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인류 문화의 큰 부분으로 자리 잡았으며 생산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관광 활동을 연결해 수익을 창출하여 경제 규모의 성장에 기여하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전통적으로 와인 산업이 발전한 국가의 에노투어리즘은 장기간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온 반면 미국, 뉴질랜드, 호주, 칠레, 아르헨티나와 같은 국가는 정부와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빠르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왔습니다.
와인을 소비하는 인구가 늘어나며 와인을 여러 방식으로 알리고 판매하고자 하는 와이너리의 니즈와 여행의 주요 목적으로, 혹은 여행 프로그램의 하나로 산지에서 와인 관광을 찾는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점점 성장하는 에노투어리즘은 2016년 이후 유엔 소속의 UNWTO-United Nations Wine Tourism Organization이 신설되기도 해 세계적으로도 이미 여행산업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와이너리를 직접 방문해 와인이 만들어지는 공간을 구경하고 와인 생산자와 함께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것은 이미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여행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와 같은 테이스팅과 와이너리 구경뿐만 아니라 여러 경험을 포괄하는 에노투어리즘은 enotourism, oenotourism, wine tourism, vinitourism 등 여러 단어로 두루 언급되지만 결국 와인 생산지에서 테이스팅, 와인 구입이나 직접 판매 운영을 주로 하는 관광 활동을 뜻합니다.
미국에서는 와인의 역사상 유명한 사건인 1976년 ‘파리의 심판’ 이후,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관광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4년 캘리포니아 남부의 산타 바바라를 중심으로 두 인물이 여러 와이너리를 방문하며 전개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사이드웨이즈가 개봉된 이후 영어권 관광객들의 와이너리 방문이 급격히 늘었다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미국과 영어권 생산국에서 다양한 방식의 에노투어리즘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21세기에 들어 미국 내의 관광 인구 중 17퍼센트는 음식과 와인 관련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도 5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이런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25억 유로 이상의 이윤을 남깁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유럽 와인 산지에서 매년 11월의 두 번째 주를 에노투어리즘 데이(Enotourism Day)로 선정, 와이너리 방문을 장려하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와인의 주요 생산국 프랑스에서의 에노투어리즘 현황
길을 따라 모여있는 와이너리를 찾아갈 수 있는 ‘와인의 길’은 1937년 처음 만들어졌지만, 1970년대가 지나면서 좀 더 적극적이고 계획적인 와이너리 프로그램이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부르고뉴에서 시작된 와인의 길은 상업화와 경제적 원조의 힘을 업고 더 조직적으로 발전한 곳은 보르도 지역이라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와이너리의 테루아를 설명하고 경험할 수 있는 방식을 중심으로 개발되었지만 최근 들어 와인 트래킹, 와인 마라톤, 쿠킹클래스, 마스터클래스, 자신만의 와인 만들기 등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하는 중입니다. 헬리콥터로 포도밭과 주변 지형을 관찰하거나 여러 언어로 제공되는 프라이빗 테이스팅, 럭셔리 호텔의 숙박 등을 엮은 하이-엔드 프로그램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커스터마이징하기도 합니다. 관광/농업분야를 중요시 여기는 프랑스답게 프랑스 관광청이 공식적으로 온라인 플랫폼과 협력하여 와이너리들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알립니다.
에노투어리즘을 경험하는 세 가지 타입의 여행자와 주요 형태
와이너리를 찾는 여행자는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Wine Geeks, 와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자 하며 와인의 맛, 생산방식, 지역의 특징 등 와인 관련 심도싶은 정보와 경험을 얻고자 하는 그룹, 두 번째는 미식을 즐기는 Gastro Tourist로, 음식을 맛있게 즐기기 위해 필수인 와인과 푸드 페어링을 다이닝 경험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즐기고자 하는 이들, 마지막으로 Casual Wine Tourist는 와인 지역에 방문할 다른 목적이 있어 와이너리를 들르게 되는 이들이며 이들의 특징과 필요를 제대로 이해하고 와이너리의 규모, 와인을 알리고 판매하고자 하는 타겟과 지역의 특성에 따라 에노투어리즘의 개발과 응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오늘날 와인 산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에노투어리즘의 주요 형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와인 셀러 및 와이너리를 방문하고, 테이스팅을 하는 기본 프로그램
2. 일반적인 방문과 테이스팅에서 교육적인 요소가 더 가미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에듀테인먼트. 와인 블렌딩, 수확 워크샵, 포도밭 체험, 와인과 함께하는 쿠킹 클래스 옵션 제공
3. 와인에 한정되지 않은 시설에 투자하고 원스톱 경험을 제공하는 형태. 레스토랑, 호텔, 뮤지엄 등을 일정한 공간에서 연계해 동시 운영
어떠한 형태의 에노투어리즘을 운영한다 할지라도 다른 와이너리, 레스토랑, 뮤지엄, 호텔, 투어리스트 오피스, 와인 샵들과의 교류 및 협력이 중요할 것입니다. 더불어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기억에 남을 열정, 그리고 그곳만의 특별함을 갖추는 것이 성공적인 운영의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노투어리즘은 와인 소비가 증가하며 여가를 중요시 여기는 트렌드에 맞추어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대규모의 와이너리는 와인의 브랜드 가치를 알리고 다양한 경험으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한 편으로 소규모 와이너리는 그들의 공간을 대중에게 개방하고, 직접 교류함으로서 판매의 또 다른 기회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하는 대안으로 에노투어리즘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이 시작하는 양조장과 와인 관련 산업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대표적인 에노투어리즘의 성공사례를 경험해보고 좀 더 깊이 공부해볼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세계의 에노투어리즘 랜드마크
– 프랑스 보르도의 시떼 듀 방(Cité du Vin) : 전 세계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에 대한 지식을 오감 경험을 통해 제공하는 공간
– 남호주의 다렌버그 큐브 (The d’Arenberg Cube) : 와이너리에서 레스토랑, 아트갤러리 등이 한데 모여있어 하루 1000명의 관광객이 모여드는 명소
– 스페인 리오하의 마르케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 : 건축가 프랑크 게리의 건물로 유명해졌으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과 스파가 있는 와이너리
– 미국 나파밸리의 카스텔로 디 아모로사(Castello di Amorosa) : 107개 방이 있는 13세기 토스카나식 건축물로 다양한 가이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
전문적인 에노투어리즘을 공부할 수 있는 유럽 소재의 교육기관
– University of Nîmes, Oenotourism and projects 프로그램
– University Bordeaux Montaigne, Wine Economics, Oenotourism and interculturality 석사 과정
– INSEEC business school in Bordeaux, Wine Business and oenotourism 학사과정
– Wine tourism innovation(WINTOUR) : Universitat Rovira I Virgili(URV, Spain), University of Bordeaux(UB, France), University of Porto(UP, Portugal) 세 개의 대학이 협업하는 석사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