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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 바틀(Flat-bottle) 혁명

플랫 바틀(Flat-bottle) 혁명

임지연 2020년 7월 21일

지난 5월, 아르헨티나 북부의 작은 도시 ‘카파야테’(Cafayate)’를 가로지르는 강이 와인 빛으로 붉게 물든 사건이 발생했다. 살타 아르헨티나에 자리한 강(Chuscha river) 인근에는 크고 작은 와인 제조 공장 수 곳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일대에서 사용하는 일부 파이프 관이 파열되면서 일순간 보랏빛의 강물이 범람하게 된 것. 당시 이 지역 주민들은 성경 속에 등장하는 ‘기적’이 눈앞에서 실현됐다면서 와인 향을 풍기는 보랏빛 강에게 ‘기적의 강’이라는 별칭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주민들의 기대와 달리 파열된 파이프 관 사이로 흘러내린 와인이 강물을 오염시킨 사건으로 논란은 종결됐다.

실제로 확인된 바에 따르면 당시 사건은 이 지역 일대의 와인 생산 공장이 고수해왔던 파이프 관이 보수 기간을 넘긴 채 오랜 기간 사용됐던 탓에 벌어진 일이었다. 더욱이 다수의 공장 측이 와인의 맛과 풍미에 가장 적합하다는 강화 유리 파이프 관을 고수해오면서 외부 충격에 비교적 약한 파이프 관을 제때 보수하지 못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일대 다수의 와인 생산 업체들은 생산공정 시뿐만 아니라 보관 시 이용하는 파이프라인에도 주요 원재료가 강화 유리로 제작된 파이프를 고수해왔다. 와인의 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 충격에 비교적 오래 견디는 플라스틱 재질의 파이프관보다 유리를 주재료로 한 저장 용기가 그 본래의 맛을 긴 시간 동안 저장하기에 더 유리하다는 속설 탓이었다.

아르헨티나 북부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he Chuscha river)이 한 때 와인 빛으로 물들었던 장면

그리고 이는 유리를 주요 원료로 하는 와인병이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와인 용기로 활용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 와인 시장은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조된 와인 용기에 이목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특히 혁신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플라스틱 와인 용기의 형태는 주로 앞뒤가 납작한 초슬림 디자인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큰 점수를 받고 있다. 지금껏 시중에 유통된 다수의 일반 와인병이 유리로 제조, 둥근 형태를 가졌던 것과 눈에 띄는 차이다.

특히 미국 와인 시장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태와 재료와 디자인으로 제작된 와인 용기에 대해 ‘편의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지금껏 선호했던 전통적인 유리 용기에서 나아가, 혁신적인 플라스틱 용기의 평평하고 납작한 초슬림 ‘Flat-Bottle’이 머지않아 와인 시장의 새로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앞뒤가 평평한 초슬림 형태의 플라스틱 와인 용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이끄는 업체는 단연 세계적인 규모의 와인 회사인 ‘가르송 와인’(Garçon Wines)이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미국 다수의 도시에 와인 제조 공장을 두고 있는 가르송 와인은 최근 자신들의 주력 상품이 될 새로운 형태의 플라스틱 와인 용기 개발 및 상용화에 주목하고 있다.

가르송 와인의 최고경영자이면 동시에 창업자인 산티아고 나바로(Santiago Navarro) 회장은 최근 “다양한 사이즈의 납작하고 평평한 형태의 초슬림 플라스틱 와인 용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와인 용기는 향후 전 세계 와인 시장의 가파른 성장곡선을 주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바로 회장이 최근 주목한 것은 단연 플라스틱을 주재료로 개발된 와인 용기다. 그는 플라스틱을 활용한 초슬림 와인병이 향후 온라인 주문 및 배달에 탁월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나바로 회장은 “최근 온라인을 통한 와인 주문과 배달, 판매 형태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예기치 못한 팬데믹이 전 세계 다수의 도시에서 선언됐고, 이 기간에 많은 국가와 주요 대도시 주민들은 이전과 비교해 무려 600% 이상의 와인 주문을 온라인 배송 방식을 사용했다”고 집계했다.

그리고 온라인 주문 및 배송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된 부분은 다름 아닌 취급 시 주의가 요구되는 유리 재질의 용기였다. 기존의 유리병에 담긴 와인 상품은 소비자 가정까지 안전한 배달에 용이하지 않다는 피할 수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을 주재료로 한 초슬림 형태의 와인 용기는 배송 시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서의 공간 활용도 면에서도 큰 장점이 있다.

특히 대부분의 소비자가 와인 주문 시 고가의 특급 배송 서비스 대신 약 일주일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일반 배송으로 주문을 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에서, 와인 제품의 안전한 배송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을 주요 원료로 하는 혁신적인 용기 개발과 상용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앞뒤가 납작하고 평평한 형태의 일명 ‘Flat Bottle’은 각 가정의 현관에 배치된 편지함을 통해 우편 배달하듯이 쉽게 와인 상품을 배송할 수 있게 만드는 탁월한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로 최근 가르송 와인 측은 이 같은 평평한 형태의 플라스틱 와인 용기를 네덜란드와 스웨덴 두 곳의 국가에서 시범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또, 빠르면 올해 내에 핀란드에서도 추가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나바로 회장은 “편지함에 와인 상품을 부담 없이 배달할 수 있는 날이 곧 도래할 것”이라면서 “마치 편지 한 장을 받아보듯이 현관 앞 편지함에서 전 세계 유명 와인을 꺼내 마실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고 했다.

네덜란드와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 이미 출시되면 큰 호응을 얻은 ‘Flat Bottle’에 담긴 와인 상품

‘Flat Bottle’의 장점은 비단 이 것뿐 만이 아니다. 전 세계 와인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Flat Bottle’의 또 다른 특징은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다.

Navarro 회장은 “기존 원형의 와인병은 시각적으로는 매우 아름답지만, 공간적으로는 가장 비효율적인 디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와인 한 병을 포장해서 배송할 시 포장 상자 내부는 둥근 형태의 와인병 하나가 차지하는 불필요한 공간들로 공간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했다. 반면 750ml의 와인을 담을 수 있는 ‘Flat Bottle’의 경우, 일반 병보다 그 크기가 조금 더 크면서도 박스 내부에 쉽게 쌓아서 배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간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전 세계 주요 와인 시장이 ‘Flat Bottle’ 디자인에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와인 용기 활용의 지속가능성이다. 모든 와인 용기가 플라스틱으로 변경될 경우, 재활용 측면에서 탁월한 기능을 가진 ‘PET 플라스틱’으로 제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금껏 사용해왔던 유리 재질보다 각 업체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크게 감축될 것이라는 기대다. 또한 플라스틱 용기의 무게가 기존 유리병과 비교해 가볍다는 점도 운송 시 비용 감축에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초슬림 형태의 와인 용기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이고 있다.

한편, 가르송 와인 측은 최근 캘리포니아 북부의 포장 용기 전문 제작업체인 Amcor과 공동으로 오는 2020년 4분기까지 납작한 형태의 Flat Bottle을 전 세계 와인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어느 지역에서 첫 출시될 지 여부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가르송 와인 측은 크림슨 와인 그룹(Crimson Wine Group) 등 서부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한 와인 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과거보다 더 성숙한 와인 문화를 위해 지속 가능하고, 활용도 높은 와인 용기에 대한 연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앞뒤가 납작한 ‘Flat Bottle’ 속 와인이 내 집 앞 편지함에 꽂혀 있는 것을 확인할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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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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