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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바 Talk] 와인의 빈티지

[와인바 Talk] 와인의 빈티지

Emma Yang 2021년 3월 22일

스물여덟 번째 와인바 Talk, 와인의 빈티지

와인을 배웠거나 많이 접해본 사람이라면 와인의 빈티지가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와인바에 오는 손님 중에도 와인을 고르며 빈티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때가 있는데, 평소에 자주 마시던 와인도 작황이 나쁜 해는 거르고 좋은 해의 와인만 마시기도 한다. 한 번은 손님이 와인을 주문할 때 “빈티지 와인으로 주세요.”라고 이야기했던 경우가 있었다. 손님의 의도는 아마 일반적으로 ‘빈티지’라는 단어가 가지는 ‘오래된’이라는 의미였겠지만, 와인에서는 이 빈티지라는 단어의 뜻이 달라지기 때문에 원하는 바를 정확히 말해야 한다.

와인의 빈티지(vintage)란, 와인을 만든 포도를 수확한 해를 뜻한다. 와인은 포도 이외의 다른 재료는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포도가 와인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봐도 무관하다. 포도의 작황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고, 이 날씨에 따라 한 해의 와인 농사가 결정된다. 그래서 그해의 기후가 어떠했는지가 궁금한 것이고, 좋은 기후에 포도 작황이 좋았던 해의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고 평가받는 것이다. 포도 작황이 좋은 해는 와인이 출시되기도 전에 선물거래(엉프리뫼르, En Primeur)로 비싼 가격에 팔려나간다.

[보르도 2018년도 엉프리뫼르]

포도 생장 시기의 지역별 차이에 따라 빈티지도 차이를 보이는데, 크게 지구의 북반구에 위치한 나라와 남반구에 위치한 나라로 구분된다. 북반구에 있는 유럽이나 북미 지역 등의 경우 4월에서 10월이 포도 생장 주기이고, 남반구에 있는 호주, 뉴질랜드와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는 10월에 시작해서 다음 해 4월에 수확한다. 그래서 남반구에 있는 국가들의 빈티지가 북반구보다 한 해 느리다. 빈티지는 최종적으로 포도가 수확된 해이기 때문에 와인이 생산되어 병입되고 출고된 날과는 무관하다.

포도의 생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조량이다. 일조량은 포도나무의 광합성을 일으키는 요소로써 광합성을 통해 포도나무의 잎과 줄기, 열매에 갖은 영양분을 공급하고 포도 알갱이의 당분을 책임진다. 일조량이 좋지 않으면 포도 알갱이가 정상적인 숙성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되면 알갱이 껍질이나 그 밖의 부위에서 생성되는 타닌(tannin)이나 안토시아닌(anthocyanin) 등의 성분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이 성분들은 와인의 맛이나 색 등 와인의 품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 적절한 일조량은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과한 일조량은 포도나무를 말려 죽이거나 생장을 멈추게 한다.

[일조량은 포도의 생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강수량 역시 포도의 생장에 중요한 요소이다. 포도나무의 새순이 돋는 봄철의 강수는 포도나무와 포도의 생장에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포도의 성장기와 수확기의 강수는 포도에 악영향을 끼친다. 비가 많이 오게 되면 포도 알갱이가 수분을 많이 머금어 당분이 낮아져 싱거워지거나 포도에 곰팡이가 일어나 작황을 망친다. 또한 비가 오면 구름이 햇빛을 가려 일조량이 적어지는 현상이 생긴다. 강수량뿐만 아니라 온도 역시 포도의 생장 시기에 따라 너무 낮거나 높으면 문제가 된다.

