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맥주라 하면 대부분 ‘높은 도수, 에일맥주, 진한 맥주’ 이렇게 인식하거나, 맥주를 자주 찾는 경우라면 ‘기네스’ 또는 ‘코젤’, ‘시나몬 가루’ 이렇게 연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흑맥주에 대한 정의를 말씀드리자면, 너무나 간단하게도 외관의 색상이 검은색인 맥주를 보고 흑맥주라고 정의합니다.
흑맥주의 특징인 검은색 외관을 가진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로스티드 맥아(Roasted Malt)’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것은 커피 원두와 같이 맥아를 드럼통에 넣어 아주 높은 고온에서 볶아내는 과정을 거친 맥아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밝은색이었던 맥아는 검은색의 맥아로 변하게 되고, 이 맥아를 사용하면 맥주는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실제로 흑맥주를 만들 때 이런 ‘흑맥아’는 전체 맥아량의 10% 정도만 넣는데, 이것만 해도 충분히 검은색의 외관에 특유의 커피와 초콜릿 풍미를 나타나게 할 수 있습니다.
흑맥주에 대한 사소한 오해
1) 흑맥주는 에일 맥주다?
– 맥주를 구분하는 기준은 참 많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별로 분류할 수 있고 색상을 기준으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그 중 ‘라거’와 ‘에일’을 판단하는 것은 사용하는 효모의 종류가 ‘라거 효모’인지 ‘에일 효모’인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따라서 흑맥아를 사용하고 ‘라거 효모’를 사용한다면 라거맥주, 흑맥아를 사용하고 ‘에일효모’를 사용했다면 에일맥주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흑맥주는 라거와 에일 모두 될 수 있습니다.
2) 흑맥주는 고도수의 맥주다?
– 맥주의 도수를 결정하는 것은 맥아의 색상이 아닌 맥아의 양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고도수의 맥주를 만들 때는 맥아의 양을 많이 넣으면 됩니다. 따라서 흑맥아를 포함하여 전체적인 맥아 함량이 높다면 고도수의 흑맥주가 나오고, 전체적으로 맥아를 적게 넣으면 저도수의 흑맥주가 나옵니다. 즉, 도수와 색상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흑맥주의 대표적인 스타일은 포터(Porter), 스타우트(Stout), 다크 라거(Dark Lager), 이 3가지가 있습니다.(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포터(Porter)
포터는 ‘짐꾼’이라는 뜻으로, 과거 영국에서 현장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뜻하는 단어였습니다. 이들은 산업혁명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인원이 늘어났고 이런 근무자들을 타게팅하여 ‘포터’라는 스타일의 맥주들이 출시되며 상업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포터라는 맥주를 대규모 상업적으로 생산한 브루어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네스(Guinness)’라는 회사입니다.
포터 맥주의 특징은 아래에 설명할 스타우트(Stout)에 비해 쓴맛과 탄 맛이 적으며 비교적 단맛이 올라오는 편입니다. 만약 흑맥주 특유의 쓴맛 또는 떫은 맛이 싫은 분들은 포터를 추천해드립니다.
스타우트(Stout)
스타우트는 포터에서 강화된 버전으로, 포터에 비해 강한 탄 맛과 같은 흑맥아의 캐릭터가 진하게 나타납니다. 이런 스타우트는 영국에서 유래되었으며 대표적으로 기네스가 있습니다.
스타우트의 종류는 여러 가지로 분류되는데 그 중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는 영국의 스타우트를 당시 러시아로 수출할 때 맥주가 동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도수를 높인 스타우트를 제작하여 수출했는데, 이 맥주를 보고 러시아의 왕실이 마시는 맥주라 하여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이렇게 임페리얼 스타우트라 하면, 고도수 고풍미의 스타우트를 뜻하며 도수는 대략 8~12% 정도가 됩니다.
다크 라거(Dark Lager)
우리가 알고 있는 다크 라거 중 가장 유명한 맥주는 코젤(Kozel), 하이네켄 다크(Heineken Dark) 등이 있습니다. 이 맥주들은 엄밀히 말하면 다른 스타일이라 할 수 있으나, ‘다크라거’라는 큰 범주 안에는 속합니다. 비교적 다른 흑맥주에 비해 밝은 외관과 흑맥아의 캐릭터인 커피와 초콜릿의 풍미가 은은하게 나타나며, 깔끔한 라거 효모의 캐릭터가 더해져 가벼운 흑맥주를 찾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술입니다.
흑맥주는 호불호가 강한 스타일로 싫어하는 분도 있지만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마지막 잔으로 찾는 술입니다. 이번 기회에 흑맥주의 재미를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