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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Bock) 많이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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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Bock) 많이 드세요.

염태진 2023년 1월 26일

세 명의 수도사가 식탁에 둘러앉아 맥주잔을 부딪치고 있는 이 그림, 맥주 팬이라면 한 번쯤은 본 반가운 그림이겠죠? 이 그림은 독일의 화가 에두아트 폰 그뤼츠너(Eduard von Grützner)가 그린 ’식사 시간의 세 명의 수도사‘라는 제목의 그림입니다.

[에두아트 폰 그뤼츠너, 식사 시간의 세 명의 수도사, 1885년]

에두아트(1845~1925)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활동하며 주로 수도사가 등장하는 풍속화를 대거 그렸습니다. 그런데 그림 속에서 수도사들이 들고 있는 맥주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수도사이고 중세의 맥주라고 하니 트라피스트 에일이나 애비 에일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는 관점에서 이 맥주는 복(Bock) 맥주입니다. 왜냐하면, 그림을 그린 작가가 독일인인데다, 그림에 보이는 맥주가 얼핏 투명해 보여 에일이 아니라 라거가 연상되기 때문입니다.

복(Bock) 맥주는 저온에서 하면 발효 효모를 사용해 양조한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한 라거입니다. 일반적인 라거보다 개성이 강하며 홉이 적당히 역할을 하고 몰트 특성이 지배적인 맥주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중세의 독일에서 흔하게 마셨던 맥주로 특히 사순절 기간에 수도사가 즐겨 마신 ‘액체 빵’으로 유명합니다. 복 맥주에 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19세기 복 맥주 광고]

복 맥주의 역사

복 맥주의 역사는 14세기, 그리고 지역은 독일 북부의 도시 아인베크(Einbeck)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인베크는 현재 인구 3만의 작은 도시이지만, 한때는 한자동맹에 가입되어 있을 만큼 크게 융성했던 곳입니다. 아인베크는 중세 시대에 맛있고 강한 맥주를 만들어 주변 도시에 수출하면서 크게 명성을 얻었습니다. 아인베크의 맥주를 최초로 언급한 기록으로 1378년에 이곳의 맥주를 판매한 두 통의 영수증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합니다.

아인베크의 맥주는 주변의 한자 동맹의 도시뿐만 아니라 플랑드르, 스칸디나비아, 러시아, 영국에까지 수출하였습니다. 아인베크의 맥주를 수입하여 마셨던 독일의 지역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아인베크(Einbeck)’를 ‘아인보크(Einbock)’로 발음한 바이에른 지역입니다. 아인보크는 결국 음절이 줄어들어 복(Bock)이 되었습니다. 아인베크의 맥주가 복 맥주가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바이에른은 줄곧 아인베크의 맥주를 수입하여 마셨습니다. 하지만 바이에른 공국의 귀족들은 이 맥주를 자신의 지역에서 직접 양조하여 마시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1612년에 바이에른의 선제후 막시밀리안은 아인베크의 양조사인 엘리아스 피쉴러(Elias Pichler)를 뮌헨의 호프브로이하우스로 초청해 직접 아인베크의 맥주를 양조했습니다. 아인베크의 맥주는 원래 향이 강하고 신맛이 약간 도는 에일 맥주였지만, 바이에른은 독일 남부의 전통에 따라 하면 발효 효모를 사용하여 라거로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복 맥주의 원형입니다. 그러니까 복 맥주는 아인베크의 맥주가 변형되어 복 맥주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에일 스타일이 변형되어 라거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뮌헨 지방의 사투리에서 유래된 복은 그 이름 때문에 또 다른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복(Bock)은 독일어로 숫염소를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도수가 높고 강한 맛의 복 맥주와 강하고 힘이 넘치는 숫염소가 일맥상통하여 복 맥주의 별명은 곧바로 숫염소가 되었습니다. 가령 맥주 패키지에 염소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거나 염소 모양의 펜던트가 걸려 있다면 모두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마틴 루터의 초상]

마틴 루터와 복 맥주

과거 독일에서 복 맥주와 관련된 인물을 찾는다면 단연 마틴 루터입니다. 루터는 평생 맥주를 즐겨 마시며 살았고, 그의 결정적인 순간에 맥주가 있었습니다. 1483년에 독일에서 태어난 루터는 법학자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사가 되고 비텐베르크에서 종교학 교수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훗날 가톨릭교회의 면죄부 판매와 여러 부조리에 반발하여 비텐베르크 대학교 교회 정문에 95개 조의 반박문을 내걸고 종교개혁을 시작하였습니다.

