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육류는 무엇일까? 바로 돼지고기다. 2019년 기준(통계청 자료) 우리나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4.6kg로, 이중 절반을 돼지고기가 차지한다. 삼겹살로 인해 오해가 있지만, 대부분의 돼지고기 부위는 고단백 저지방이며, 무엇보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기기 좋기에 많은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이제는 돼지고기가 ‘금(金)겹살’로 불리며 서민 음식의 타이틀이 무색해지고 있다. 이는 사료용 곡물 가격 상승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재확산이 겹치면서 가격이 너무 오른 탓이다. 생각보다 꽤 많은 물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국은 중국, 일본, 멕시코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돼지고기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2020년 돼지고기 총수입량은 31만 4066톤으로, 국내 수요의 약 30% 수준을 수입하고 있다. 주요 수입국으로 미국이 압도적인 비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스페인,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그리고 칠레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아직 칠레 돼지고기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칠레는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돼지고기 수출국이다. 칠레 수출품에서 육류는 4번째로 큰 식품 분야로, 이중 돼지고기는 전체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칠레 돼지고기의 2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2021년 수출액이 1억 4600만 달러로 2020년 대비 35% 증가했으며, 이는 칠레 전체 육류 수출량의 약 18%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칠레 육류 수출 협회인 칠레까르네(ChileCarne)의 Juan Carlos Domínguez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칠레포크(ChilePork)는 모든 돼지고기 수출 회사를 통합하여 칠레 돼지고기 브랜드를 관리하는 협회다. 그는 칠레 돼지고기 수출의 88%가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로 수출되며, 수출 품목은 각 시장의 특정 요구 사항에 맞춰 조정된다고 말했다.
“칠레의 돼지고기 산업은 지난 30년간 유럽 연합, 일본, 한국과 같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시장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며 성장해 왔습니다. 건강, 안전 및 생물학적 안전에 있어서 최고 수준으로 관리되며 생산되죠.”
그는 한국이 칠레 돼지고기 수출 산업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2001년에 한국 수입업체 대표단이 칠레를 방문했고, 칠레 기업들과 함께 제품 규격을 정하고 마침내 한국에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생산 단계에서 처음부터 한국 수출에 맞춰 설계했죠. 우리의 제품 품질과 제공 방식이 한국에 육류를 수출하는 다른 국가보다 훨씬 높은 기준을 만족했기에 지금의 뛰어난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전 세계 육류 소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 모두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육류 수요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고기는 환경적인 규제와 높은 생산 비용으로 인해 가용성이 제한되어, 돼지고기는 이러한 상황에서 소고기의 훌륭한 대안이 되기에 향후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예상했다.
칠레가 세계적인 돼지고기 수출국 중 하나로 그 지위를 유지하는 특별한 이유가 궁금했다. Domínguez 씨는 3가지 주요 이유로 돼지의 건강 상태, 무역 협정 체결, 칠레의 수출 문화를 꼽았다.
“칠레는 동쪽의 안데스산맥, 북쪽의 사막, 남극의 빙하, 서쪽의 남태평양 바다 등 자연적 장벽으로 외부와 단절됩니다. 이에 더해 세계적 수준의 보건 당국의 노력으로 칠레는 돼지 사육에서 발생하는 많은 질병에서 자유로운 가축 질병 청정국이죠.
또한, 칠레는 가장 많은 무역 협정(현재까지 33개국)을 체결한 국가로, 다양한 국가의 시장에 제품을 소개하는 데 유리합니다. 마지막으로 1,800만 명에 불과한 인구를 가진 칠레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쟁국가와는 달리, 칠레에서의 생산은 주로 수출 지향적으로 운영되죠. 우리는 현지 시장을 위해 생산하고 남은 것을 수출하는 것이 아닌, 수출하기 위해 생산합니다.”
칠레 돼지고기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을 요청하는 나의 질문에 Domínguez 씨는 바비큐를 추천했다. “칠레에서는 바비큐가 매우 유명합니다. 가족과 친구들을 그릴 주위로 모이게 하는 사교 활동의 장이 되죠. 돼지고기는 바비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합니다. 다양한 부위로 다채로운 맛을 제공하죠. 바비큐로 즐기는 돼지갈비, 꼬치 및 여러 종류의 소시지는 칠레에서 축하 자리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돼지고기를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 와인과의 페어링을 알아보자. 돼지고기는 부위와 조리 방법, 특히 사용되는 소스에 따라 와인을 선택해야 한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울 푸드, 구운 삼겹살은 지방이 많아 와인의 높은 산도가 중요하다. 드라이하거나 살짝 단맛이 도는 리슬링(Riesling)이 잘 어울리며, 레드 와인에서는 영(young)한 피노 누아(Pinot Noir) 또는 선선한 지역에서 생산한 카르메네르(Carménère) 와인을 추천한다.
대표적인 돼지고기 요리 중에 풀드 포크(Pulled pork)가 있다. 우리나라의 장조림과 비슷한 풀드 포크는 돼지 어깨살을 약한 불에서 오랜 시간 훈연하여 익힌 후 결대로 찢고, 소스를 뿌려 샌드위치로 즐기기도 한다. 훈연 향이 깊게 배어든 부드럽고 촉촉한 살코기와 풍미 강한 소스를 고려한다면, 풀드 포크에는 진판델(Zinfandel), 메를로(Merlot), 그리고 시라(Syrah) 품종으로 만든 상큼한 로제 와인을 선택할 수 있다.
돼지고기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베이컨. 혀끝을 짜릿하게 만드는 짭조름한 베이컨에는 드라이 스파클링 와인과 게뷔르츠트라미너(Gewürztraminer), 리슬링(Riesling) 등의 화이트 와인, 그리고 바르베라(Barbera)와 피노 누아(Pinot Noir) 등의 레드 와인이 좋은 매칭을 보여준다.
위에서 소개한 품종 모두 칠레에서 뛰어난 품질의 와인으로 생산되고 있다. 칠레 돼지고기와 칠레 와인, 당신의 식탁에 완벽한 페어링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