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카(Attica)는 그리스의 수도인 아테네(Athens)를 품고 있는, 그리스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와인 산지다. 시내 안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세계의 몇 안 되는 지역으로, 와인 생산량의 대부분이 현지에서 소비된다.
오늘 30일, 그리스의 중심에서 와인 역사를 이끌어오는 아티카 와인 산지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와인비전의 방문송 원장의 강의에 이어 10종의 시음 와인이 준비되었다. 10종 모두 화이트 와인이며, 이 중 7종이 사바티아노(Savatiano)로 다양한 스타일로 생산 가능한 사바티아노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었다.
4,000년이 넘는 와인 양조 역사를 이어온 아티카는 지금도 그리스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지역으로 인정받는다. 상업 활동이 매우 활발했던 고대 아테네에서는 와인 무역 또한 큰 규모로 이루어졌다. 와인이 든 암포라와 같은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 대량 발견되면서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굳이 자세히 언급하지 않더라도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와인은 성스러운 음료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또한, 강연 및 토론회를 의미하는 ‘심포지엄’은 고대 그리스에서 존경받는 가문의 남자들이 한데 모여 토론하고, 음악과 춤을 즐기는 대화의 장이었다. 그리스어로 ‘함께 술을 마시다’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와인은 심포지엄에서 토론과 유흥을 이끈 중요한 존재였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상적인 기후와 포도밭 조건, 그리고 상업적으로 큰 강점을 가진 아테네는 와인 산업에 있어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19세기에 최초의 와이너리가 세워지고 현지 와인 업계는 호황을 이뤘으나, 20세기 초의 필록세라가 창궐하면서 번영의 시기가 돌연 끝나 버렸다. 1960년 재건을 시작한 아티카 생산자들은 2000년 이후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전통과 현대적 와인 양조를 함께 적용하며 토착 품종을 중심으로 한 그리스만의 특성을 온전히 보여주는 와인을 성공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아티카는 북서부 지역을 제외하고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지형이며, 높고 낮은 산맥이 많이 위치해 있다. 연중 일조량이 풍부하며, 아티카의 연평균 기온은 그리스에서 가장 높은 축에 든다. 강수량이 적고 건조하기에 질병 가능성이 작아 유기농 재배에 적합하다. 하위 지역 간 기후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라 할 수 있다. 겨울은 온화하고, 여름은 따뜻하면서 건조하다. 여름의 열기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누그러진다.
아티카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평균 0.9헥타르 크기의 작은 포도밭들로 무수히 나뉘었다는 것이다. 포도를 재배하는 총 지역은 6,200헥타르가 조금 넘으며(2020년 그리스 국가 통계) 7,000여 소규모 재배자들이 나누어 소유하고 있다. 이에, 토지를 일구기는 고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아티카의 포도 재배 지역은 네 개의 하위 지역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포도밭(75% 이상)은 이 지방의 동쪽에 주로 자리하고 있다.
또한, 오래된 포도나무는 아티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1950년대에 심어져 필록세라에서 살아남아 여전히 생산을 이어가는 올드 바인도 있으며, 이는 포도 품종학적 유산으로 관리된다. 이곳에서는 대부분 건조하고 더운 기후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고블렛 트레이닝 방식을 시행하며, 올드바인은 저항력이 대단히 높고 현지 테루아에 완벽히 적응해 있다.
아티카의 대표 품종은 사바티아노(Savatiano)로, 전체 포도밭의 무려 89%를 차지한다. 사바티아노는 가뭄과 곰팡에에 대한 저항성이 매우 높고 생산성이 좋은 품종이며, 기존의 단순하고 산뜻하며 마시기 좋은 와인 스타일에서 숙성 잠재력 있는 파인 와인으로의 변신을 위해 수확량을 제한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바티아노 와인은 사과, 복숭아, 멜론, 바나나 같은 열대 과일의 과일 아로마와 자스민과 시트러스 꽃, 그리고 때로는 허브 언더톤 등 꽃 향기가 가볍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미디엄 바디에 중간 정도로 잘 균형잡힌 산도를 보이고, 고품질 와인은 병 숙성을 통해 꿀, 왁스, 구운 견과류, 석유 같은 미네랄 특징을 보인다.
사바티아노는 다양한 스타일로 생산되지만, 특히 아티카를 넘어 진정한 그리스 전통 와인이라 할 수 있는 ‘레치나(Retsina)’ 와인 생산에 핵심적인 품종이다. 레치나 와인은 고대에 천연 보존제인 송진으로 항아리를 밀봉하여 그 강한 풍미가 와인에 스며들면서 탄생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그리스 와인이지만, 품질이 낮은 저렴한 와인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레치나는 놀라운 수준으로 품질 개선을 이뤘고, 송진의 허브 아로마와 포도 풍미의 균형이 잡힌 우아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레이블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지리적 표시명은 PGΙ 아티키(PGI Attiki, ΠΓΕ Αττική)이며, 이 외에도 PGI 레치나 오브 아티키(PGI Retsina of Attiki, ΠΓΕ Ρετσίνα Αττικής), PGI 마르코푸로(PGI Markopoulo, ΠΓΕ Μαρκόπουλο), PGI 슬로프 오브 키떼로나스(PGI Slopes of Kithaironas, ΠΓΕ Πλαγιές Κιθαιρώνα) 등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PGI 아티키(PGI Attiki, ΠΓΕ Αττική)는 유서 깊은 지역에 잘 보존된 올드 바인으로 유명하다. 그리스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전형적인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 지역이지만, 바다와의 거리나 포도밭의 고도에 따라 다양한 떼루아를 이룬다. PGI 마르코푸로(PGI Markopoulo, ΠΓΕ Μαρκόπουλο)에는 신에게 바치는 가장 중요한 축제 중 하나인 ‘디오니소스 축제’가 열렸던 아르테미스 신전이 위치한다. 최대 350m의 언덕이 많고 복잡한 지형을 가지고 있으며, 훌륭한 많은 사바티아노 품종 와인의 고향이기도 하다.
PGI 슬로프 오브 키떼로나스(PGI Slopes of Kithaironas, ΠΓΕ Πλαγιές Κιθαιρώνα)는 대륙성 영향을 받은 지중해성 기후로, 포도밭은 해발 고도 500m 정도의 언덕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토착 품종과 국제 품종이 모두 현지 테루아에 잘 적응한, 요즈음 인기를 얻고 있는 재배 지역이다. PGI 레치나 오브 아티키(PGI Retsina of Attiki, ΠΓΕ Ρετσίνα Αττικής)는 사비티아노와 로디티스 품종만을 사용한 레치나 와인에 이름 붙일 수 있다. 현대의 레치나는 우수한 품질과 독특한 개성으로 새로운 유행을 만들며, 국제 대회 및 해외 비평가들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