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사랑하는 나는 세계 어느 곳을 가든 여행을 떠나기 전 가볼 만 한 와인바 3곳 정도는 찾아 적어두는 편이다. 최악이었던 곳은 브루나이였는데, 전통적인 이슬람 국가로 관광객에게조차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매우 낙심했던 기억이 있다. 다른 이슬람 국가는 관광객에게만 술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그 나라는 유독 엄격하게 술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 나라가 최악이라는 것은 아니고 와인에 대해서만 그랬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루앙프라방으로 떠나는 짧은 휴가를 준비하며, 나는 몇 군데 와인바를 검색해 놓았다. 언제든 와인을 마실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특히, 음식이 좋은 곳, 전망이 좋은 곳, 가격이 좋은 곳 등으로 구분해서 그날그날 예산이나 기분에 따라 찾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편이다. 작년에 휴가 갔던 라오스의 방비엥은 도시의 규모가 생각보다 작았다. 그래서 프렌치나 이탈리안 식당의 몇몇 와인만이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그러나 루앙프라방은 방비엥보다 와인만을 즐기기 위한 곳이 충분하여 와인 애호가인 나로서는 매우 기분 좋은 여행지였다. 필자가 정리한 와인 마시기 좋은 장소를 마시자 매거진에 소개하려 한다.

1. 수영장 옆에서 마시는 와인 한잔의 여유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여행을 가장 큰 이유는 쉬고 싶어서가 아닐까? 한국에서의 추운 겨울 날씨에 잔뜩 움츠렸던 몸을 따뜻한 나라에 가서 녹이고 한겨울의 여름이라는 사치를 누리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나는 수영을 좋아해서 수영장이 있는 호텔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번 루앙프라방 여행에서도 두 군데의 수영장 있는 호텔에 묵어보며 수영을 하고 와인과 비어 라오를 마시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르센부티크 호텔 같은 경우에는 수영장이 작지만 충분히 깊어서 어른이 놀기에도 좋다. 고도가 높은 루앙프라방의 겨울 날씨는 수영하기에는 다소 쌀쌀하지만, 한낮에는 충분히 가능하다. 르센부티크 호텔의 경우 수영장에 햇빛이 잘 안들어 물이 차가우므로, 가장 더운 때를 노려 수영해야 한다. 와인 한 잔의 가격은 6~7천 원 정도로 라오스의 물가를 고려하면 매우 비싼 편이지만 해피 아워를 이용하면 저렴하게 마실 수도 있다. 르센 부티크 호텔의 1층 객실의 경우 모두 풀액세스룸으로 수영장에서 놀고 샤워하기에도 좋다. 레드와 화이트 모두 칠레 와인이 갖춰져 있었다.

키리다라 호텔은 시내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다. 이 호텔은 산의 중턱 정도에 있어 특유의 전망이 일품이다. 대신 가격은 르센부티크 호텔보다 조금 더 비싼 편이다. 글라스 와인 가격도 좀더 비싸지만 1+1 행사 등을 이용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 고급 호텔을 지향하고 있으나 개인적으로 서비스 수준은 르센부티크 호텔이 더 만족스러웠다. 키리다라 호텔 수영장의 장점은 인피니트풀 형식을 취하고 있어 사진이 매우 잘 나온다는 점이다. 하늘은 담은 수영장에서 수영하며 느끼는 안락함과 평화로움이 있다.

1-1. 르센부티크 호텔 (Le Sen Boutique Hotel)

주소: 113 Manomai Road Ban Mano, Luang Prabang, Manomai Rd, Luang Prabang
연락처: +856 71 261 668

1-2. 키리다라 호텔 (Kiridara Hotel)

