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년간 오크통은 와인을 만들고 숙성하는데 가장 인기 있고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나치게 강한 오크 향보다는 섬세하고 균형감이 좋은 와인을 소비하는 방향으로 선진 와인 소비국의 선호는 변화하고 있지만, 레드 와인을 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와인으로 숙성시키고 화이트 와인이 매우 다양한 캐릭터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오크통 숙성의 마법을 얻기 위해 특히 남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의 와인 생산자들은 새로운 오크통을 여전히 매년 혹은 매우 자주 구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크가 아닌 다른 나무 소재로 실험을 해보거나 와인을 생산하는 곳도 있지만, 와인을 위한 용기의 소재로 이미 자리 잡은 오크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누구나 알고 있는 와인 양조의 중요한 도구입니다. 더불어 지난 20년간 오크통 중에서도 바리크(Barrique)라 불리는 작은 사이즈의 오크통이 와인 양조의 유행처럼 두루 쓰여왔습니다.
오크통은 어떻게 와인의 세계에 등장했을까
와인을 비롯한 액체를 보관하고 운반하기 위해 만든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용기는 토기였지만, 시간이 흘러 운송과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서기 2세기, 잘 깨지거나 보관 운송이 까다로운 토기나 도자기를 오늘날의 와인 통 모양의 용기가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나무와 금속으로 만들어져 상대적으로 가볍지만 견고하고 둥근 형태 덕분에 운반에 용이하며, 와인을 운송하는 동안 나무가 와인의 구조감을 이끌어내는 등 여러 장점을 인정받아 널리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오크통의 소재와 특성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오크통의 소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미국의 화이트 오크와 유럽 오크인데, 와인 생산지와 가까운 곳에서 만드는 오크통을 쓰기보다 와인 생산자가 만들고자 하는 와인의 스타일을 위해 오크통을 선택합니다. 미국의 화이트 오크는 유럽 오크에 비해 더 강한 맛과 향을 담은 개성을 보여주는데, 특유의 달큰한 뉘앙스로 와인은 물론 위스키 생산을 위해서도 많이 쓰입니다. 참고로 유럽 생산지 중 미국의 오크통을 주로 쓰는 대표 지역은 레드와인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주산지, 리오하입니다.
오크통 숙성 기간과 사이즈는 와인의 맛과 향에 큰 영향을 줍니다. 작은 오크통은 와인과 나무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바닐라에서 스모키함까지 다양하게 표현되는 오크의 특징을 와인에 입히기에 좋습니다. 오크통은 레드 와인이 가진 타닌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조절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첫째, 오크통의 나무가 가진 타닌이 와인으로 이동하며, 두 번째로 나무가 포도 껍질에서 나오는 거친 타닌을 안정화시켜 실키한 질감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오크통의 테크닉을 잘 이용하는 와인 생산자들은 와인을 1년에서 2년간 오크통에 숙성하며 천천히 산화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동시에 자연스럽게 청징하고 와인을 안정시킬 수 있어 이를 위해 특별한 첨가제를 넣지 않습니다. 오크통 사용을 통해 와인의 에이징 가능성을 늘리고 병입 후 좀 더 장기간 보관하고 마실 수 있도록 와인의 수명을 늘리는데 중요한 와인 양조의 과정이자 요소입니다.
반면, 작은 오크통이 와인과 접촉해 포도 본연이 가진 개성을 가리는 부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생산자들은 500 리터 이상의 큰 사이즈 오크통이나 새로 만들어진 오크통 대신 이미 여러 번 사용되었던 것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오크통의 이름과 크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바리크(Barrique) : 225 리터
– 배럴(Barrel) : 300- 860 리터를 두루 일컫지만, 그 이상의 용량도 동일한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음
– 펀천(Puncheon) : 500 리터 이상
까다롭게 고른 목재를 단단하게 붙이고 구워 만드는 오크통
오크통 만들기는 로부르 참나무(Quercus Robur)라 불리는 오크 나무의 한 종류를 자르는 데서 시작됩니다. 나무가 천천히 빽빽한 밀도로 자랄 수 있는 시원한 기후조건을 가진 프랑스 중부와 동부에 위치한 숲에서 자라는 나무의 우수한 질이 이미 알려져 있으며, 슬로베니아나 러시아와 같은 동유럽에서도 조금씩 질이 향상된 오크를 생산하지만 여전히 프랑스 오크의 우수성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합니다.
나무 한 그루에서 생산할 수 있는 오크통은 크기에 따라 두 개에서 네 개가량입니다. 수작업으로 자른 널조각을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3~5년간 잘 말리는데, 이는 오크통에서 새어 나가는 와인을 최소화하고 부드럽고 섬세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타닌을 조절하는 과정입니다. 잘 말린 후 필요에 따라 약간의 물을 뿌려가며 최종 나무가 가진 15%의 수분을 가지도록 합니다.
널의 여러 조각을 단단히 맞추어 둥글게 모양을 잡고 임시 금속테로 고정시킨 후 약 160도 정도의 온도를 기본으로 내부 토스팅을 한 후 와인통의 널을 영구 고정시키는 금속 테로 바닥과 윗부분을 잡아 고정시킵니다. 최종 마무리를 위해 차가운 물을 배럴에 넣고 공기압기를 이용해 새는 부분이 없는지 검사한 후 생산자의 낙인을 찍어 완성되는 오크통은 개 당 500-600 달러가량에 판매된다고 합니다.
오크나무의 출신만큼이나 로스팅의 정도는 와인의 맛과 향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커피콩을 볶아 커피 맛과 향의 강약과 아로마를 조절하는 것처럼 불로 라이트, 미디엄, 다크 로스팅(굽는) 작업을 통해 오크통의 스타일을 정합니다. 오크통을 약하게 구우면 바닐라와 캐러멜 향이 진하게 나는 반면, 다크 로스팅을 하면 스모키한 향을 더 많이 뿜어냅니다.
오크통 생산의 명인 그리고 대표적인 생산국, 프랑스
잘츠부르크와 빈 사이에 위치한 작은 마을, 베이드오픈(Waidhofen)에 위치한 가족 경영의 Stockinger는 오크를 쓰는 와인 생산자들의 스트라디바리우스(바이올린을 만드는 최고장인)라 불리는 곳입니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그리고 독일, 헝가리와 루마니아 등에서 생산되는 나무를 이용해 만든 최고급 오크통을 섬세한 와인을 만들고자 하는 프랑스와 전 세계 유명 생산자들이 구입합니다.
주요 와인 생산지의 명성만큼 유명한 오크통은 여전히 프랑스의 여러 업체가 생산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국가와 공기관의 규제 아래 전통적으로 잘 관리된 오크나무 숲을 가지고 있어 주요 생산국으로 몇십 년간 그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와이너리를 방문할 때 아래의 생산자 이름 중 하나가 있는지 한 번 확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François Frères group / Seguin Moreau / Charlois group / Damy / Vicard / Sylvain / Boutes / Dargaud & Jae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