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와 온도가 동시에 치솟기 시작하면 입맛이 집을 떠나기 마련이다. 뜨거운 불 앞에 서는 건 상상도 하기 싫고 시원한 국수나 디저트만 자꾸 당기는 요즘, 뭘 먹어야 미각과 기운을 동시에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애주가들을 위해 준비했다. 달콤하고도 알딸딸한 주류 첨가 아이스크림!
엄선된 재료의 개성 있는 조합
먼저 상수동의 터줏대감 ‘펠앤콜’로 향해볼까? 2011년 오픈 당시부터 펠앤콜과 함께한 ‘딸기 레드와인+사천성 후추’ 소르베는 디저트로만 생각하면 다소 생소하지만 와인 애호가에게는 이상할 것도 없는 조합이다. 그르나슈와 시라를 적절하게 블렌딩한 로제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겠다. 딸기의 상큼한 향과 심심할 때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후추의 알싸함이 매력적인 이 메뉴는 전처럼 늘 준비되지는 않는다고 하니, 발견하면 바로 도전하도록 하자. 수박과 토끼소주, 다크초콜릿에 적당한 짭짤함이 더해진 ‘술짠 수박 소르베’도 펠앤콜만의 인기 여름 메뉴.
와인보단 막걸리파라면 연남동 피에트라의 ‘한강주조 막걸리’를 놓치지 말자. 쌀의 은은한 단맛과 막걸리의 새콤함이 멋진 밸런스를 이루는 한강주조 ‘나루 생 막걸리’로 만든 이 아이스크림은 생 막걸리의 풍미가 생생하게 살아있으니 살짝 기분만 나는 술 아이스크림에 실망했던 이들에게 추천한다. 매장 카운터에 오종종 늘어선 젤라토 원재료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바이주와 로제, 버번과 아마레토까지! 해외 시판 아이스크림
중국에서는 바이주(백주)와 아이스크림의 콜라보가 화제였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바이주로 인기를 끈 장샤오바이는 지난해 데어리 업체 멍니우와 협업해 캐러멜과 복숭아, 두 가지 맛 아이스크림을 출시해 중국 시장에서는 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장샤오바이와 멍니우가 밀레니얼의 취향을 저격했다면, 신우종에서는 가장 값비싼 바이주 중 하나인 ‘마오타이’ 아이스크림을 내놓으며 중장년층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소식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인들의 로제 소비가 크게 늘었다. 피크닉이나 비치 파티 음료로 사랑받는 것은 물론, 로제를 살짝 얼려 슬러시처럼 만든 ‘프로제’도 인기를 끌면서 해마다 여름이면 로제 고갈 현상에 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올 정도다. 보드카 마티니, 다크초콜릿 위스키 솔티드 카라멜 등 술 첨가 아이스크림을 꾸준히 만들어 온 ‘팁시 스쿱’은 아예 딸기와 레모네이드, 멈 나파 브뤼 로제를 조합한 팝시클을 내놓기도 했다. 마냥 상큼하긴만 할 것 같은 외양이지만 알코올 함량이 5%로 꽤 높으니 달콤하게 취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로제는 좋지만 취하는 건 싫다면 하겐다즈 스피리츠 라인의 ‘로제&크림’이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알코올 함량 0.5%로 부드러운 크림과 새콤한 로제의 풍미를 부담 없이 즐기기에 제격. 이 외에도 아마레토 블랙 체리 아몬드 토피, 버번 프랄린 피칸 등 다양한 조합의 술 아이스크림을 선보이고 있으니 취향에 맞는 플레이버를 골라 먹는 재미도 있겠다.
코시국의 솔루션
한국에 론칭하지 않는 한 위에서 소개한 해외 시제품을 맛보기는 당분간 어렵겠지만 실망하지 말자. 우리는 커피를 천 번 저어 달고나 커피를, 달걀을 만 번 저어 수플레 오믈렛을 만드는 민족이 아니던가. 폭증하는 확진자 수 때문에 집콕 휴가를 보내게 생겼다면, 이 틈을 타 최애 술+아이스크림 조합을 개발해 보는 것도 좋겠다.
깔루아 아포가토: 생전 처음 아포가토를 맛봤을 때 생각했었다. 이걸 만든 사람은 분명 천재라고.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은 한층 더 천재적인 조합을 알게 되었으니, 바로 커피 대신 커피 리큐어 깔루아를 넣은 아포가토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에 깔루아를 원하는 만큼 붓기만 하면 되니 만들기도 이보다 쉬울 수 없다. 깊고 쌉싸름한 맛을 더하고 싶다면 다크초콜릿을 부숴 넣고, 못 말리는 민초단이라면 지난해 출시된 깔루아 민트모카로 시원한 맛을 즐겨 보자.
여름의 미모사: 신선한 오렌지 주스에 스파클링 와인을 곁들인 미모사는 여름휴가를 떠난 애주가들의 브런치 테이블에 빠지지 않는 음료다. 올여름에는 이 미모사를 조금 더 시원하게 즐겨보면 어떨까? 오렌지 소르베(혹은 구할 수 있는 시트러스 소르베)를 작은 스쿱으로 여러 번 떠서 플루트 잔에 쌓고 스파클링 와인을 부으면 대낮부터 상큼하게 취할 준비 끝!
마가리타 팝시클: 여름과 해변의 칵테일, 마가리타를 팝시클로 만들어 먹으면 신나는 기분이 두 배가 되지 않을까? 오렌지 주스와 라임 주스, 테킬라를 4:2:1로 넣고 꿀이나 아가베 시럽을 적당량 넣어 잘 섞은 후 팝시클 용기에 담는다. 한 시간 정도 냉동한 후 한 번씩 저어 준 다음 막대를 꽂아 여섯 시간 더 얼리면 완성. 생 라임을 사용했다면 라임 제스트를 소량 넣어 색감을 살려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