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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RUM), 해적의 술에서 황금술로 재탄생하다

럼(RUM), 해적의 술에서 황금술로 재탄생하다

임지연 2019년 9월 17일

럼(RUM)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해적들이 바다를 해항할 때 즐겨 마시던 술이라고 해서 ‘해적 술’이라는 별명으로 불려왔다. 실제로 럼의 주요 생산지는 카리브해 연안 인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이 일대는 유독 해적선들이 자주 출몰하던 곳이다. 해적선을 타고 세계 여러 곳의 대륙을 횡단한 해적들이 먼 거리 해항 시 즐겨 마신 술로 유명하다.
그런데 럼에 뒤따르는 해적술이라는 명칭 이외의 피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오명은 ‘저가에 유통되는 저품질 술’이라는 인식이었다.
실제로 럼의 주원료로 당밀이 꼽히는데, 당밀은 예로부터 제당 공업의 부산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제당 공업의 부사물인 당밀은 뜨겁게 타는 듯한 날씨를 가진 열대 지역에서 쉽게 발효, 알코올로 변화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알코올을 증류한 것이 바로 럼이었기 때문에 일각에서 지적해온 ‘저가의 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이유로 알코올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전문 주류 매장에서도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럼’을 값 싼 하급주류로 치부해오곤 했다. 사탕수수의 당밀을 주요 원료로 하고 있는 덕분에 풍미가 좋고 단맛의 향을 독특하게 품고 있는 럼이지만, 하급주류라는 인식은 한동안 럼에 대한 평가 절하를 불러왔던 셈이다.

하와이의 전통 술, ‘황금술’ 쿨라럼(Kula Rum)

그런데 하와이 주에서 직접 생산된 럼만큼은 ‘해적술’이라는 명칭 대신 ‘황금술’이라는 보다 특별한 애칭이 붙여져 이목이 집중된다.
실제로 하와이 주 마우이섬(MAUI)에서 직접 생산된 럼은 지난 2014년 말 론칭, ‘쿨라(KULA)’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현지인들은 물론이고 이곳을 찾아오는 많은 수의 여행객들 사이에서 큰 호평을 받아오고 있다.
‘쿨라’라는 명칭과 관련해 살짝 여담을 늘어놓자면, ‘쿨라’는 하와이 전통 언어로 ‘황금(kula)’을 뜻하는 단어다. 현재도 대부분의 하와이 원주민 가정에서 하와이 전통 언어를 사용할 정도로 현지 문화와 언어에 대한 인식이 뚜렷한 이곳에서 ‘쿨라럼(kula rum)’은 하와이안들에게 자신들을 대표하는 전통 술이라는 자부심을 붙여 준 것과 다름없는 의미였을 것이다.

쿨라럼을 현지에서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다니엘 K. 이노우에 국제공항 내부의 면세점

실제로 하와이 주에서도 제법 큰 섬으로 꼽히는 마우이섬의 할레아칼라 언덕에는 옛 정취가 그대로 살아있는 시골 마을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 마을은 ‘황금’을 뜻하는 ‘쿨라’로 불리는데, 바로 이곳에서 ‘쿨라럼’이 생산되어 하와이주 전역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원래 명칭은 ‘업컨트리 마우이’이지만, 쿨라럼의 주요 생산지로 더 큰 유명세를 얻은 덕분에 ‘쿨라’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그리고 이 마을 중심에는 아주 오래 전 화산 활동이 있었던 비옥한 화산토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바로 이 화산토에서 농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해 쿨라럼 제조 원료로 활용해오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쿨라럼에 사용되는 사탕수수를 비롯한 주요 원료들이 100%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속가능한 럼 제조와 판매 등을 위해 유기농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금 느리지만, 보다 완벽한 맛과 풍미를 담아내기 위한 하와이안 특유의 생산 방식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 마을을 중심으로 제조, 유통되는 쿨라럼의 종류는 총 3가지다. 기존의 투명한 색을 띤 화이트럼(오리지널 오가닉 럼, Kula Organic Rum, 40% ABV)과 골드 코코넛 럼(Kula Toasted Coconut Rum, 35% ABV), 다크럼(Kula Dark Rum, 47.5% ABV) 등으로 구분된다. 보통 럼의 종류는 사탕수수의 당밀로 만든 캐러멀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조절한 색깔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양한 주류를 취급하는 면세점 내부 가장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쿨라럼’. 그만큼 하와이를 대표하는 주류로 꼽혀오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쿨라럼의 종류 역시 이 같은 색상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고객들에게 가장 익숙한 오리지널 오가닉 럼의 경우 현지에서 생산되는 보드카와 동일한 원료로 제조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쿨라럼의 오리지널 오가닉 럼의 맛이 마치 열대의 꽃향기를 그대로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아오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한, 골드 코코넛 럼 또는 쿨라 토스티드 코코넛 럼으로 불리는 럼은 카라멜로 만든 코코넛 설탕으로 맛의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다. 이 제품 역시 100% 유기농으로 재배된 천연 카라멜 색소를 사용하여, 재료 본연의 맛을 구현해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쿨라 다크럼의 경우, 무려 10년 이상 숙성된 럼 추출물의 원액을 혼합하여 기존의 럼과 비교하여 보다 풍부하고 깊은 맛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한층 진한 카라멜을 더해 다크한 빛을 냈다.
쿨라럼의 재미는 이 뿐만이 아니다. 쿨라럼의 주요 원료인 사탕수수 밭은 외부에서 찾아오는 여행자들을 위해 사시사철 개방돼 있다. 쿨라럼의 생산 과정과 제조 방식 등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하고 싶은 여행자들을 위해, 방문 하루 전 예약자에 한해 365일 언제든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 ‘쿨라 투어’를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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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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