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공론,(卓上空論), 책상 앞에서 현실성 없는 이론만 늘어놓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지표면 평균 온도가 1℃ 상승하면 어찌 된다더라, 도시 사막화와 해수면 상승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더라… 각종 숫자와 ‘카더라’ 현상으로 가득한 뉴스에 큰 감흥이 없는 것은 나뿐일까? 보다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듣고자 전 세계의 와인 메이커에게 물었다. 2022 빈티지에 대한 힌트도 있으니 주목하자! 바쁜 수확 시즌에 흔쾌히 시간 내어 답변해준 모든 이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샤토 라 보넬(Chateau La Bonnelle) – 올리비에 슐처(Olivier Sulzer) / 오너 & 와인 메이커
우리는 올해 따뜻하고 더운 여름을 보낸 후 수확을 시작했다. 이번 봄과 여름은 약 20일 동안 35도 이상의 기온이 지속되며 매우 건조했는데, 우리 포도밭이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놀라운 잠재력이 있음을 발견했다. 진짜 문제는 높은 기온보다 비가 적게 내린 것인데, 토양 깊은 곳의 환경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토양 깊은 곳에서 겨울 빗물을 스펀지처럼 흡수하여 유지할 때, 포도나무는 35도 이상의 기온에서 견딜 수 있으며 포도의 품질도 뛰어나다. 우리의 포도밭은 모래와 자갈 아래의 점토 덕분에 메를로(Merlot) 품종이 잘 익은 타닌과 함께 당도와 산도의 훌륭한 밸런스를 이뤘다.
따뜻했지만 6월과 7월에 너무 많은 비가 내렸던 2021년보다 올해는 훨씬 좋다. 완전히 달랐던 2021과 2022, 이 두 빈티지를 통해 보르도 지역의 품질 잠재력이 현재까지는 높은 기온이 아닌, 2021년과 같이 비가 오는 여름의 위험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는 알 수 없지만, 포도나무는 겨울과 초봄에 비가 필요하고, 포도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건조한 여름과 가을이 필요하다. 와인은 높은 기온에 적응할 수 있는 지중해 식물이지만, 비가 오는 여름은 결코 좋은 품질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다시 말해서, 이번 2022 빈티지는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생테밀리옹과 같은 지역에서는 훌륭한 빈티지가 될 것이다. 이 사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처럼 건조한 여름은 처음이 아니며, 사람들은 뛰어난 떼루아가 겨울비를 잘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보르도의 모든 놀라운 빈티지는 매우 건조한 여름(1949, 1959, 1961, 1966, 1970, 1976, 1985, 1990, 1995 등)의 결과였으며, 2022년 역시 놀라운 빈티지가 될 것이다. 우리는 자연을 이해하고, 이를 양조법을 적용하며, 각 빈티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생산할 뿐이다.
도멘 르 겔레 뒤쿠에(Domaine Le Guellec-Ducouet) – 미카엘 르 겔레(Michael LE GUELLEC) + 아르노 뒤쿠에(Arnaud Ducouet) / 오너 & 와인 메이커
가뭄 기간이 늘어나고 있으며 폭풍우가 큰 위험 요소다. 우리는 우박과 함께 2번의 큰 뇌우를 경험했는데, 포도원이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진흙탕이 되었다. 여름에는 물이 그리웠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실행해야 할 일들을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 포도밭에서는 침식을 막고 가뭄 기간에 토양을 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열과 열 사이의 토양 작업을 제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토양을 덜 다지고 풋거름(녹색식물의 줄기와 잎을 비료로 사용)을 적용하며, 나무의 뿌리 덮개를 만들기 위해 겨울철 덮기 작물(cover crops)을 시험해볼 것이다. 우리는 또한 가뭄 기간에 덩굴에 많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트리밍 높이와 빈도를 조정한다.
2022 빈티지는 집중도가 더 좋지만 알코올은 너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좋은 산도를 가질 것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부르고뉴 전통의 고품질 빈티지임을 예측할 수 있다. 올해는 여름의 가뭄 기간이 숙성을 지연시켜 과실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익었다. 포도알이 시들면서 농축되어 숙성되는 것이 위험 요소였다. 우리가 지금껏 행했던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의 빈티지에서 반복될 수 있는 현상이다. 포도나무는 놀라운 적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 적응을 도와 건강하게 지키는 것은 와인 재배자의 몫이다.
도멘 베르나르 프뤼동(Domaine Bernard PRUDHON) – 베르나르 프뤼동(Bernard PRUDHON) + 엘로디 프뤼동(Elodie PRUDHON) / 5대 및 6대 오너 & 와인 메이커
올해 2022년 부르고뉴는 가뭄과 여름의 폭염이 큰 영향을 미쳤다. 새순이 이미 돋아난 봄철에는 서리의 위험이 높아 시즌 시작이 더욱 까다로웠다. 하지만 다행히 2021년과 같은 재난은 가까스로 피했다. 이번 여름에 포도나무는 더위가 아니라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었는데, 특히 돌이 많은 토양과 같이 취약한 포도밭은 더 심각했다. 대처가 쉽지 않으나, 이러한 기후 현상은 이미 과거에도 있었다. 특히 1947, 1948, 1949 빈티지, 그리고 1976년과 최근 2003년이 그랬다.
