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불자, 청첩장이 쌓이기 시작한다. 최근 받은 청첩장을 보고 있으니, 확실히 결혼 트렌드가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커플의 개성을 담아 직접 만든 청첩장에는 호텔이나 예식장 이름이 아닌 낯선 장소가 적혀있고, 보통 식사 시간에 맞춰 진행되는 본식의 시작이 다소 의아한 시간으로 안내되고 있다. 그리고 한정된 인원으로 진행되니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남들 시선을 의식해 전통적이고 형식적인 스타일을 고수해왔던 결혼 풍토가 점점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불필요한 허례허식을 과감히 없애고, 내 친구보다 엄마 지인이 더 많은 하객 구성도 정말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로 채움으로써 진심이 담긴 축하를 받고자 한다. 또한, 하객 테이블의 한가운데를 차지했던 소주와 맥주병을 대신하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와인이 놓인다. 무언가에 쫓기듯 전쟁같이 치러야 했던 결혼식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와인잔을 부딪치며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는 파티가 된다.
결혼 트렌드가 변화하며 웨딩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피로연에 사용할 와인뿐 아니라, 하객들을 위한 감사의 답례품 와인, 반대로 예비부부를 위한 축하 선물용 와인, 그리고 결혼을 앞둔 친구의 브라이덜 샤워에서 즐길 파티 와인까지. 결혼을 준비하면서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 딱 맞는 와인을 고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해 준비된 이번 픽커스 테이블에는 웨딩샵 대표와 플로리스트 등 웨딩 업계 종사자도 함께하여 최근 웨딩 트렌드를 공유했다. 준비된 7종의 와인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와인은 ‘판티니, 그랑 뀌베 로제 스와로브스키 (Fantini, Gran Cuvée Rosé Swarovski) NV’로, 맛은 물론 패키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와인 전문가의 날카로운 추천과 소비자의 까다로운 평가로 선정된 7종의 웨딩 와인을 소개한다.
1. 까미 데 플로르 까바 브뤼(Cami de Flors Cava Brut) NV
생산 지역. 스페인 카탈루냐 / 품종. 자렐로, 마카베오, 파렐라다 / 수입처. 그레이프코리아
스페인어로 ‘꽃길’을 의미하는 ‘까미 데 플로르’ 까바 브뤼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부부가 꽃길만을 걷길 기원하며 추천할 수 있는 와인이다. 초록빛이 감도는 노란 색을 띠며, 잔잔한 탄산이 우아하게 오래 지속된다. 상큼한 과실과 열대 과일의 부드러운 아로마가 식전주로 잘 어울린다.
[송지헌 / 앞으로의 인생에 꽃길만 펼쳐지기를!] 와인잔에 따르는 순간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청량함이 느껴지고, 입안에서 섬세하지만 강한 탄산이 혀를 간지럽혀서 재미있어요. 가볍게 마시기에 좋은 와인이지만, 맛있다고 마냥 마셨다가는 금방 취할 것만 같아요. ‘꽃길’이라는 이름의 의미도 좋고, 가격도 너무나 좋아요.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화기애애한 장소에서 빛을 발하는 와인이라 생각해요.
2. 판티니, 그랑 뀌베 로제 스와로브스키 (Fantini, Gran Cuvée Rosé Swarovski) NV
생산 지역. 이탈리아 바실리카타 / 품종. 알리아니코 / 수입처. 와이넬
특급 호텔의 웨딩 와인으로 사용되고 있는 아름다운 코랄 로제 색의 와인으로, 아이스버킷에 칠링해도 물에 젖지 않는 레이블 중앙에 스와로브스키 정품 크리스탈이 박혀 있어 더욱 돋보인다. 붉은 과일류의 강렬한 아로마가 식욕을 자극하는 산도와 좋은 밸런스를 보여준다.
[김나연 / 카메라에 담고, 눈으로 즐기고, 코와 입에서 행복해지는 와인] 일단 색이 너무 예뻐요! 브라이덜 샤워할 때, 친구들과 사진 찍으며 즐기기에 좋은 와인이에요. 탄산이 강하지 않고, 상큼한 과실 향이 강렬하게 이어지다 달콤한 과실의 풍미도 느껴지네요. 독특한 디자인의 와인병과 병에 콕 박힌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이 인상적이고, 결혼을 준비하는 신부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로맨틱한 와인이에요.
3. 애쉬본 샌드스톤(Ashbourne Sandstone) 2010
생산 지역. 남아프리카공화국 워커베이 / 품종.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세미용 / 수입처. 어벤져스와인
남아공의 대표 와이너리 해밀턴 러셀 빈야드에서 만든, 딸의 결혼식을 위해 소량 생산한 특별한 화이트 와인이다. 셀러에서 일정 기간 병 숙성 후 의도적으로 늦게 출시하여 라임, 구스베리, 아스파라거스 등의 복합적인 아로마와 함께 병 숙성의 캐릭터를 느낄 수 있다.
[김종학 / 특별함을 경험하고자 하는 당신에게!] 매우 다채로운 풍미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와인으로, 특별한 와인을 갈망하는 와인 애호가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삭막한 땅에서 생명력 강하게 자라난 풀이 연상되며, 미네랄리티함이 잘 익은 사과와 리치 등의 과실 풍미와 좋은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와인을 잘 아는 부부에게 결혼 선물로 주면,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와인입니다.
