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시대가 변하며 영화 관람의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정해진 상영작 중 하나를 골라, 2시간을 가만히 앉아서 영화를 보는 전형적인 관람 문화에 대한 고정 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며 다이닝을 즐기거나, 영화에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함께 춤을 추는 참여형 관람 문화를 기획하거나, 다양한 컬러감을 강조하며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 영화관도 나왔다. 이와 함께,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의 모든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나 나만의 영화관을 만들어 원하는 영화를 소비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자리에는 또 다른 취향의 한 조각이 더해진다.
영화 애호가이자 와인 애호가들이 모였다. 이번 픽커스 테이블을 진행하며, 같은 취향을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만난 사이라는 것이 무색하게도, 영화와 와인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패널들은 마치 오랜 인연을 가진 이들처럼 즐거운 토론의 시간을 이어갔다.
스파클링 와인을 시작으로 바디감의 차이를 보이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그리고 마지막 스위트 와인까지, 각각 다른 스타일의 와인 7종이 준비되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1차 평가를 한 후, 와인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2차 평가를 거쳤다. 이번 7종의 와인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와인은 다소 묵직한 바디감과 복합적인 풍미를 보여준 ‘이 카피타니 파이우스 캄파니아 비앙코(I Capitani Faius Campania Bianco) 2016’이었다. 각 와인에 어울리는 패널들의 추천 영화도 함께 소개하니, 그 궁합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1. 이 카피타니 파이우스 캄파니아 비앙코(I Capitani Faius Campania Bianco) 2016
생산 지역. 이탈리아 캄파니아 / 품종. 피아노, 그레코, 팔랑기나 / 수입처. 어벤져스와인
[신동국 / 오랜 인연이 주는 안정적이고 포근한 매력] 최근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보헤미안 랩소디’를 볼 때, 영화관에서 와인을 마시며 노래를 따라 불렀던 재미있는 추억이 있습니다. 영화에 와인이 함께하면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려 주죠. 황금빛 색과 친근한 꽃 향이 매력적인 이 와인은 은은한 오크 뉘앙스도 복합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호두와 치즈 등의 간단한 안주를 곁들이면, 서로의 비슷한 풍미를 북돋아 주면서도 와인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산미가 있으면서도 혀에 착착 감기는 맛에서 오랜 친구와 오래된 연인이 생각나네요. 로맨스 영화에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평소 화이트 와인을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인데, 이 와인의 매력에 흠뻑 빠졌네요.
2. 페우도 아란치오 아큐씨 엑스트라 드라이(Feudo Arancio Accussi Extra Dry) NV
생산 지역. 이탈리아 시칠리아 / 품종. 그릴로 / 수입처. 위매드
[이재광 / 로코의 단짝 와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런 영화에는 가벼운 스파클링 와인이나 생생한 과일 향을 느낄 수 있는 레드 와인이 어울리죠. 이 와인도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파삭한 산도와 복숭아 향이 느껴지고 탄산이 강하지 않아서 좋아요. 그리고 처음 맛볼 때는 단맛이 느껴지지 않고 약간의 허브와 구운 빵 내음, 견과류 풍미가 살짝 올라와요. 하지만 버블감이 사라지고 나면, 살짝 달콤한 뉘앙스를 느낄 수 있네요. 바삭바삭하고 짭짤한 팝콘이나 감자칩과 마시면 끊임없이 먹게 될 듯해요. 미드 ‘프렌즈’처럼 소소한 일상을 담은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마시고 싶어요.
3. 돈나푸가타 루메라(Donnafugata Lumera) 2017
생산 지역. 이탈리아 시칠리아 / 품종. 네로 다볼라, 피노 누아, 시라 / 수입처. 나라셀라
[권예진 / 리프레쉬 아이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최소 90분 이상을 한자리에 머물며 몰두해야 하는 행위이기에, 정신은 아니더라도 신체적으로 지칠 수가 있죠. 영화의 흐름에 페이스를 맞추며 와인을 즐기다 보면, 지쳐가는 신체에 천천히 숨을 불어 넣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번에 마음에 쏙 드는 로제 와인을 발견했어요. 이렇게 달지 않은 로제 와인은 처음! 하지만 아주 미묘하게 달콤한 뉘앙스가 길게 여운을 남겨요. 아름다운 색과 오묘한 맛을 보여주는 이 와인에서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떠올랐어요. 오드리 햅번의 고전 영화를 보면서 마셔도 좋을 것 같아요.
