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와인 전문가는 물론 와인 애호가들도 포도를 수확하는 방식이나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공부하고 자세히 알고자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와인 산업에서 일하거나 와인을 즐겨 마시는 여러분은 엘르바쥬(élevage)라는 단어를 분명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와인 생산자들이 강조하고 자세히 설명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와인의 특징을 이야기할 때 본래의 의미를 훼손하거나 왜곡하지 않도록 영어나 다른 언어로 번역하지 않는 테루아(terroir)라는 프랑스 단어처럼, 와인을 발효한 후 숙성해 병입 전 과정을 이야기하는 단어인 엘르바쥬라는 단어는 본래 프랑스어로, 시간을 들여 작물이나 동물을 길러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와인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한 해의 날씨와 포도 품종의 특성, 토양의 특징을 잘 담기 위해 포도를 잘 기르고 수확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 포도를 발효 후 거치는 엘르바쥬는 소비자가 마시는 와인의 완성도나 매력이 결정되는 과정입니다. 엘르바쥬를 하는 동안 와인 생산자가 선택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과정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여러 나라에서 자주 사용되는 프랑스식 용어의 발음과 표기에 영문 표현을 더 했습니다.
1) 바토나쥬(bâtonnage)/stirring settled lees : 발효 후 침전된 효모와 포도의 잔여물을 와인과 섞어주는 과정입니다. 철제 등의 소재로 제작된 장대로 침전물을 저어주는 과정은 부르고뉴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오크 배럴의 화이트 와인에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균형 있는 와인의 맛과 질감에 도움을 주며, 산화나 리덕션에서 와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고 합니다.
2) 우이야쥬(ouillage)/topping up : 와인이 오크 통 안에서 증발하거나 오크통에 흡수되는 경우 와인을 배럴에 더해주는 방식으로 산화(아세트산 발생)의 가능성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합니다.
3) 수티라쥬(soutirage)/racking : 전통적으로 중력을 통해 와인을 한 용기에서 다른 용기로 옮기며 원하지 않는 잔여물을 제거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4) 아상블라쥬(assemblage)/blending : 다른 해 혹은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을 섞어 와인의 균형감과 조화, 복잡미묘함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5) 꼴라쥬(collage)/fining : 부레나 젤라틴 등의 작용물을 첨가해 와인을 청징하는 작업입니다. 최근 베지터리언이나 비건도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곡물 혹은 감자로 만든 에이전트(작용물)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6) 필트라시옹(filtration)/filtration : 병입 전 여과를 통해 잔여물을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내추럴 와인은 물론 그 외의 와인에도 중력을 이용한 방식으로 침전물을 제거할 뿐, 이 과정 자체를 생략하는 와인 생산자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이 생각하는 엘르바쥬를 위한 용기, 소재와 특성에 대해서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은 위에서 언급된 엘르바쥬 과정의 많은 부분을 생략하며 외부에서 특정한 물질이나 인공적인 방식이 더해지는 것을 최소화 하려 합니다. 현대화된 양조시설에서 자주 사용하는 오크와 스테인레스 스틸 외에도 병입 전 와인의 엘르바쥬를 위한 용기의 소재에 대해 자주 언급하기에, 많은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이 생각하는 소재별 특징을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1) 오크 배럴 : 오크 소재의 배럴은 와인과 외부의 산소, 그리고 와인과 오크 소재 사이에서 비교적 많은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224 리터(barrique), 228 리터(bourguignonne), 500 리터(demi-muid), 수천 리터(foudre) 등 오크 배럴의 크기에 따라 와인에 주는 영향이 달라지지만, 오크 배럴을 몇 번이나 사용하였는지도 와인에 꽤나 다른 영향을 미칩니다. 오크의 강한 향이 와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기에 이미 여러 번 사용된 오크 배럴을 와인 양조에 사용하며, 오크 향이 강하게 나는 스타일의 와인을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생산자들이 많습니다.
2) 콘크리트 : 외부와의 미세한 접촉으로 기대하는 와인을 생산하기에 좋은 장점을 가진 콘크리트 소재는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콘크리트 소재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콘크리트로만 만들어진 용기는 다공성의 공기 영향을 천천히, 미세하고 잔잔하게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세척이 쉽지 않고, 다른 소재로 코팅된 콘크리트 용기는 스테인레스 스틸 용기의 장점과 단점을 유사하게 가집니다.
3) 토기(암포라) : 많은 생산자들이 암포라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암포라가 전 세계에서 개발/생산되고 있습니다. 내추럴 와인의 성지로 불리는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에서 오래전부터 암포라에 와인을 만들어온 오랜 역사가 있으며, 오크 배럴이 주는 향과 맛의 영향은 없지만 동일한 미세산화(micro oxygenation) 효과를 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4) 스테인레스 스틸 : 맛과 향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 중성적인 소재이며 산화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스테인레스 스틸은 뚜껑처럼 닫을 수 있는 형태로 많이 제작되며, 깨끗한 아로마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5) 레진과 폴리에스테르, 파이버글라스 : 온도에 민감할 수 있으므로 놓여진 공간의 환경에 신경을 써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매우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소재입니다. 리덕션의 우려가 종종 발견되지만 이에 대해 경험이 많은 생산자들은 충분히 컨트롤을 할 수 있다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