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스페인의 후미야(Jumilla)는 새로 조성된 와인 생산지가 아니다. 오히려 1966년에 원산지 명칭통제제도인 DO 등급에 지정된,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DO 지역 중 하나다. 독특하게도 2개의 자치 구역에 걸쳐 위치하고 있으며, 아주 극단적이고 혹독한 환경이 되려 이곳만의 특별한 와인 스타일을 만들어준다.
후미야에서는 레드 와인이 총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그중에서도 모나스트렐(Monastrell)이 이곳의 포도밭을 지배하고 있다. 이번 후미야 여행을 도와줄 가이드는 100년을 이어온 후안 길(Juan Gil) 와이너리의 4대 오너인 미구엘 길(Miguel Gil)이다. 후안 길은 후미야를 대표하는 최고급 와인 생산자로, 모나스트렐 품종의 매력을 최대치로 뽑아내며 가장 모나스트렐다운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구엘 길과 함께 후미야를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후미야의 많은 포도밭은 이베리아반도 중앙부에 있는 대고원인 메세타(Meseta)와 지중해 사이에 있으며, 해발 400~800m 높은 고원에 위치한다. 후미야는 2개의 자치 지역에 걸쳐 있는데, 무르시아(Murcia)와 카스티야-라 만차(Castille-La Mancha)의 알바세테(Albacete) 지방이다.
19,000헥타르가 넘는 후미야의 포도밭 중 약 40%는 무르시아의 후미야 시 부근에 위치하고, 나머지 60%는 알바세테 지방에 속해있다. 규모 면에서는 작지만, 더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여 명성을 쌓은 곳은 무르시아의 후미야 지역이다. 그래서 흔히 후미야라고 하면 무르시아 지방을 떠올리게 된다.
“두 지역의 포도밭 환경을 따지자면, 토양과 기후는 상당히 비슷합니다. 하지만 알바세테는 주변에 위치한 지역인 라 만차(La Mancha)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큰 규모의 협동조합이 많고, 헥타르당 산출량이 많아서 가격 경쟁력은 높지만 품질은 낮은 경향이 있죠. 전반적으로 무르시아 지역이 알바세테에 비해 소규모의 개별 와이너리가 많으며, 양보다는 품질에 더 집중하며 와인을 생산합니다.”
매우 건조하고 극단적인 대륙성 기후를 지닌 후미야는 일교차와 계절별 기온 차가 매우 크다. 여름에는 40°C를 웃돌고 겨울에는 영하를 밑돌며, 일 년에 3,000시간에 달하는 일조시간을 가지면서 연 강수량은 겨우 300~350mm 정도다. 특히, 불규칙적으로 내리는 비는 폭우로 퍼붓기도 하고, 여름에는 가뭄이 지속되거나 겨울에는 서리가 내리는 등 매우 험난한 기후를 보인다.
이러한 조건들로 인해 포도 재배가 어려울 것 같아 보이지만, 지중해로부터 더위를 식혀주는 바람이 불어오고, 높은 고도에 포도밭이 위치하여 열기를 살짝 피해 포도에 생생함을 부여한다. 그리고 작은 알맹이와 이를 덮고 있는 두꺼운 껍질, 그리고 뜨거운 열기를 즐기며 늦게 익는 품종인 모나스트렐(Monastrell)이 자라기에 최상의 조건이다.
후미야의 포도밭은 주로 적갈색의 석회암 토양으로 이뤄져 있으며, 대다수의 표토가 매우 단단해서 식재 전에 기계로 부숴야 하기도 한다. 이러한 토양은 투수성이 좋고 통풍이 잘되는 데다 물 저장력이 높기에, 오랜 가뭄이 이어지는 후미야 기후에 적합할 뿐 아니라 필록세라의 번식을 허락하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다.
“백악질과 석회석으로 이뤄진 토양이 많은 후미야의 포도나무는 필록세라로부터 저항력이 강했습니다. 19세기 필록세라가 유럽을 강타했을 때, 놀랍게도 이 지역은 필록세라를 피할 수 있었고, 오히려 경제 성장의 기회가 되었죠. 그래서 이곳의 포도나무는 유럽의 다른 곳과는 달리, 저항력이 강한 신세계의 뿌리줄기를 사용한 접붙이기를 하지 않은 올드 바인이 많습니다.”
후미야의 와인 산업은 19세기 중반, 필록세라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전반을 덮치면서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필록세라가 관통하지 못한 척박한 토양, 그리고 혹독한 환경에 매우 강한 품종인 모나스트렐의 조합으로 인해 후미야는 안전할 수 있었다. 필록세라로 인해 폐허가 된 주변 국가에서 후미야에 머스트 수출을 요청하고 엄청난 양의 와인을 구입해 가면서, 후미야 와인은 한 단계 도약하게 된다.