4. 타피 – 피노 누아(TAPI – Pinot Noir) 2017
생산 지역. 뉴질랜드 말보로 / 품종. 피노 누아 / 수입처. 그레이프코리아
[이승주 / 짜릿하게 자극 폭발!] 흥행하는 영화를 놓치지 않고 챙겨보고, 특히 로맨스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화이트 와인을 선호하는 편인데요. 레드 와인으로 고른다면, 이 와인이 좋을 듯합니다. 잔에 담긴 맑고 옅은 와인 색만 봐도 피노 누아임을 알 수 있어요. 레드 베리류의 신선한 과실 향과 가벼운 오크 풍미들을 느낄 수 있고, 타닌보다 산도가 더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끝에서 약간 맵싸하고 짭조름한 뉘앙스가 같이 밀려오는데, 액션 영화를 볼 때 매콤한 파스타를 먹으며 이 와인을 곁들이면 자극 폭발할 듯합니다.
5. 도멘 타리케 클래식(Domaine Tariquet Classic) 2017
생산 지역. 프랑스 남서프랑스 / 품종. 위니 블랑, 콜롬바드, 소비뇽 블랑, 그로 망상 / 수입처. 국순당
[김주연 / 차분한 휴식이 필요할 때] 와인을 마시며 영화를 보면 감정몰입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영화에 맞춰 준비하는 와인이 달라지지만, 보통 드라이한 레드 와인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물론 밝고 러블리한 영화에는 샴페인이 제격이죠. 이 와인에서는 꽤 높은 산도를 느낄 수 있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피니쉬에 짠맛이 있어서, 해물이 들어간 부추전이나 참치 카나페 등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비 오는 날 집에서 엄마와 해물파전을 만들어 먹으며 잔잔한 영화를 틀어놓고 마시고 싶어요. ‘너의 이름은’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맑고 깨끗한 애니메이션도 좋을 것 같아요.
6. 까잘 가르시아, 스위트(Casal Garcia, Sweet) NV
생산 지역. 포르투갈 미뉴 / 품종. 트라자두라, 아린투, 로우레이로, 아잘 / 수입처. 올빈와인
[이효진 / 로맨스에는 역시 스위트 와인] 공포를 제외한 모든 장르의 영화를 가리지 않고 보지만, 특히 로맨스 영화를 좋아해요. 사랑 이야기에는 역시 달콤한 스위트 와인이죠! 이 와인처럼요. 달콤한 열대과일, 푸릇한 사과와 청포도, 흰 꽃향기도 느껴져요. 당도가 꽤 있는 듯하지만, 밸런스 좋은 산도와 푸릇한 풍미가 합쳐져서 너무 강렬한 단맛은 아니에요. 알코올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맛있다고 홀짝홀짝 마시다가는 취할 수도 있어요!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사랑하는 이들과 이 와인처럼 달콤한 영화를 보면 마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7. 킬리빙빙 스크림 쉬라즈(Killibinbin Scream Shiraz) 2013
생산 지역. 호주 랭혼 크릭 / 품종. 쉬라즈 / 수입처. 유와인
[이승준 / 좋아함에 좋아함을 더하다] 독립 영화나 다큐 영화를 즐겨 보기에, 와인 역시 바디감 있는 레드 와인을 선호합니다. 영화를 보며 천천히 와인을 즐기다 보면, 극의 진행과 함께 와인의 변화를 느끼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와인을 마시는 순간,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을 다시 보면서 천천히 즐기고 싶어졌습니다. 한 모금 머금는 순간, 놀랄 정도의 붉은 과실 향과 약간의 짠맛이 입에서 퍼지며 감탄을 하게 됩니다. 상당히 드라이하고 바디감과 타닌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네요. 스턱 인 러브, 러브 로지 등 로맨틱 코미디나 로맨스 영화에 잘 어울리는 와인이에요.
Tip. 각 와인의 자세한 정보 및 모든 패널들의 리뷰는 AI 기반 주류 검색 서비스, 마시자GO 앱과 매일 하나의 와인을 추천하는 Wine Pick에서 만나볼 수 있다.
[Pickers’ table이란?] 픽커스 테이블은 소비자가 현재 가장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반영한 주제를 선정하여 격주로 진행되는 시음회이다. 각 주제에 맞춰 선정된 와인을 시음한 패널들의 리뷰는 Wine Pick 기사 컨텐츠와 마시자Go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Wine Pick이란?] 와인 픽은 픽커스 테이블에서 소개된 와인을 하나씩 추천하는 서비스로, 마시자Go를 통해 와인 정보와 소비자의 시음평을 확인하고 예약 서비스를 통해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