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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 Talk] 이탈리아 프리울리(1부) / 최고의 화이트 와인 생산을 위한 완벽한 조건

[Field Talk] 이탈리아 프리울리(1부) / 최고의 화이트 와인 생산을 위한 완벽한 조건

Crystal Kwon 2020년 7월 2일

이탈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Friuli Venezia Giulia), 흔히 프리울리(Friuli)라 짧게 줄여 부르는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 사이에 위치하고, 문화적으로 이탈리아, 독일, 슬라브 등 다양한 역사와 전통이 결합하여 독특한 와인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1960년대 후반, 현대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 생산의 기준을 정립한 프리울리는 신선하고 순수하며 아로마틱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여 오늘날에도 이탈리아 최고의 화이트 와인 생산지로 꼽힌다.

20세기 초까지, 프리울리는 지금의 하나 된 모습으로 이탈리아에 속한 지역이 아니었다. 프리울리의 중서부 지역은 1866년에 이탈리아 제국으로 통일되지만, 동부 지역은 1차 세계 대전이 끝날 때까지 오스트리아의 지배 하에 남아 있었다. 한때 오스트리아 제국 치하에 통합되었던 프리울리 동부 지역과 슬로베니아는 지금도 자유롭게 국경을 오가며 포도밭을 관리하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2차례의 세계 대전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었고, 회복의 과정에서 1963년 프리울리는 공식적으로 자치권을 부여받았다.

1960년대 이전만 해도 프리울리는 벌크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최고의 화이트 와인 생산지이자, DOC 등급의 와인이 총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DOC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총 23,000ha(57,000ac)의 포도밭이 관리되고 있으며, 대부분은 작은 규모의 패밀리 비즈니스로 운영된다. 2017 기준, 프리울리에는 12개의 DOC와 4개의 DOCG 등급 지역이 있다.

벤키아레자(Venchiarezza)의 오너이자 와인 메이커, 루카 카포랄레(Luca Caporale)

이번 프리울리 여행의 안내자, 루카 카포랄레(Luca Caporale)는 벤키아레자(Venchiarezza)의 오너이자 와인 메이커다. 벤키아레자는 프리울리의 동부, 슬로베니아와의 국경 근처에 위치한 시비달레 델 프리울리(Cividale del Friuli)에서 유기농 와인만을 생산하고 있다.

“벤키아레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포도 재배 및 와인 생산지로 프리울리가 지닌 잠재력을 발견한 나의 조부에 의해 설립되었다. 보통의 이탈리아 가족 사업이 그렇듯,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항상 와이너리에 머물며 할아버지와 함께 포도밭에서 일했다. 자연스럽게 와인 메이커의 꿈을 키우며, 와인 양조에 특화된 농업 학교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지금 나의 조부가 50년대에 심었던 올드 바인을 가꾸고 있다.

와인을 탐구하고 끊임없이 배우며, 우리의 조상이 만들었던 것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전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재배에서 병입에 이르기까지 최상의 유기농 와인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2005년부터 유기농 농법으로 전환한 결과, 2013년부터 모든 와인이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잃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존경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와인은 인간에게 주는 대지의 선물이다. 자연을 존중하며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해발 140~376m 사이에 위치한 벤키아레자의 포도밭, 와이너리의 배경으로 알프스 산맥이 펼쳐져 있다.

화이트 와인 생산을 위한 모든 조건이 완벽하다.

프리울리에서 가장 주목할 지역은 타르첸토(Tarcento) 시에서 고리치아(Gorizia) 시에 이르는 동부 언덕 지대로, 최고의 포도밭과 아펠라시옹(Appellation)이 위치한다. 이곳은 북쪽의 알프스 산맥이 차가운 편북풍을 막아주고, 남쪽의 아드리아 해로부터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서, 대륙성 기후를 부드럽고 온화하게 완화해준다. 알프스의 기류와 바닷바람이 부딪히면서 공기 순환이 계속되어 전반적으로 습도가 줄고 여름의 열기가 완화된다. 이러한 영향으로 과실이 천천히, 그리고 고르게 완숙될 수 있어, 포도의 산도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복합적인 아로마가 발전될 수 있다.

“프리울리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품질의 화이트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리적으로 북부는 산악 지형이고, 지중해로 향할수록 낮고 평평한 평야가 펼쳐진다. 포도 재배를 위한 최적의 토양은 돌과 바위가 많은데, 이는 빙하에 의해 운반된 돌무더기인 빙퇴석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은 매우 풍성하고 독특한 미네랄리티함을 느낄 수 있으며, 벨벳과 같은 텍스쳐의 아주 우아한 스타일이다.

