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올린 SNS의 게시글이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좋아요’가 달리기 시작했고 댓글로 문의가 폭주했다. 몇몇 업체에서는 출처를 밝힐 테니 내 게시글의 사진을 쓰게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역주행의 장본인은 바로 ‘금이산농원 복숭아와인’. 한동안 SNS만 접속하면 복숭아와인의 사진이 노출될 정도로 그 인기는 뜨거웠다.
복숭아 와인? 와인은 포도로 만든 거 아닌가?
복숭아와인과의 첫 만남은 꽤 오래전이다. 와인을 포도가 아닌 복숭아로 만들었다길래 신기한 마음에 구매했다. 색은 딱 황도와 같은 누르스름한 황금빛. 과연 복숭아의 맛을 잘 구현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와인 잔에 복숭아 와인을 1/3 정도 따랐다. 그리고 잔을 돌려 공기 중으로 퍼지는 향을 맡았다. 과하지 않은 달달한 복숭아 향. 기대되는 마음으로 복숭아 와인을 들이켰다.
글쎄. 나쁘진 않다. 하지만 드라이한 와인을 선호하는 나로선 살짝 걸쭉하고 달달한 느낌의 복숭아와인이 썩 와 닿지 않았다. 보다 산뜻하고 가벼운 복숭아의 맛을 원했던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단 말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이번엔 와인 잔에 얼음을 넣었다.
와인에 얼음이라고?
와인에 얼음을 넣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복숭아와인을 구매한 매장 직원의 조언을 따라보기로 했다. 복숭아와인이 충분히 차가워질 때까지 잔을 돌리고 돌렸다. 황색의 진한 복숭아와인이 얼음과 섞여 조금 연해질 즈음, 기대되는 마음으로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WOW, 이거구나
내가 기대하던 맛이다. 걸쭉한 느낌은 사라지고 내가 기다렸던 산뜻한 식감이 살아난다. 그리고 복숭아의 단맛 뒤에 숨겨진 상큼한 맛도 더불어 강해졌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남은 잔을 비우고 잔을 채운 후 또다시 비웠다. 보관 기간이 지나 물러 터진 복숭아가 아닌, 단단한 듯 물렁물렁한 제대로 익은 복숭아의 맛이다. 복숭아 특유의 달콤하고 상큼한 맛의 물안개가 입안에 피어올랐다.
흥분에 가득 차 SNS에 복숭아와인을 리뷰했다. 당시에도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예쁜 패키지와 ‘복숭아’ 와인에 대한 호기심 덕분이었을까. 어디서 구매하느냐는 문의가 폭주해 댓글을 다 달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지금, 복숭아와인이 재조명받고 있다. 복숭아와인의 영롱한 빛 덕분인지, 복숭아와인의 존재 자체가 신박해서인지 복숭아와인은 입소문을 타고 SNS를 뒤덮었다.
SNS 대란의 주인공, 복숭아와인. 복숭아와인은 세종시 조치원에 있는 금이산농원에서 만들어졌다. 복숭아는 세종시 조치원의 특산물이다. 하지만 제철이 지나거나, 조금이라도 하자가 있는 복숭아는 상품으로서 판매가 어려운 실정. 그래서 금이산농원 김영기 대표님은 저장 기간이 짧아 상품 가치가 급락하는 복숭아를 활용하고자 복숭아와인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리고 2005년 당시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의 주류 제조 제안도 한 몫 했다. 금이산농원의 복숭아와인은 선별된 복숭아를 발효시키고 2년 숙성 후 출시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복숭아와인을 제조하는 곳을 찾기 힘들어 금이산농원 복숭아와인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시장의 칫솟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금이산농원은 생산량을 늘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도수는 14도로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전에 마셔보지 못한 새로운 술을 찾는 누군가에게, 그리고 연인과 소중한 날을 축하하기 위한 기념주로도 딱이다. 아쉽게도 금이산농원 복숭아와인은 온라인 구매가 힘들다. 유일한 루트는 신세계백화점의 우리술방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금이산농원(044-863-3478)에 직접 문의해야 한다. 하지만 고진감래라 했던가. 와인과 얼음이 만나는 순간은 당신의 모든 노력을 보상해줄 것이니 발걸음을 아끼지 마시길.
혹시나 미지근한 복숭아와인의 맛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얼음을 잔에 채워 다시 맛보길 바란다. 그럼 필자가 느낀 그 달콤하고 상큼하고 산뜻한 복숭아와인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복숭아와인은 영천의 고도리와이너리의 제품도 있고 금이산복숭아와인은 광명동굴에서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