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강화 와인으로 널리 알려진 쉐리는, 주정 강화를 하지 않아도 쉐리라는 이름을 쓸 수 있도록 2019년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습니다. 쉐리의 전통을 되살리고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와이너리와 헤레즈 지역이 겪어온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래전 와인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시험을 보기 위해 열심히 외웠던 주정 강화 와인의 종류와 그 지역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포트 와인 외에도,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이탈리아의 마르살라, 프랑스의 뱅 두 나투렐, 그리고 스페인 남부에서 생산하는 쉐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주정 강화 와인의 이름입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한 가지 놀라운 소식을 전하자면, 2019년 3월, 주정 강화를 하지 않은 와인 또한 공식적으로 쉐리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될 수 있도록 스페인 안달루시아 농림부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D.O. Jerez-Xérèz-Sherry를 교체하기 위한 유럽연합의 허가를 최종적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쉐리는 주정 강화를 하지 않은 와인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 곧 와인 교과서의 최신판에 추가될 것이라는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쉐리가 생산되는 헤레즈는 약 3000년 전부터 와인을 만들어온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솔레라 시스템을 포함해 오늘날 전통으로 여겨지는 다양한 와인 메이킹의 기술은 18세기부터 만들어졌기에 오래된 와인 주조의 역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최근에 만들어진 것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쉐리를 만드는 방식은 2011년 업데이트된 Pilego de Condiciones라는 문서에서 그 역사의 일부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문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쉐리라는 와인이 1935년에 주정 강화를 한 와인으로 명문화되었다는 것인데요, 그 이전엔 주정 강화를 하지 않은 vinos de pasto라 불리는 와인이 현재의 쉐리 지역에서 더 많이 소비되었고, 장기 운송을 위해 주정 강화를 한 와인보다 더 나은 퀄리티로 인정받았던 와인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어떻게 ‘쉐리 = 스페인 주정 강화 와인’의 대명사라는 공식이 생겼을까요?
17세기와 18세기, 쉐리는 영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매우 인기 있는 와인이었고, 스페인에서도 외국의 자본이 가장 먼저 들어온 와인 산지였다고 합니다. 여러 나라에 수출하기 위해 와인의 운송을 쉽게 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주정 강화는 그 방식의 하나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초까지도 현재 쉐리에 대해 설명할 때 강조하는 에이징에 대한 개념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늘날 쉐리를 생산하는 방식의 중요한 세 가지 솔레라 시스템, 주정 강화, 플로르의 사용은 쉐리라는 복잡미묘한 와인을 만드는데 한 가지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쉐리의 종류를 이야기할 때마다 특정한 맛이나 향이 없는 포도 베이스의 증류주의 이용과 그 도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피노(Fino)와 만사니야(Manzanilla)에는 15 퍼센트의 ABV, 아몬티야도(Amontillado)와 팔로 코르타도(Palo Cortado), 그리고 올로로소(Oloroso)에는 최소 17 퍼센트의 ABV를 충족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 수치엔 어떠한 과학적인 와인 메이킹의 기술이나 과정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만약 주정 강화를 거치지 않아도 유사한 알코올 도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연구와 시도를 계속했다면, 주정 강화로 설명하는 방식의 쉐리가 포도의 특성이나 헤레즈의 특별한 토양의 특성을 보여주는 와인으로 자리 잡았을 수도 있었겠지요.
2편에서는 헤레즈(Jerez)의 토양과 포도의 특성을 그대로 담은 쉐리와 그 전통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와이너리들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