필록세라의 피해를 입지 않은 후미야에는 올드 바인이 많이 남아있다. 올드 바인은 생산량은 적지만 매우 집중도 높은 포도가 열리고, 기후와 토양에 오랜 기간 잘 적응하여 깊이 뿌리내렸기에 매년 안정적인 품질의 포도를 생산한다. 후안 길 와이너리와 호주 최고의 와인 메이커 ‘크리스 링랜드(Chris Ringland)’의 만남으로 탄생한 보데가 엘 니도(Bodegas El Nido) 프로젝트의 와인에 올드 바인을 사용하는 이유다.
“보데가 엘 니도 프로젝트는 생산량을 제한하여 오래 셀러링할 수 있는 최고의 와인에 대한 많은 이들의 요청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를 위해 최고 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는 오래된 포도밭을 선택했으며, 이곳의 모나스트렐 포도나무는 평균 수령이 72년, 최대 9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포도 나무입니다. 이러한 올드 바인 모나스트렐과 카베르네 소비뇽의 블렌딩을 통해, 길 패밀리의 역사와 크리스 링랜드의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와인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친환경 이슈는 와인 업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으며, 최근 환경 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을 피부로 느끼게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더욱 주목받는 이슈가 되었다. 후미야의 혹독한 기후와 토양 조건은 필록세라는 물론, 다른 곰팡이와 해충 발생을 막아주면서, 그 결과 유기농법이 번창하게 되었다. 실제 후미야 시에서는 94% 이상의 포도가 유기농법으로 생산되고 있다.
“우리는 유기농법과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후미야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40%가 유기농이며, 그 비율을 앞으로 계속 늘릴 계획입니다. 우리는 자연 친화적인 에너지를 얻기 위해 태양광 발전소(솔라팜/solar farms)에 투자하고 있으며, 버려지는 포도로 천연 비료를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후미야 재배 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품종은 모나스트렐(Monastrell)로, 단연 이곳이 본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껍질이 두껍고 알이 작은 모나스트렐은 잘 익은 과실 풍미가 풍성하게 표현되고, 색이 짙고 타닌이 풍부하며 상당한 알코올 농도를 가진다. 특히 후미야의 건조하고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생산된 모나스트렐은 더 높은 당도를 보이며, 와인의 알코올 함량이 보통 14.5도를 넘는다.
“모나스트렐은 스페인 남동부가 원산지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어인 무르베드르(Mourvèdre)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훌륭한 적포도 품종은 스페인의 동쪽, 레반트의 회랑지대(Levantine Corridor)를 따라 식재되고 있습니다. 레반트의 회랑지대는 북서쪽으로는 지중해와 남동쪽으로는 아프리카 사막 사이에 위치하는 곳으로, 유럽의 초기 인류의 이동 경로로 알려져 있죠.
후미야 최고의 품종인 모나스트렐은 이 지역에 매우 잘 적응했음을 의심치 않습니다. 후미야의 많은 포도밭은 관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데, 아주 혹독한 기후와 토양 조건을 가진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품종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모나스트렐의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퀄러티 와인 생산지로서의 후미야의 잠재력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외부의 많은 관심이 이곳에 쏟아지게 된다. 다른 지역, 그리고 다른 국가의 생산자들이 후미야에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가르나차, 템프라니요, 시라,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 다양한 품종의 식재가 꾸준히 증가하게 된다. 이들 품종은 모나스트렐과 함께하며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고, 이런 새로운 블렌딩은 국제무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엘 니도 프로젝트의 와인들은 모나스트렐과 함께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 품종이 사용되었습니다. 우리의 와인 메이커인 크리스 링랭드는 후미야의 카베르네 소비뇽 품질에 좋은 인상을 받았죠. 그는 다양한 국제 품종은 물론, 모나스트렐 품종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데, 호주에 100년 된 모나스트렐 포도밭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클리오(Clio)는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모나스트렐의 블렌딩 비율이 더 높아서 마시기에 편하게 느껴지고, 엘 니도(El Nido)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주 품종이기에 매우 오래 숙성할 수 있는 와인입니다. 그리고 시라 역시 모나스트렐, 가르나차와 함께 뛰어난 블렌딩의 매력을 보여주죠. 프랑스 론 지역의 블렌디드 와인처럼요.”
모나스트렐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린 일등 공신, 후미야의 대표 와이너리인 ‘후안 길(Juan GIl)’과 함께 후미야의 랜선 투어를 진행할 수 있어서 매우 감사했다. 그리고 클리오(Clio), 이 와인을 소개할 수 있음에 기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후안 길과 호주 최고의 와인메이커인 크리스 링랜드(Chris Ringland)가 함께하는 ‘보데가 엘 니도(Bodegas El Nido)’ 프로젝트의 와인으로, 올드 바인 모나스트렐 70%와 카베르네 소비뇽 30% 블렌딩 되었다. 프렌치 오크와 아메리칸 오크 배럴에서 24개월 숙성하여 복합미를 더했으며, 우아하고 구조감이 좋은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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