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았던 룸메이트도 하나 둘 씩 떠날 채비를 하고, 매년 이 시기가 되면 대학 캠퍼스 근처는 한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일쑤다
졸업 준비와 취업을 위한 이력서, 면접 등으로 인해 한동안의 분주한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마치 썰물이 빠져나가듯 그야말로 일부 남겨진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 일대를 기억하는 이가 드물어지는 시기다.
한때의 젊음이 그렇듯 자신이 살았던 장소를 뒤돌아보기보다는 제각기 갈 길을 향해 걷기에 바쁜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남겨진 사람들은 하루 삼시세끼 혼밥을 하거나 늦은 오후부터 혼술을 하며 길게 남은 혼자만의 시간을 줄기차게 보낸다. 대학을 졸업한 지 벌써 십여 년이 다 되어가는 필자이지만, 이때만 되면 괜스레 대학 캠퍼스를 떠나는 학생들을 여러 해 겪어내면서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 이럴 때마다 감성적인 것을 넘어 주책 덩어리 감정을 탓하며 혼술이나 혼밥이 적당한 식당을 찾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 혼술과 혼밥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이름부터 남다른 거대한 피자집 빅피자(Tube station이라고도 불린다)가 그 주인공.
베이징大 서문에서 도보 5분…해피콜 시간엔 반값 혜택
베이징대학교에는 이름난 촬영 명소가 몇 곳 손에 꼽히는데, 그중 베이징 대학교 서문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의 필수 촬영 코스다. 전통 가옥을 그대로 재현한 기와 지붕과 그 뒤로 보이는 작은 호수, 돌계단과 문 앞을 지키는 바위를 깎아 만든 범상치 않은 해태까지. 사람들을 그 앞에서 베이징대를 찾은 기념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는데 이 같은 모습은 1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연출되는 풍경이다.
그리고 그 곁에 도보로 5분쯤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는 빅피자 집이 있다. 가까운 칭화대 캠퍼스에서도 걸어서 10분이면 당도할 수 있지만 비좁은 골목을 헤치고서야 만날 수 있는 간판 탓에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갈 수 있는 현지인들에게만 유명한 식당이다.
필자가 이곳을 소개하고 싶은 이유는 오직 하나. 혼술과 혼밥이 가능하면서도 쾌적한 환경에서 긴 시간 맛을 음미하며 즐길 수 있는 식당이기 때문이다.
이름처럼 거대한 사이즈의 피자를 판매하는 곳이지만, 1인 고객을 위해 조각 피자를 판매하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필자와 같이 혼자서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의 수가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인데, 빅피자 베이징 서문점 점장은 1인 고객에게 판매하는 조각피자는 가격대가 저렴하고, 또 1인 고객의 경우 해피콜 시간대에 맞춰서 방문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수지타산’에는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매일 오후 5시부터 마감 시간까지 계속되는 해피콜 시간에는 모든 종류의 주류를 50% 할인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와 같은 혼밥과 혼술을 즐기는 고객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점장 역시 쓰촨성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홀로 베이징으로 상경한 출신이라고 설명했다.올해로 불과 34세에 불과한 그는 베이징에 상경한 지 올해로 11년 차라고 했다.
그가 제공하는 다양한 종류의 조각 피자와 해피콜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의 주류는 무궁무진하다.
여기서 제공되는 주류에는 중국의 내로라하는 맥주인 ‘칭따오’ 외에도 베이징 현지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현지 맥주 ‘옌징’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술인 ‘슈에화’, 헤이룽장성에서 생산되는 ‘하얼빈’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버드와이져와 같은 해외 수입 맥주도 상당수이지만, 필자가 추천하는 것은 역시나 현지에서 생산되는 중국 국내 맥주다. 그 맛이 신선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맥주는 역시 독일 맥주’라고 유럽산 주류 예찬론자들의 입맛에도 맞는 중국 맥주의 아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탓이다.
그 뿐일까. 하우스 와인이나 칵테일도 해피콜 할인 목록에 포함되는데 50% 할인되는 해피콜 적용 시 한 잔에 10~20위안 대(약 2~4천 원대)에 즐길 수 있는 저렴한 혜택을 이용, 피자와 와인 또는 피자와 칵테일을 곁들인 혼밥족의 진풍경을 이곳에서 만큼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일반화된 ‘피·맥(피자&맥주)’ 외에도 보다 다양한 주류와 피자가 이다지도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것을 이곳을 통해 알았을 정도다.
혼술족이 느끼는 ‘혼자’라는 것은 ‘고독’과 ‘자유’의 합성어
피자의 종류는 도우가 얇은 이탈리아식으로 구워낸 화덕피자가 주를 이룬다. 물론 주문 시 고객은 원하는 도우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가격대는 조각 피자 한 조각에 19위안(약 4천 원)부터 29위안(약 6천 원)까지 다양하다. 성인 남성의 손보다 더 큰 크기의 조각 피자로 웬만한 성인은 배불리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도우 외에도 각종 토핑도 직접 선택할 수 있는데, 과일이 저렴한 베이징의 특성 상 열대 과일 ‘두리안’을 마치 쨈처럼 피자 전면에 발라 짧은 시간 뜨겁게 구워낸 것부터 독일산 소시지를 종류별로 올려낸 육식 선호자를 위한 피자까지 각자의 식성에 따라 폭넓게 즐길 수 있다.
필자가 추천하는 메뉴는 단연 담백한 치즈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치즈 피자다. 기본 피자보다 치즈의 양을 두 배로 늘리고, 그 위에 토마토소스만 간단하게 바른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여러 해 이 집을 찾은 고수들은 치즈의 풍미가 배가 된 조각 피자 한 입과 맥주 한 모금은 혼술과 혼밥의 쓸쓸함을 잊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조합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우길 망설이지 않는다.
혼밥을 즐기는 필자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더욱이 외국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혼자’라는 기분이 두려워질 때, 그러면서도 오직 혼자이기에 즐길 수 있는 ‘자유’가 더욱 고파질 때 이 집의 조각 피자와 주류의 조합은 안성맞춤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