[안톤 폰 베르너, 보름스 제국회의에서의 루터, 1877년]

1517년 95개의 반박문을 내걸었던 루터는 교황 레오 10세로부터 모든 주장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교회의 모든 권위는 교황이 아니라 성서에서 나오며, 성서의 가르침과 어긋나는 모든 것을 거부했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는 루터에게 보름스 제국 회의에 참석해 그의 주장을 변호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카를 5세는 루터의 신변을 보장하겠다며 그를 초청했지만, 사실 그것은 변호할 기회가 아니라 주장을 철회할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황제의 신변 보장이 애초부터 궁색한 변명이었고, 루터의 지지자마저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며 경고했지만, 루터는 결국 모든 우려와 권고를 물리치고 회의에 참석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신념이 강한 루터라고 해도 자신의 목숨이 달린 황제와의 대면에 두려움이 없었을까요? 루터는 회의에 들어서기에 앞서 미리 준비한 독한 맥주 1리터를 단숨에 비우고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설파했다고 합니다. 이때의 맥주가 아인베크의 맥주일 확률이 높습니다. 아인베크의 맥주는 중세에서 가장 강하고 유명했던 맥주로 독일 전역에서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멀리 예루살렘에까지 운송되었다고도 합니다. 아인베크의 맥주는 루터의 삶을 조용히 따라다니며, 결정적인 순간에 그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카타리나 폰 보라의 초상]

이런 루터는 42세가 되던 1525년에 16세 연하의 카타리나 폰 보라와 결혼합니다. 카타리나는 전직 로마 가톨릭의 수녀였습니다. 그러니까, 전직 가톨릭의 수도사와 수녀가 개신교 최초의 목사와 목사 사모가 된 것입니다. 카타리나는 수도원에서 맥주 양조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타리나는 이것을 십분 활용하여 평생 루터에게 맛있는 맥주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이 시대에 맥주의 주요 공급자는 가정이었으며 주로 여성이 담당했으니까요.

그런데 루터가 마신 맥주는 무엇이었을까요? 중세 독일에서 맥주는 그 가정의 경제 상황과 양조자의 기술에 따라 다양했을 것입니다. 중세 독일의 맥주는 크게 브라운 비어와 바이스 비어로 나뉩니다. 당시의 가마 기술로 볶은 맥아를 사용하면 갈색이 진한 브라운 비어가 되고, 밀 맥아의 비율이 높으면 맥주가 더 가벼워져 바이스 비어가 됩니다.

루터가 마셨던 맥주는 맛이 복잡하고 향이 강하며 약간 신맛이 나거나 색상, 풍미, 강도 및 품질이 다양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중에서 루터가 가장 좋아했던 맥주는 아인베크에서 생산하는 맥주였다고 합니다. 결혼식이 있던 날 아인베크는 루터의 종교개혁을 지지하고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로 특별히 양조한 아엔베크 맥주 한 통을 보냈다고 합니다. 루터는 비텐베르크 시민들의 모인 시만 광장에서 맥주 건배를 외치며 시민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사순절 기간에 먹었다고 하는 금식용 프레첼]

사순절의 복 맥주

사순절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기 위한 가톨릭의 전통으로 부활절 전 40일간의 기간을 말합니다. 이 기간에는 금육과 금식을 통해 회개하고 자기 절제를 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했습니다. 중세의 수도원에서 사순절은 엄격하게 지켜졌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모든 음식을 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육류와 유제품은 먹을 수 없었지만, 긴 반죽을 8자 모양으로 꼬아서 구워낸 프레첼이나 성서에서 예수님이 군중에 나눠준 생선은 허용되었습니다.

금연과 금주도 당연히 해야 하는 자기 절제의 의식으로 보이지만, 맥주만큼은 오히려 평소보다 더 독한 것을 마셨습니다. 수도원은 원래 좋은 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이기도 했습니다. 평소에는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한 맥주부터 알코올 도수가 낮고 연한 맥주까지 다양하게 생산했지만, 사순절을 위해 도수가 높고 농도가 짙은 맥주를 만들었습니다.