4. 팡세 드 팔루스(Pensee de Pallus) 2015
생산 지역. 프랑스 루아르밸리 쉬농 / 품종. 카베르네 프랑 / 수입처. 나라셀라
팡세(Pensee)는 도멘 드 팔루스의 포도밭 근처에 핀 ‘팬지꽃’을 의미한다. 우수한 쉬농의 떼루아와 카베르네 프랑의 특징이 천재 양조가를 만나 완벽하게 표현되었다. 부르고뉴를 연상시키는 꽃향기에 떼루아의 흙 냄새 뉘앙스가 이어진다. 첫맛은 가볍지만, 피니시로 갈수록 복합적이고 깊이가 느껴진다.
[김아빈 / 입안에서 이어지는 잔향처럼 오래 지속되는 사랑을 위해] 달콤하면서도 깊고 복합적인 향을 즐긴 후 입안에 흘려보내면, 예상외로 깔끔하고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어요. 복합적인 향과 깔끔한 맛, 그리고 오래 이어지는 잔향이 매력적인 와인으로, 피로연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마시기에 너무나 좋을 것 같아요. 꼭 웨딩 와인이 아니더라도, 전망 좋은 곳에서 연인과의 로맨틱한 밤을 위해 준비하고 싶은 와인이에요.
5. 타울레로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Thaulero Montepulciano d’Abruzzo) 2016
생산 지역. 이탈리아 아브루쪼 / 품종. 몬테풀치아노 / 수입처. 올빈와인
300년 전 타울레로 공작의 결혼을 위한 와인을 만들면서 와이너리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의 사후에는 아부르쪼 지역의 와인 재배자들이 연합하여 만든 조합으로 재탄생되었으며,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와이너리로 손꼽힌다. 레이블의 빨간 하트가 인상적이며, 레드 베리와 후추 등의 향신료 풍미가 어우러져 표현된다.
[정준희 / 사랑의 마음을 담아] 과실과 향신료 등의 풍미들이 조화롭게 이어지고, 부드러움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와인이에요. 빨간색의 하트가 결혼하는 부부를 위해, 또는 답례품 와인으로도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지인들과 올드 영화를 보는 홈파티를 자주 여는데, 가을밤 쌀쌀한 차가움을 느끼면서 올드 영화를 배경 삼아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 어울릴 것 같아요.
6. 아스떼리스꼬(Asterisco) 2013
생산 지역. 스페인 토로 / 품종. 템프라니요 / 수입처. 비노떼
진한 적자색을 띠며, 풍부한 블랙체리와 후추 등의 향신료를 느낄 수 있고 미네랄리티와 밸런스 좋은 산도가 부드러운 타닌과 잘 어우러진다. ‘별이 되어’라는 의미의 이름처럼 레이블과 코르크에서도 별을 발견할 수 있다. 서로에게 아름다운 별이 되어 인생의 빈 공간을 함께 채워나갈 커플들에게 추천한다.
[임보미 / 힘들면 쉬어가도 돼!] 피망, 아스파라거스, 민트 등의 허브 향이 두드러지게 표현되는데, 험난한 웨딩 준비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속을 뻥 뚫어주고자 선물해 주고 싶어요. 부드러운 타닌과 밸런스 좋은 산도, 다채로운 풍미를 하나하나 곱씹으며 지친 마음을 안정시키는 시간을 주고 싶어요. 2013 빈티지임에도 탄탄한 구조감을 보여주네요. 조금 더 숙성시켜서 마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7. 로라 하트윅, 싱글 빈야드 카베르네 쇼비뇽(Santa Laura Hartwig, Cabernet Sauvignon Single Vineyard) 2016
생산 지역. 칠레 콜차구아 밸리 /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 수입처. 위매드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칠레에 이민 온 후, 보르도의 와이너리 가문에서 나고 자란 아내의 우울증과 향수병을 달래주기 위해 생산한 와인이다. 상업성을 최대한 지양하고자 와인의 이름은 물론, 레이블에도 아내의 초상화를 그려 넣었다. 블랙베리부터 시가, 토스티한 오크 풍미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섬세하고 우아하게 표현된다.
[이다혜 / 사랑하는 아내만을 위한 와인] 블랙베리, 블루베리 등의 검은 과일 향에 가죽, 연필, 약간의 초콜릿 향 등이 어우러져 카베르네 소비뇽의 특징을 잘 보여주네요. 이 풍미들은 입안에서도 이어지며, 우아한 타닌과 훌륭한 밸런스, 인상적인 여운을 느끼게 해줘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한 와인이라는 스토리와 아내의 모습을 담은 예쁜 레이블, 그리고 매력적인 가격까지! 로맨틱한 와인이에요.
Tip. 각 와인의 자세한 정보 및 모든 패널들의 리뷰는 AI 기반 주류 검색 서비스, 마시자GO 앱과 매일 하나의 와인을 추천하는 Wine Pick에서 만나볼 수 있다.
[Pickers’ table이란?] 픽커스 테이블은 소비자가 현재 가장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반영한 주제를 선정하여 격주로 진행되는 시음회이다. 각 주제에 맞춰 선정된 와인을 시음한 패널들의 리뷰는 Wine Pick 기사 컨텐츠와 마시자Go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Wine Pick이란?] 와인 픽은 픽커스 테이블에서 소개된 와인을 하나씩 추천하는 서비스로, 마시자Go를 통해 와인 정보와 소비자의 시음평을 확인하고 예약 서비스를 통해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