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의 맥주는 하우스 맥주처럼 집안에서 만들어 자체적으로 소비하거나 주변 이웃들과 나누어 마시는 정도의 술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기술발전은 맥주 유통의 범위를 초월적으로 넓힐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들은 냉장고의 발견, 효모의 발견과 살균, 그리고 마지막으로 병맥주의 생산입니다. 효모의 발견과 살균은 상미 기한과 유통기한을 길게 만들어 오랫동안 보관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냉장고의 발견은 상온에서 변질이 일어나는 것으로부터 보호가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병맥주는 유통의 효율성과 함께 펍에서 생맥주로만 접할 수 있었던 맥주들을 가정에서까지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만드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런 병맥주의 특징과 오해에 관하여 간단히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맥주병의 색상
맥주병은 크게 3가지 색상으로 갈색, 초록색, 투명 이렇게 구분됩니다. 맥주는 자외선으로 인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갈색 병이 적절하지만, 마케팅의 목적으로 다른 색상의 병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최근 ‘카스’의 병 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 ‘테라’의 안정적인 시장 정착은 병의 색상은 맥주 소비에 있어 충분한 효과를 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카스의 경우 투명한 병을 사용할 때 자외선 때문에 일어나는 이취(Off-flavor)를 방지하기 위해 성분이 개량된 홉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이취에 대한 설명은 앞서 기고했던 ‘이취에 대하여’ 편을 보시면 자세히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2. 병맥주란?
병맥주는 병에 보관된 맥주를 뜻하는 것으로 생맥주와의 차이로는 발효를 끝낸 맥주에 효모를 거르거나 살균하는 과정을 통하여 변질을 최소화한 맥주입니다. 아쉽게도 이렇게 여과 과정이나 살균과정을 거친 맥주는 기존의 생맥주보다는 향과 맛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신선하게 추출된 생맥주에 비해서는 맛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국내 대기업의 맥주는 생맥주에도 위와 동일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맛의 차이가 거의 없으며 적절한 보관 방식의 유무와 신선도에 따라 맛의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무조건 병맥주는 살균과 여과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헤페 바이젠(Hefe-Weizen)’의 스타일은 맥주 내부에 효모가 남아있는데 이는 좀 더 효모의 풍미와 무게감을 더해주기 위해 살균만 진행하고 여과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3. Bottle Conditioned Beer
이 맥주는 다른 병맥주와는 달리 살균과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아 살아있는 효모가 같이 들어가 있는데, 특히 벨기에 지방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맥주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국내에서나 미국에서도 공격적으로 많이 생산되고 있기는 합니다.
이러한 맥주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깊은 풍미가 나타나 일부러 숙성해서 먹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하지만 가라앉은 효모가 섞이면 떫은맛을 느낄 수 있어 보관 시에도 세워서 보관하고 따르는 중에도 수직으로 세우지 않고 서빙해야 합니다.
이 맥주를 만들 때는 6개월 된 ‘영 비어(young beer)’와 2~3년 숙성된 맥주를 비율에 맞추어 블렌딩하는데, 6개월 된 영 비어의 경우에는 아직 단맛을 일부 가지고 있어 병입 후에 효모가 이 당을 소비하며 풍미를 더 해줍니다.
대체로 다른 병맥주에 비하여 유통기한이 길지만 적절한 때에 맞춰 맥주를 먹지 못하면 오히려 더 낮은 품질의 맥주를 드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