일반 소비자들이 연도에 따른 기후와 와인의 상태를 지역별로 찾아 기억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것을 표로 만들어 확인하기 쉽게 만든 것이 바로 빈티지 차트(vintage chart)이다. 매해 와인 전문가들은 그해의 포도 작황을 확인하고, 생산된 와인을 깊이 있게 테이스팅하여 점수를 책정한다. 미국의 와인 전문 매거진인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와 와인 평론가로 유명한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가 운영하는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 영국의 오래된 와인 기업이자 와인 최고 전문가인 마스터 소믈리에(Master Sommelier)들이 소속되어 있는 베리 브로스 앤 루드(Berry Bros. & Rudd) 등이 와인 빈티지 차트를 제공하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양의 비는 포도의 생장에 필요하다.]

포도 품종에 따라 선호하는 알맞은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빈티지라고 하여도 품종이 다르다면 얼마든지 와인의 품질 차이가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의 경우 덥고, 건조하며 일조량이 많은 기후를 선호하는 반면, 리슬링(Riesling)의 경우는 적절한 일조량과 서늘한 저녁 기후가 포도의 생장에 좋다.

유럽 국가들이 있는 구세계 와인의 경우 국가와 지역별로 재배하는 품종이 어느 정도는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보니 국가와 지역으로 나눠 빈티지 차트를 제공해도 큰 무리가 없지만,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신세계 국가에서는 많은 품종을 재배하고 있어 국가와 지역으로만 나눠서 차트를 제공한다면 차트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세계 국가의 빈티지 차트는 품종별로 나누어 제공한다. 빈티지 차트를 제공하는 곳에 따라 와인을 100점 만점이나 10점 만점 기준으로 표기하는데, 점수에 덧붙여 적정 시음 시기를 표기해 놓아 일반 소비자들이 빈티지 차트를 확인하여 와인 오픈 시기를 결정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와인 애드버킷 와인 빈티지 차트]

와인 중에는 빈티지가 표기되어 있지 않은 와인도 꽤 있다. 대표적인 예가 샴페인(Champagne)인데, 여러 해의 와인을 섞어 샴페인 하우스(house)만의 기술력으로 일정한 퀄리티의 샴페인을 매해 생산한다. 이 경우에 빈티지를 표시하지 않고 ‘N.V.’ 즉, Non-Vintage 와인이라 표기한다. 샴페인은 보통 단일 해의 포도로 만든 와인인 빈티지가 있는 와인의 가격이 좀 더 비싼 편이다. 주정 강화 와인(Fortified wine)에는 빈티지를 표시하지 않고 몇 년 정도 숙성된 와인이라고 숙성 연도를 표기한 때도 많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한 와인은 특별히 지정한 몇몇 해의 와인을 섞어 만들기도 한다.

단일 해의 포도로만 만들었다고 최고의 와인이라고 할 수도 없고, 여러 해의 와인을 섞었다고 나쁜 와인도 아니다. 빈티지는 그해의 포도 작황이 어땠는지 객관적으로 말해주는 지표일지 모르나 와인은 포도 작황만이 생산 과정의 전부라고 할 수 없는 아주 오묘하고 복잡한 술이다. 포도 작황이 어려웠던 해에는 생산자의 더 많은 땀과 노력이 들어간 훌륭한 와인이 생산된 해일 수도 있다.

[세 개의 빈티지를 섞어 만든 스페인 최고의 와인, 베가 시실리아 우니꼬 레세르바 에스페샬]

모든 와인을 구매할 때 반드시 빈티지를 고려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와인을 만드는 포도의 작황이 날씨와 기후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 조건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지역이라면 빈티지 간의 품질 차이가 크지 않다. 호주, 아르헨티나, 남부 이탈리아나 포르투갈 같은 경우 매해 포도 작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와인의 품질이 일정한 편이다.

와인 생산의 경우 작은 와이너리부터 대량 생산하는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대량 생산 기업의 경우 알코올의 농도나 산도, 당도 등을 정밀히 확인하고 계산해 매번 같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빈티지에 따른 품질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그에 반해 프랑스의 보르도나 부르고뉴, 북부 이탈리아나 독일 등의 경우는 매해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 변화 때문에 빈티지의 차이가 크게 나는 지역이다. 이런 지역의 와인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빈티지 차트를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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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와인을 쉽고 재밌게 마시는 그 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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