡는 이 지역의 특별한 사과주 전통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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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Moon

파리 거주 Wine & Food Curator 음식과 술을 통해 세계를 여행하고, 한국과 프랑스에 멋진 음식과 술,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 oli@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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