[파울라너 살바토어 도펠복의 라벨]

성 파올라 수도원의 수도사들도 사순절을 위해 특별한 복 맥주를 만들었습니다. 이 맥주는 현재 파울라너의 대표 맥주인 ‘살바토어’가 되었습니다. 살바토어는 7.9%의 높은 도수를 가진 강한 맥주로 몰트에서 나오는 풍미가 묵직한 라거 맥주입니다. 일반적인 복 맥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하여 도펠복(Doppelbock)이라 부릅니다. 물론 도펠이 더블의 의미이지만 알코올 도수가 복 맥주의 2배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일반 복 맥주보다 강하다는 의미입니다.

도펠복은 살바토어가 처음 시작하였고 여러 양조장이 이를 따라 하여 자신이 만든 도펠복에 ‘~ator’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가령, 아잉거의 도펠복은 셀레브라토어(Celebrator), 슈파텐의 도펠복은 옵티마토어(Optimator), 아우구스티너의 도펠복은 막시마토어(Maximator)입니다. 과거 살바토어는 국내에서 마실 수 있었지만, 현재는 수입이 중단되어 아쉽게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어 마실 수 있는 독일의 도펠복으로 셀레브라토어나 벨텐부르거(Weltenburger)의 아삼 복(Asam Bock) 등을 추천합니다.

[사순절 기간에는 담배는 금지되었지만, 맥주는 허용되었다.]

그런데 이런 수도원의 복 맥주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 내려옵니다. 수도사들에게는 복 맥주가 구세주였지만, 아무리 구세주라 해도 그리스도의 고난을 함께하는 사순절 기간에 맥주를 물처럼 마시는 것에는 죄책감이 있었나 봅니다. 그리하여 뮌헨의 수도사들은 사순절 기간에 복 맥주를 마셔도 되는 지를 로마에 있는 교황에 묻기로 합니다. 맥주는 뮌헨에서 출발하여 로마로 보내졌고, 오랜 기간을 여행하다 보니 아무리 저장성이 강한 맥주라고 해도 만신창이(?)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마셔 본 로마 교황은 상당히 딱한 심정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맛없는 음료를 마셨다니, 사순절에 맥주를 허용한다’라고. 이후 수도원에서 사순절 기간에도 교황의 승인 아래 공식적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앞서 도펠복 살바토어에 대한 오마주로 같은 접미사를 사용했다고 했는데, 이와 비슷한 오마주를 가진 복 맥주 스타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이스 비어의 복 맥주 스타일인 바이젠복입니다. 바이젠복은 한마디로 독일의 바이스 비어를 도펠복 수준으로 강하게 양조한 맥주를 말합니다. 바이젠복은 뮌헨의 슈나이더 양조장이 1907년 처음으로 양조하여 아벤티누스(Aventinus)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하여 아벤티누스에 대한 오마주로 바이젠복의 이름에는 `~us’를 주로 사용합니다. 바이엔슈테판의 비투스(Vitus), 에딩거의 피칸투스(Pikantus) 등이 대표적인 바이젠복입니다. 바이젠복은 다크 버전과 페일 버전의 두 가지 색상이 있다는 점이 특이한데, 아벤티누스는 다크 버전이고 비투스는 페일 버전입니다. 모두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으니 비교하여 마셔볼 만합니다.

다양한 복 맥주 스타일

글의 군데군데 도펠복이니 바이젠복이니 해서 여러 가지 복 맥주를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복 맥주에 관해 조금 특이한 스타일이 있어 이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복이라는 것은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하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맥주 스타일에 복이 붙으면 원래의 스타일보다 조금 더 강한 맥주가 됩니다.

아벤티누스 아이스복(Aventinus Eisbock)

아벤티누스 아이스복은 밀맥주로 유명한 슈나이더 양조장이 생산하는 알코올 도수 12%의 고강도 바이젠복입니다. 알코올 도수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얼음 숙성 과정이라는 특수한 발효과정 때문입니다. 즉 물과 알코올의 어는 점의 차이를 이용하여 맥주에서 얼음(물)을 걷어내는 과정을 통해 순수 알코올의 농도를 높였습니다. 색상은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마호가니 색상으로 자두, 바나나, 정향의 스파이시한 향과 아몬드의 힌트가 신비롭고 바디감이 있는 강렬한 스페셜티 맥주입니다.