낮 동안은 매우 따뜻하고 밤은 쌀쌀한, 큰 기온 차를 보이는 포도밭에서 포도의 산도와 당도의 밸런스가 적절하게 유지된다. 이는 또한, 강렬한 아로마 물질이 포도에 모이도록 해주고, 포도의 생장 기간을 천천히 길게 유지하여 충분히 자랄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의 화이트 와인이 뛰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리울리의 독특한 토양, 폰카(ponca)

프리울리는 와인의 캐릭터 형성에 있어서 기후보다 토양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외적으로 카르소(Carso)라 불리는 철분이 풍부한 백악질 토양을 가진 남동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는 동부 언덕 지역에서는 폰카(ponca) 토양이 기초를 다지고 있다. 사암과 석회질의 이회토가 겹겹이 쌓여 있는 폰카 토양은 물이 잘 빠지고 잘 부서지며 척박하다. 약 5천만 년 전, 바다에 잠겨 있던 이곳에 퇴적되어 만들어진 독특한 폰카 토양에 빙퇴석과 강의 범람으로 인한 침전물이 쌓여, 프리울리만의 독특한 토양을 형성하고 있다.

벤키아레자의 대표 화이트 와인 ‘리벨라 비앙코’의 생산 과정 영상

White Wine Revolution

1960년 후반, Mario Schiopetto를 중심으로 몇몇 프리울리 생산자들은 현대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 메이킹의 기준을 정립한다. 독일의 방식에 영향을 받아, 발효 시의 온도 조절 및 스테인리스 스틸, 냉장 기구, 공기 프레스, 살균 바틀링 등의 와인에 공기 접촉을 피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도입했다. 또한 포도의 완숙을 위해 포도나무의 식재 밀도와 수확량을 조절하는 등 포도밭 관리에도 힘을 쏟아, 화이트 와인이 신선하고 깨끗하며 아로마틱한 품종 특성을 제대로 표현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1970년대부터 프리울리 와인은 큰 인기를 얻었고, 1990년대에는 다른 지역에서도 이러한 ‘프리울리 스타일’을 받아들였다. 오늘날에도 Colli와 Colli Orientali del Friuli 지역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기술적으로 진보된 와인 생산지로 인정받고 있다.

“나는 나의 와인을 소개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 하나하나에 나의 손길이 닿아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곳의 모든 것은 나의 열정과 경험과 지식이 온전히 쏟아부어진 결과이며, 내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프리울리의 성공은 단순히 기술의 진보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태생적으로 디테일을 발전시키고 실험하는 것에 열정적인 프리울리의 생산자들은 포도밭과 셀러에서 최고를 위한 개선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또한 새로운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은 껍질과의 침용 시간을 길게 가지거나 큰 오크통에서 숙성을 하는 등 레드 와인 메이킹 기술로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도 하고, 암포라(Amphora)와 같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저장 용기를 도입하여 오렌지 와인(Orange Wine)이라 부르는 독특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의 대표 화이트 와인, 리벨라 비앙코(Ribella Bianco)는 오랜 숙성 가능성을 가진 뛰어난 품질이면서도 마시기 쉬운 스타일을 찾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주 품종은 토착 품종인 리볼라 지알라(Ribolla Gialla)이며, 노블 품종인 샤르도네(Chardonnay)가 블렌딩 되었다. 이 매력적인 블렌딩 와인은 볏짚 색을 띠며 과실과 향신료 풍미가 섬세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게 표현된다. 입에서는 크리스피하고 미네랄리티함이 잘 느껴지고, 샤르도네 블렌딩으로 인해 부드러움이 더해졌다.”

1970년대 후반부터 프리울리의 몇몇 생산자들이 토착 품종과 국제 품종을 블렌딩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그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슈퍼 화이트(The Super-Whites)라 불리며 프리울리는 물론 이탈리아에서 가장 복합적이고 구조감 좋은 화이트 와인으로 꼽힌다.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발효하여 강렬하게 표현되는 아로마틱한 풍미와 짜릿함을 보여주는 스타일이 있고, 다른 하나는 배럴에서 발효와 숙성하여 풍성하고 깊이 있는 복합적인 스타일이 있다. 두 스타일 모두 높은 숙성 잠재력을 보인다.

(2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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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stal Kwon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행복한 오늘 만을 위해 살아갑니다. / crystal@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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