주소: 22/13 North Road Ban Naviengkham, Luang Prabang
연락처: +856 71 261 888

2. 음식과 와인을 함께 즐기기에 좋은 레스토랑

음식을 먹으며 와인을 즐기기 좋은 레스토랑으로 ‘만다데라오스’와 ‘탱고르’를 소개하려 한다. 만다데라오스 레스토랑은 입구는 작지만 그 안에 들어서면 수련이 핀 연못이 있다. 가게 내부의 규모가 커서 휴양지의 고급 레스토랑의 아우라를 풍긴다. 가격대는 강남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정도와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원나잇푸드트립’이라는 여행 프로그램에 소개된 적이 있다. 고급 라오스 음식을 접하기에 최상의 장소이며, 프러포즈 장소라고 해도 손색없는 서비스와 비주얼을 갖추고 있다. 글라스 와인은 레드 2개, 화이트 2개, 로제 1개 정도로 구색에 맞게 준비되어 있다. 화이트의 경우, 호주 샤르도네(58,000kip),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72,000kip)이 갖추어져 있다. 레드 글라스 와인은 칠레 카르메네르(58,000kip), 프랑스 론 블렌딩(72,000kip)이, 로제와인으로는 프로방스 로제(68,000kip)로 구성되어 있다. 병 와인으로는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급, 샴페인 등 고급라인이 많고 가격대는 290,000kip에서 3,400,000kip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잊지 못할 파인 다이닝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레스토랑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라오스나 동남아 음식보다 서양 음식을 선호한다면 캐주얼한 프렌치 레스토랑이자 와인바인 ‘탱고르’를 추천하고 싶다. 프렌치 레스토랑이 한국에서는 꽤 비싸므로, 이를 고려하면 한국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글라스 와인의 구성은 레드 2개, 화이트 3개, 로제 1개로 되어 있으며 레드의 경우, 남아공 론 블렌딩(40,000kip)과 이탈리아 보르도 블렌딩(35,000kip)이, 화이트로는 프랑스 소비뇽 블랑(35,000kip)과 아르헨티나 샤르도네(40,000kip), 독일 리슬링(40,000kip)가 판매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로제 와인은 랑그독 로제(40,000kip)가 있다. 위의 구성을 본다면 탱고르는 화이트 와인에 더욱 신경쓰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더운 라오스에서 아무래도 진득한 레드 와인보다는 바디감이 가벼운 화이트 와인에 더 손이 가기 때문일 것이다. 카라프라고 불리는 500ml 짜리 물병에 제공되는 와인은 135,000kip이다. 병와인은 이보다 더 다양한 구성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리스트에 근거하면 탱고르는 샴페인에 강점이 있다.

2-1. Manda de Laos

주소: 10 Norrassan Road, Ban That, Luang Prabang
연락처: +856 71 253 923

2-2. Tangor

주소: 63/6 Sisavangvong Road, Luang Prabang
연락처: +856 71 260 761

3. 와인만 마시기에도 편안한 장소

루앙프라방은 테라스 카페가 발달되어 있다. 메인 스트리트인 시사방봉 길을 따라 야시장이 펼쳐지고 양 옆에는 바(bar)들이 늘어서 있다. 그중에 와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바는 ‘셰 마트(Chez Matt)’, ‘바아방(Bar a vin)’이 있고, ‘라 카사 라오(La Casa Lao)’는 스페인 펍이지만 와인도 서빙한다.
셰 마트는 오후 4시 반쯤 야시장이 열릴 시간에 맞춰서 운영을 시작한다. 샴페인을 포함한 40여 종이 넘는 와인을 갖추고 있으며, 38개가 넘는 위스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전문 바이다. 샹그리아나 다양한 칵테일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는 흥미로운 곳이다. 와인의 가격은 탱고르 레스토랑 수준이다.

라 카사 라오의 경우, 다양한 맥주와 칵테일, 약간의 와인을 취급하고 있다. 글라스 와인은 보르도 레드 블렌딩,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프랑스 로제 등 4개의 평범한 와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곳의 하몽과 스페인 치즈의 종류가 다양해서 와인과 함께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마지막으로 바아방은 프랑스어로 ‘와인 바’라는 뜻이다. 이곳은 와인 바이자 와인 가게다.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다양한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와인 가게라고 볼 수 있다. 혹은 밖에 테라스에 앉아 와인을 글라스로도 즐길 수 있다. 라오스는 12시 이전에 거의 모든 바나 펍이 문을 닫기에 나이트 라이프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 있다. 이런 아쉬움이 남을 때, 호텔에 들어가기 전 와인 한 병을 구매하기 딱 좋은 장소이다.

3-1. Chez Matt

주소: Ban Vat Sene, Luang Prabang
연락처: +856 20 77 779 497

3-2. La Casa Lao

주소: 60/04 Sisavangvong road, Ban Xiengmouan, Luang Prabang
연락처: +856 20 22 841 264

3-3. Bar a vin 2 – Savor’s club

주소: 59 Sisavangvong Road, Ban Xiengmouan, Luang Prabang

자! 그럼 이제 당신은 루앙프라방으로 떠날 준비가 되었다. 언제든 떠나라. 당신의 길잡이가 되어줄 마시자 매거진 와인 가이드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