슈렝케를라(Schlenkerla) 우어복(Rauchbier Urbock)과 도펠복(Eiche Doppelbock)

너도밤나무가 풍부한 독일의 밤베르크에 생산하는 슈렝케를라 라우흐비어는 여전히 맥아를 장작불에 건조하는 전통적인 양조 방식으로 맥주를 생산합니다. 맥아에 너도밤나무의 훈연 향이 입혀져 최종적으로 양조된 맥주에서 바비큐, 훈연 소시지 같은 아로마가 먹음직스럽게 느껴집니다. 이중 우어복은 여름철에 양조하여 몇 달간 암석 저장소에서 저장하다가 겨울철에 마시는 풀 바디 훈연 복 맥주입니다. ‘Ur’에는 오리지널이라는 뜻이 담겨 있으니 슈렝케를라가 작정하고 생산하는 복 맥주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쉐 도펠복은 와인처럼 빈티지가 있는 복 맥주입니다. 2010년부터 슈렝케를라는 최소 4년 이상 숙성시켜 도펠복을 만들었습니다. 오랜 기간 효모가 활동하여 변화시킨 향과 맛을 비교해 보면서 마시기 좋은 맥주입니다.

리터구츠 고제 복(Ritterguts Gose Bock)

고제(Gose)는 독일 북부의 도시 라이프치히에서 전통적으로 생산하는 독일의 사우어 맥주입니다. 현재 독일에서도 전통적인 고제 스타일이 대부분 사라져 리터구츠 고제와 바이에리셔(Bayerisher) 고제 두 가지 브랜드만 남아 있습니다. 고제는 짠맛이 살짝 감돌며, 자연발효를 통해 젖산균과 야생효모가 관여한 신맛과 독특한 야생의 향, 그리고 고수 씨앗을 사용해 밀맥주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매우 독특한 맥주입니다. 여기에 복 맥주의 단맛과 강렬함을 더한 것이 고제 복입니다. 고제 맥주와 복 맥주의 완벽한 조화, 이것이 리터구츠 고제 복입니다.

[에두아르 마네, 좋은 맥주, 1873년]

에두아르 마네의 좋은 맥주

복 맥주가 등장하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복 맥주가 등장하는 또 다른 그림으로 이야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가 그린 ‘좋은 맥주’라는 그림입니다. 에두아르 마네는 프랑스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입니다. 기존의 고전주의 화풍을 탈피해 대중의 삶의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초기 작품인 ‘풀밭 위의 점심 식사’나 ‘올림피아’는 당시에는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은 후기 인상주의를 창조한 대표 작품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에두아르 마네, 폴리 베르제르의 바, 1882년]

맥주나 와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마네의 여러 작품 중에서 술이 등장하는 ‘폴리 베르제르의 바’나 ‘카페에서’라는 작품을 인상적으로 봤을 것입니다. 저는 ‘폴리 베르제르의 바’를 보고 있으면 검은 드레스를 입고 손으로 테이블을 짚고 서 있는 무표정한 바텐더가 제 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해 대화라도 나누고 싶은 심정이 듭니다(하지만 거울을 보니 그녀는 이미 다른 신사와 대화 중입니다). 게다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와인병과 맥주병을 보니 반갑습니다. 저 빨간 삼각형 로고의 병이 1777년에 설립된 바스(Bass) 양조장의 로고임을 바로 알아차리며 과연 어떤 맥주가 들어 있을까 상상해 봅니다. 아마 바스의 대표 맥주인 페일 에일일지 모릅니다.

그럼 ‘좋은 맥주’에 나오는 담배를 문 배불뚝이 신사가 들고 있는 맥주는 무슨 맥주일까요? 이 물음에 답하는 것은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바로 복 맥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어로 ‘좋은 맥주’로 번역되었지만, 이 작품의 원제는 ‘Le Bon Bock’입니다. 바로 ‘좋은 복’이라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림에 나오는 인물이 손에 쥐고 있는 맥주는 브라운 컬러에 살짝 투명합니다. 맥주의 외관만 봐도 복 맥주의 느낌이 있습니다.

복 맥주가 새해에 어울린다는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만, 이상하게 저는 새해만 되면 복 맥주가 떠오릅니다. 그건 아마 발음이 같은 단어가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마치 복 맥주가 염소와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복 맥주의 별명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독일인이 보면 어리둥절할 이야기겠지요. 늦었지만 새해 인사드리겠습니다.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새해 복(Bock) 많이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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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진

맥주인문학서 저자. 맥주로 내장도 채우고 뇌도 채우며 '날마다 좋은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 iharu@kakao.com / 인스타 iharu04 / 브런치 https://brunch.co.kr/@i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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