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소믈리에, 김경문 MS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지금 뉴욕, 먼 곳에서 한국의 술을 알리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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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김경문 MS,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여러모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Q2. 우리 술을 알리는 일,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처음 뉴욕에서 정식 레스토랑을 준비하면서 시작되었어요. 소믈리에로서 전 세계의 다양한 와인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한식에 접근하는 방법을 시도하였습니다. 특히, 와인 시장의 허브로 불리는 뉴욕에서는 정말 많은 종류의 와인들이 기다리고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설레고 기뻤죠. 약 1,000가지의 와인 리스트를 가지고 오픈을 했는데, 첫 손님이 저에게 가장 먼저 꺼낸 질문으로 ‘어떤 한국 음료를 추천하는가?’하고 물어보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듯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 나라의 음식과 음료를 함께 즐긴다는 것은 마리아주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인데, 와인에 심취해 있던 저에게 한국 술 페어링은 선뜻 다가오지 않았어요. 한국의 술은 다양성이 좀 떨어지기에 당연할 수도 있어요. 특히 뉴욕에서는 초록병 소주, 유명 브랜드의 한국 맥주, 그리고 몇 가지의 막걸리 외에는 구할 수가 없었거든요.
서울에서 일했을 때는 고객들이 한국의 술보다 와인에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뉴욕에 와서 보니, 다양한 문화들이 공존하고 있고 그 문화에 대한 궁금증과 흥미를 느낀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고유문화에 대해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외에 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잖아요? 오히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한국의 전통주 시장은 아주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대기업들이 자리를 꽉 잡고 있는 주류시장에서 경쟁을 할 수 있는 양조장이 없더라고요. 적은 인력 탓에 생산만으로도 벅차기에, 수출은 커녕 내수 시장 유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뉴욕에 닿기까지는 너무나도 멀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뉴욕에는 한인타운을 넘어 맨해튼 여기저기에서 정식당에 버금가는 고급 한식 레스토랑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술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그 레스토랑들의 셰프와 소믈리에들과 대화를 해보니, 그들도 제가 처음 레스토랑을 개시했을 때 느꼈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수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Q3. 현지 시장에서 우리 술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으며 반응은 어떤가요?
작년 한 해 동안 준비해서 올해 1월 말에 첫 컨테이너가 도착했습니다. 첫 세일즈 전략은 레스토랑을 공략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음식은 많이 보편화 되어있지만 한국 술은 아직 생소한 주제이기도 하고, 그것을 잘 전달 할 수 있는 곳이 분위기, 서비스, 식음료, 이 삼박자를 잘 갖춘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레스토랑과 크래프트 바 업장에서 테이스팅했을 때, 소믈리에와 바텐더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습니다.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품에 대한 갈망이 있는 뉴욕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술은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안타깝게도 3월 초에 뉴욕에 있는 레스토랑들이 문을 모두 닫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주류를 테이크 아웃 또는 배달할 수 있게 되어 레스토랑의 음식과 페어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적인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순 없지만, 꾸준히 재주문이 오고 있어서 반응이 좋은 것 같습니다.
Q4. 어떤 종류의 한국 술을 소개하고 있나요?
한국 술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술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한국 술의 취약점으로 꼽을 수 있는 점은 전통 발효주들이 살균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운송과 유통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한국 술은 소주’라는 인식이 있기에, 초록병 소주의 이미지를 버릴 수 있는 정말 잘 만든 소주들을 수입하기로 했어요. 한국 방방곡곡에 있는 양조장을 찾아갔습니다. 한국의 좋은 술들이 그저 한국 레스토랑에서 소비되는 것이 아닌, 여러 요리에 어울리는 칵테일로도 활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5. 앞으로의 포부와 미래 계획
와인비전에서 전통주 클래스를 할 때까지 열심히 해봐야죠.
우리의 술을 보드카, 위스키 같은 주류의 한 카테고리로 소개하고 미국 전역에 전파하고 싶어요. ‘메즈칼(Mezcal)’이라는 멕시코 술은 약 10년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술이었지만, 지금 미국에서는 모든 레스토랑의 바 또는 칵테일 메뉴로 들어갈 정도로 가장 인기 있는 주류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 술도 아직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 세계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만한 품질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Q6. 보너스 질문 / 아들이 소믈리에를 하겠다고 한다면?
제 아들이 아직 3살인데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볼 수도 없고 고민 중입니다. 일단 제 와인셀러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걸 보니, 절 닮아서 술을 잘 마실 것 같습니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시고 성실히 답해주신 김경문 MS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