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8일, 프랑스 샹파뉴(Champagne)에서 제10회 월드 와인 테이스팅 챔피언십(WWTC; World Wine Tasting Championship)이 열린다. 올해는 아이(Ay) 지역의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샴페인 하우스 중 하나인 샴페인 아얄라(Champagne Ayala)에서 대회가 개최되며, 역대 최대 규모인 총 32개국의 대표팀이 참가한다.
그리고 지난 7월에 열린 KWTC(Korea Wine Tasting Championship) 2022의 우승팀인 ‘처음처럼’이 이번 세계 대회에 대한민국 대표팀으로 출전한다. 현장에서 이들을 응원할 수 없어 아쉽지만, 8일 현지 시각으로 오전 9시, 한국 시각으로는 오후 4시부터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니 멀리서나마 좋은 기운을 보내고자 한다. (생중계 보러 가기! 클릭!)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월드 와인 테이스팅 챔피언십, 미리 살짝 엿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1. WWTC란?
2013년 첫 대회를 시작한 WWTC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와인 잡지, 라 르뷔 뒤 뱅 드 프랑스(이하 La RVF, La Revue du Vin de France)에서 매년 주최하는 국제 대회다. 4명으로 구성된 각 국가의 대표팀은 탄탄한 지식과 숙련된 테이스팅 기술을 바탕으로, 오직 자신들의 오감에 의지하여 감춰진 와인 정보를 모두 밝혀내야 한다.
재미있는 점은 매년 대회 개최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아비뇽 교황청(Palais des Papes), 랑그독의 Chateau St. Pierre de Serjac, 루아르의 Château de Chambord, 보르도의 Château Smith Haut Lafitte 등 프랑스 곳곳의 특별한 장소에서 대회가 열린다.
WWTC는 전 세계 와인 테이스터들의 치열한 경쟁 대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유쾌하고 사교적인 모임의 장이기도 하다. 대회가 아닌 시간에는 모두 함께 포도원을 산책하거나 명소를 둘러보고, 갈라 디너에 참석하여 교류하는 시간을 가진다.
2. 대회는 어떻게 운영되나?
세계 대회의 운영 방식은 KWTC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반전 6종과 후반전 6종, 총 12종의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하고 주요 품종, 생산 국가, 세부 지역, 생산자 및 빈티지를 찾아야 한다.
전반전은 6종을 차례로 시음하고 한꺼번에 채점하며, 후반전은 와인 1종씩 바로 채점되어 팀별 순위가 공개된다. 후반전의 엎치락뒤치락 매번 달라지는 순위 싸움이 이 대회의 묘미라 할 수 있다. KWTC는 보다 극한 상황에서의 시간 운영을 훈련하고자 시음 시간을 기존의 10분에서 8분으로 단축했을 뿐이다.
3. 역대 대회는 어땠나?
작년까지 총 9번의 대회에서 프랑스가 3번(2014년, 2019년, 2020년), 벨기에가 2번(2013년, 2018년) 그리고 스페인(2015년), 중국(2016년), 스웨덴(2017년), 헝가리(2021년)가 한 번씩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특히 작년의 헝가리 팀은 166점이라는 최고점을 기록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등 전통적인 와인 강대국 외에도 벨라루스, 덴마크, 일본, 타이완 등 와인 생산과는 거리가 멀지만 와인에 대한 열정만큼은 뒤지지 않는 전 세계 32개국이 함께 한다.
그리고 최근, 국가 이름마저 낯선 짐바브웨 팀의 도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출시되었다. 4명의 짐바브웨 난민이 소믈리에가 되어 월드 와인 테이스팅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모든 여정을 따라간 블라인드 앰비션(Blind Ambition)이다.
국가적 초인플레이션 혼란의 짐바브웨를 떠나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주한 이들은 난민으로서 겪는 차별과 폭력 속에서 와인에 대한 열정을 꽃피웠고, 백인 특권의 상징과도 같은 와인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리고 개인적인 재능뿐 아니라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월드 와인 테이스팅 챔피언십에 도전하며 서로의 성장을 이뤄간다. 와인병을 감춰 와인에 대한 편견을 막는 이 대회의 핵심 요소가 묘하게 이들에게 투영된다. 현재 애플TV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을 통해 유료 시청할 수 있다.
4. 올해 한국 대표팀은 누구?
올해 드디어 처음으로 한국 대표팀이 WWTC에 출전한다. 조민희, 김윤슬, 이례감, 윤형훈 네 사람은 같은 곳에서 소믈리에 꿈을 키웠던 인연으로 ‘처음처럼’ 팀을 꾸렸다. 소믈리에로서 이론적인 내용만 공부하는 것이 아닌, 와인을 보다 심층적으로 다양하게 시음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그들은 주 2~3회 모여 열심히 연습했으며, 무엇보다 테이스팅 노트를 서로 공유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1~2줄로 짧게 메모하는 수준이었으나 나중에는 아주 디테일하게 와인을 평가하면서 실력 향상의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다소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되었지만, 젊은 피의 패기와 열정으로 자신감 있게 그리고 즐겁게 경험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본다.
보너스로 많은 이들이 질문했던 KWTC 트로피를 소개한다. 전통 기법을 활용하여 악기를 제작하는 디자인 브랜드 ‘멋질연구소’의 작품으로, 코리아소믈리에오브더이어 트로피 제작자이기도 하다. KWTC는 트로피는 대회를 대표하는 트로피와 매년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트로피, 2가지로 제작한다. 악기 디자이너 이정형 작가와 국가무형문화재 ‘제113호 칠장’ 이수자인 안소라는 국가 대표를 선발하는 KWTC의 취지를 고려하여 한국적인 요소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나도록 했다.
눈을 가리고 코와 입으로만 와인을 감별하는 테이스터를 상징하는 금색 빛의 얼굴은 목재에 옻칠하고 금분을 발랐다. 이는 부처상을 조성할 때의 방식과 동일하다. 그리고 프레임의 목재는 서로 결구되었고, 모든 면은 정제옻칠로 마감되었으며, 전면부의 마치 돌과 같은 검은빛의 텍스쳐는 옻칠과 진흙을 섞어 만든 ‘토회칠’로 만들어 낸 것이다. 영원을 꿈꾸는 옻칠의 영험함을 이 트로피를 통해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과연! 내년 KWTC 트로피를 쟁취할 주인공은 누가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