우리는 올해 아주 건강하고 품질 좋은 포도를 수확했다. 레드 품종과 화이트 품종 모두 좋다. 수확은 9월 초에 이뤄졌고, 이는 2018 빈티지와 비슷한 시기다. 2022 빈티지는 아주 좋은 해로 보인다. 사실 아직 양조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미 레드 와인이 매우 아름다운 색과 탄탄한 타닌, 그리고 훌륭한 붉은 과일의 아로마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이트 와인 역시 매우 좋은 향과 산도를 가져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벤키아레자(Venchiarezza) – 루카 카포랄레(Luca CAPORALE) / 오너 & 와인 메이커
올여름은 유럽 전역에서 이번 세기에 가장 건조한 여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벤키아레자는 이탈리아 북동부의 프리울리(Friuli) 지역에 있다. 올해 수확 결과, 수율은 2021년과 동일하게 좋으며, 품질 역시 정말 뛰어나다! 이는 전통적인 유기농 기술로 관리되는 오래된 포도나무가 매우 힘든 해에도 일정한 양과 품질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우리 포도밭이 이처럼 ‘극한 상황’을 겪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는 온난화뿐만 아니라 폭염, 가뭄, 우박, 서리와 같은 극단적인 기상 조건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대로 이러한 현상들이 점점 더 자주 나타나게 된다면,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는 것뿐만 아니라 장인들의 “기술”을 재발견하여 우리의 농업 모델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부적합한 지역에 작물을 심는 산업형 농업 모델은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 우리는 하루 만에 궁궐을 지을 수 있지만, 자연은 이를 30초 만에 무너뜨릴 수 있다.
셀바피아나(Selvapiana) / 프란체스코 지운티니 안티노리(Francesco Giuntini Antinori) / 오너 & 와인 메이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기후 변화로 인해 더욱 세심하게 작업하게 되었다. 어려운 빈티지를 맞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이제는 쉬운 빈티지를 보기가 드물다. 변화의 모습은 일 년 내내 나타나지만, 두 가지 주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시즌이 시작될 때의 늦은 서리, 그리고 물 부족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겨울이 짧아져 싹이 일찍 텄다. 우리가 위치한 키안티 루피나(Chianti Rufina) 지역의 아펜니노 산맥 경사면에는 늦은 서리가 내릴 수 있는데, 이에 대응하고자 봄 서리에 더 민감한 일부 포도밭은 최대한 늦게 가지치기함으로써 가능한 한 싹이 트는 것을 늦췄다. 올해 우리가 겪은 또 다른 과제는 덥고 건조한 여름이다. 아펜니노 산맥 근처에 위치한 우리는 운이 좋았다. 봄 서리를 걱정했던 요소가 여름에는 밤 기온을 내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뭄에 직면한 우리는 토양의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열과 열 사이에 잔디로 덮개를 만들어 여름 동안 뿌리 덮개를 만들고 토양 표면의 습도를 유지한다. 우리에게 가장 큰 도전은 항상 능동적인 관찰자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평균 60년, 80년 이상 생존하는 목본 식물인 포도나무를 고려했을 때,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2022 빈티지에 대해 쉬운 시즌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발아, 개화, 베레종, 수확 시기 모두 예년보다 15일 정도 일찍 진행되었고, 6월부터 8월 중순까지 건기에 직면했다. 이는 최근 들어 가장 길고 더웠던 건기로 기록된다. 무려 40일 이상 비가 내리지 않았다. 아펜니노 산맥의 영향을 받은 이곳의 기후 덕분에 우리의 포도나무는 그다지 피해를 보지 않았으며, 처음부터 더위가 지속되었기에 포도나무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도록 스스로 적응했다. 포도는 매우 건강하며, 작년보다 약간 더 크고 색상과 타닌, 당도 레벨에 도달했다. 빈티지의 품질을 결정지은 것은 8월 15일부터 내린 비 덕분이다. 8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약 80mm의 비가 내렸고, 이는 포도나무를 구했다. 포도나무가 잘 자라 완벽한 숙성 상태에 도달하여 우리는 꽤 훌륭한 빈티지를 즐기게 되었다.
이 카피타니(I Capitani) – 안토니오 체팔로(Antonio Cefalo) / 오너 & 와인 메이커
2022 빈티지는 그 어느 때보다 기후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미래의 변화에 대처할 아이디어를 주었다. 오늘날 기후 위기는 예외의 순간이 아닌 하나의 규칙이며, 우리는 이를 잘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연간 1백만 개 이상의 데이터로 포도원의 대기 및 기상 조건을 모니터링하는 기상 관측소를 갖추고 있다.
우리는 지난 여름의 가뭄과 기록적인 기온으로 많은 걱정을 했고, 8월에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비가 내렸다. 지금까지 확인한바, 일찍 시작된 수확 결과 좋은 빈티지가 예상된다. 베레종이 가속화되었고, 결과적으로 잘 숙성되었다. 매년 포도 수확은 기후 추세에 맞춰 조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재배 및 생산 기술에 더 많은 관심과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과학적인 부분에 강렬한 열정을 더하고 있다. 자연은 규칙을 따르고, 우리는 이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리라는 바람, 또 당신이 우리 와인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가득 담아. 매년 새로운 발견이 우리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