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이면 하반기에 수확하는 와인 산지에서 수확이 대부분 끝나고 포도에서 주스를 짜고 침용과 발효 등을 통해 맛과 색을 내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수백 년간 와인 생산자들의 감각으로 좋은 와인을 만들어왔던 곳이 많으며, 오늘날에도 와인을 만드는 전 과정에 걸쳐 와인 생산자들의 지식, 다양한 경험과 그들의 관능을 바탕으로 와인의 분석 없이 전 과정을 소화하는 생산자들이 있습니다.
오늘날 와인 산지에서 와인 분석은 와인 생산자들에게 결정의 순간에 대한 확신을 주며, 다른 나라로 수출을 하거나 와인을 국제 대회에 출품하고자 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객관적으로 와인의 발전 정도, 캐릭터를 보기 위해 실험실에 의뢰하여 결과를 받아보는 와인 메이킹의 한 과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래는 와인 분석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주요 지표이지만,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과정은 화학적 평가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이러한 지표들만큼이나 전문가의 감각적인 평가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와인 생산자가 와인의 품종과 지역적 특징을 담은 와인 속성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양조 과정 전반에 걸쳐 와인에 대한 수많은 감각 평가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 가용성 고형물 분석 (Soluble Solids)
수확과 와인 양조를 위해 참고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지표의 하나는 당분입니다. 포도 수확 시기를 결정하는 포도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주요 성분인 당분으로 한 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 발효를 끝내는 시점에 어느 정도의 알코올 함량을 가지게 될지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당분 측정을 이야기하기 위해 사용되는 단위는 브릭스(Brix)인데, 수용액 속에 녹아있는 용질의 양을 퍼센트로 나타내는 것으로서 브릭스의 결과엔 당뿐 아니라 단백질, 산, 염 등도 포함되어 있으나, 당의 정도를 알려주는 주요 지표로 측정되고 사용됩니다. 20도의 온도가 유지된 100그램의 물에 수크로스(자당)의 함량을 확인하게 됩니다.
2. 산도 분석(pH & Titratable acidity)
pH 측정기 혹은 전극으로 알아보는 산도는 포도의 성숙도를 보고 수확 시기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포도 주스와 와인의 색상, 안정성과 화학적 그리고 미생물 안정성을 보여주고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산은 타르타르산과 말산입니다. 산도는 와인의 신선하고 청량한 맛을 담당합니다. 산도가 낮은 와인은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와인처럼 느껴질 수 있으며, 산도가 지나치게 높은 와인은 시큼하고 마시기 어려운 와인으로 여겨집니다.
오렌지색이 감도는 로제 와인과 갈색과 보라색이 보이는 레드 와인은 pH 정도가 높은 와인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와인의 pH가 3가량으로 낮아지면 로제 와인은 좀 더 밝은 핑크색으로 그리고 레드 와인은 진한 루비 레드색을 띱니다. 낮은 pH는 와인의 안정성이 높음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pH가 4 이상으로 증가하면 와인 내 미생물의 성장에 영향을 주고 물리적, 화학적으로 불안한 요소를 가지게 된다 볼 수 있다고 합니다.
3. 이산화황(Sulfur Dioxide)
이산화황은 와인 양조에 세 가지 주요한 기능, 즉 바람직하지 않은 미생물 제거, 갈변 효소의 변성, 산화 방지의 이점을 제공합니다. 와인의 이산화황은 Bound와 Free 두 가지 형태로 발생하는데 Free 이산화황은 알데하이드, 안토시아닌, 단백질 및 당과 결합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모니터링됩니다. 와인 생산 과정 중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와인에 첨가하는 경우가 많고 와인 생산 국가별, 인증 별로 제한하는 이산화황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와이너리에서 수치를 필수적으로 검사하는 항목입니다.
4. 에탄올 함량(Ethanol Content)
전 세계적으로 소비하는 대부분의 와인이 가진 알코올 함량은 10-14퍼센트입니다. 대개 알코올 함량이 낮은 와인은 입안에서 더 가볍게 느껴지며 미생물로 인한 부패에 좀 더 취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알코올 함량 분석을 위해 주로 사용되는 분석법은 Ebulliometric 방식으로, 에탄올과 물 혼합물의 끓는점을 기반으로 실시됩니다. 다만 설탕이나 특정한 화합물이 이 분석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당도 높은 와인의 에탄올 함량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증류법이 더 바람직하게 여겨집니다.
5. 단백질 안정성(Protein Stability)
단백질 침전물은 투명도 높은 화이트 와인에 침전물처럼 보입니다. 양조 과정에서 단백질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화이트 와인에 비해 자연적으로 레드 와인이 가진 탄닌은 단백질 침전을 방지하기도 합니다. 와인에 침전물이 생기는 요인은 열, 흔들림, 중금속, 자외선 등입니다.
6. 주석산염의 안정성(Tartrate Stability)
주석산, 주석산염은 포도 주스와 와인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며 와인이 낮은 온도를 만나면 결정이 형성됩니다. 사람의 건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지만 와인에서 딱딱한 결정의 주석산염을 만나면 결함이 있는 와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출시 전 분석하고 미리 없애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7. 말로락틱 발효(Malolactic fermentation)
와인에서 말산이 젖산과 이산화탄소로 박테리아가 전환되는 것을 말로락틱 변화라고 합니다. 이 발효는 특정 유산균에 의해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알코올 발효가 끝난 후 발생합니다. 대개 와인의 산도와 온도, 이산화황이 말로락틱 변화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분석을 통해 이 발효를 기다리거나 막습니다.
8. 휘발성 산도(Volatile Acid)
휘발성 산도가 높은 와인은 일반적으로 아세트산과 에틸아세테이트의 생산에서 부패된 유기체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날카롭고 자극적인 식초 향이 그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대개 증류법으로 고정산이 아세트산을 측정하며 프랑스를 비롯한 와인 생산국에서 최대 휘발성 산도를 제한하기 때문에 이 검사를 해보는 와이너리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