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쁘띠 망상(Petit Mangseng)으로 만든 닝샤의 오렌지 와인을 한 와인바에서 만났습니다. 피레네 지역의 출신으로 쥐랑송 지역에서 나는 달큰한 와인이 흔히 연상되는 품종인데, 중국에서 생산되어 요즘 인기 있는 오렌지 와인의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놀랍더군요.

넓은 지형만큼이나 다양한 기후와 토양을 자랑하며 앞으로의 와인 소비 성장세가 기대되는 중국입니다. 이미 여러 산지를 와인 생산에 주력하는 곳으로 지정하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제적인 주류 기업들이 앞다투어 투자와 개발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제는 중국의 와인바나 와인샵에서 닝샤의 와인을 구입하고 마시는 게 이젠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2020년 시진핑의 방문 이후 프랑스의 보르도에 버금가는 와인 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중앙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2035년에는 닝샤의 허란산 부근에서 6억병, 31억에 해당하는 가치의 와인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적 있습니다. 참고로 보르도의 현재 41억의 가치가 있는 5억병 가량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닝샤는 어떻게 세계의 주요 와인 산지로 발돋움하게 되었을까요?

닝샤의 지형과 기후, 토양

중국의 북서쪽에 위치해 산으로 둘러싸인 닝샤는 북쪽에서 남쪽에 이르기까지 150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 매우 긴 지형입니다. 허란산(Helan Mountain) 부근에서 서쪽을 향해 포도의 경작이 이루어지며, 이곳에 있는 황해(Yellow River)는 포도를 기르고 와인을 만드는 일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매우 경사가 가파르고 북쪽으로 갈수록 산이 많지만 남쪽은 비교적 완만한 편입니다. 북쪽은 충적토(Alluvial)와 모래 그리고 자갈로 덮여 있고, 편평한 지역은 점토질의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산세가 있는 지역에서도 충분한 태양열과 빛을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약 200일가량은 서리의 걱정이 없는 곳이기에 와이너리를 만들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완전한 대륙성 기후를 가지고 있어 짧고 더운 여름에 고도도 높은 편이라 일부의 포도밭은 해발 1200미터의 높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밤은 차갑고 시원해 포도의 성숙을 늦추고 산도를 가두기에 바람직한 환경입니다. 닝샤의 겨울은 11월 초부터 시작해 다음 해 3월까지이며 길고 험난한 시기를 버티기 위해 포도나무를 묻는 방식을 택하며, 이에 대한 노동력과 시간은 와인의 생산비에 크게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습기 없이 매우 건조한 지역으로 연간 200mm밖에 되지 않는 강우량 때문에 황해(Yellow River)를 이용한 관개는 필수적인데, 이스라엘 드립식 관개법이나 홍수 관개법을 씁니다. 관개를 위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많은 생산자들은 땅을 파고 지하수를 쓰는 방식을 택합니다.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생산자들이 있어 지속적인 산업의 발전과 환경 보전을 꾀하기 위해 폐수 관리와 정수 시설을 갖추도록 닝샤의 와인 담당 기관에서 관리 감독하고 있습니다.

건조한 지역인만큼 토양은 유기물질이 적은 강한 산도와 염도를 가진 토양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이곳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비껴갈 수 없어 온도가 좀 더 높아지는 추세이며, 비가 오는 시기도 예측하기 힘들어 홍수나 질병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습니다.

관광지로 자리 잡은 닝샤의 와이너리와 지역경제 창출

포도밭이 존재하지 않았던 장소에서 와이너리를 조성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금액과 노력은 엄청나지만, 와이너리가 존재하며 창출되는 일자리와 소득은 중국의 다양한 지역들이 시도해보아야 할 하나의 예시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연간 400,000명 가량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방문하고 유럽이나 미국에서 볼 수 있는 와이너리의 투어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여행이 매우 힘들어진 중국에서 중국인들이 이국적인 와이너리의 풍경을 만끽하고 와인을 경험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아시아의 관광지로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광산업 다음 두 번째로 큰 산업이 된 와인 산업을 일구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와인 관광업이라는 것을 일찍이 깨닫고 자갈을 파내던 광산을 와이너리로 조성해 티베트 스타일의 샤토, 셀러, 레스토랑과 테이스팅 룸을 갖춘 샤토 유안시(Château Yuanshi)는 다른 와인 산지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특유의 분위기를 자랑하며, 샤토 창유(Château Changyu Moser XV)와 같은 오래된 와이너리는 이미 유럽 스타일의 공간을 만들었고 앞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한 시설을 보강할 예정에 있습니다.

닝샤의 품종과 지역 브랜드

이곳에선 와이너리 산업 또한 정부와 협업이 중요한 과제이자 과정입니다. 레드 와인의 소비가 많은 중국에서 이 지역의 이름을 딴 Helan Hong(贺兰红)이라는 브랜드는 2018년 닝샤의 자치구 기념 60주년을 맞아 생겨났고, 6개의 생산자 그리고 닝샤의 와인 기구가 협업해 내수와 수출을 모두 노리는 와인을 생산합니다.

유럽에선 벨기에에 수출한 바 있고, 까르푸와 같은 마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된 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리슬링 등과 같은 다양한 유럽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생산합니다. 닝샤의 주요 품종은 역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게르니히트(Cabernet Gernischt : 카르메네르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유럽의 품종), 샤르도네 이외에도 많은 와이너리에서 다양한 품종을 실험해보고 있습니다.

시도해보면 좋을 닝샤의 와이너리와 와인들

Kanaan Winery : https://www.kanaanchina.com/wines.html?lang=en
Silver Heights : https://www.silverheights.cn
Legacy Peak
Lereinshou
Château Yohuang
Holly Fun win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