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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와인 지도

보르도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와인 지도

Jason Oh 2019년 9월 19일

우리의 칼럼니스트이자 보르도 전문가 제인 앤슨이 그 지역에서 유명 포도밭의 상세한 디지털 지도를 만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는 피에르 르 홍을 만나보았다.

생 줄리앙의 샤토 라그랑주가 나온 피에르 르 홍의 지도 / 사진 제공: 피에르 르 홍

아마 당신도 이 지도를 보았을 것이다. 그중 대부분은 유럽 높은 하늘의 시점에서 시작되어 처음에는 프랑스에, 그다음에는 보르도에, 그다음에는 해당 아펠라시옹에 초점을 맞춰 줌인한다.

지표면에 가까워질수록 3D로 표현된 땅의 굴곡, 강, 도로가 점점 잘 보이고 여러 샤토 건물과 이름들이 나타나다가, 마침내 몽로즈부터 브란 캉트낙, 그랑 피 뒤카스 같은 하나의 에스테이트로 집중된다.

서로 다른 포도밭 구획들이 상세히 표시되고, 토양 유형과 재배되는 포도들이 다른 색상으로 나타나며, 메독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평평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다.

가끔씩 머리 위로 새도 날아가고, 가론강을 따라 보트 한 척이 느리게 흘러가는 등, 그래픽 예술가의 손길이 이 땅에 단순히 포도나무가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지도는 명확하고 정밀하며 기술적인 정보를 얻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하다. 10번째쯤 볼 때면 큰 그림에서 상세한 그림으로 서서히 들어가는 것이 조금 반복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말이다.

이곳이 보르도이다 보니 지도는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웃 샤토가 홈페이지에 이걸 실은 것을 보고 나면 우리 샤토도 당장 하나 만들어야 할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지도 제작자 피에르 르 홍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럼에도 우리 집에 도착한 그는 갓 다린 옷을 갖춰 입고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그날 아침 그가 타브에서 차를 몰고 와서 메독에서 연달아 미팅을 하고, 나와의 인터뷰가 끝나면 바로 남부 그라브로 떠나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에너지로 가득했고, 만면에 미소를 띠었으며, 짧게 깎은 머리에 정수리에 얹어둔 주황색 테 안경, 산호색 바지와 팔꿈치까지 접어 입었지만 주름 하나 없는 하늘색 셔츠는 와인 업계 사람이라기보다 시크한 파리지앵처럼 보였다. 어쩌면 차 안에 말끔히 다려놓은 셔츠와 바지를 쌓아놓고 다니는지도 모른다.

베트남계 이민 2세대인 르 홍은 동영상 지도 하나로 보르도를 21세기로 끌어당기고 있다.

물론 보르도를 제외한 다른 곳들은 이미 오래전에 그곳에 당도했지만 말이다.

일기예보부터 비행기 충돌 사고 보도, 월드컵 대표 선수 라인업 설명까지, 거의 모든 주요 언론이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많은 정보를 소화하기 쉬운 디지털 인포그래픽으로 바꾸어 놓는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두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이제 데이터 과학자가 되었고 데이터의 관리는 새로운 석유와 같다. (이 말은 내가 아니라 스탠퍼드 대학교 소셜 데이터 연구소장이자 아마존의 전 수석과학자 안드레아스 웨이전드가 한 말이다)

“1990년대 말 보르도에 정기적으로 드나들기 시작했을 때 처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샤토들이 자신들의 특별한 점을 잘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요.” 그가 설탕 한 스푼을 넣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말했다.
“샤토에 방문하면 이런 말을 들었죠. ‘우리 포도나무는 자갈 지대 노출부에 심어져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혼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어디? 난 안 보이는데?’

아니면 이런 말도 해요. ‘포도나무는 성장하려면 극도로 빈약한 토양이 필요해요.’ 그러면 나는 ‘저건 무슨 뜻일까? 어떻게 나무가 물 없이 자라?’하고 생각했어요.

또 생테밀리옹의 석회암 지대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야기도 한참 해요. 하지만 그것도 돌멩이 하나라고는 보이지 않는 테이스팅 룸에서죠. 그럴 때마다 계속 드는 생각은 ‘어떻게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샤토를 운영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렇게 엉망일 수 있을까?’ 였어요.”

당시, 그러니까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르 홍은 파리의 한 통신사에서 인포그래픽스를 담당하고 있었다.
“저는 이미지를 통해 무언가를 더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이제 막 이해하고 있었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거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필요한 것을 얻으려면 데이터의 계급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파리에서 일하다 보니 붐비는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것이 점점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보르도의 한 출판사로부터 일감이 생기자 그는 피레네 산맥 기슭 타브로 이사하여 가이드북 그래픽 디자인을 시작했다. 대부분이 주변 산들의 등산 가이드였다.

“전 어릴 때부터 오래된 지도를 좋아했어요. 아버지는 집을 떠나 계실 때가 많았어요. 선원이라서 한 번에 몇 달씩 집을 비우곤 했죠.

그러면 우린 집에서 지도를 가지고 아버지의 배가 다니는 경로를 그려보았고, 이제 와 생각하면 저는 예전부터 사물의 시각적 표현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전통적인 책보다는 잡지와 지도책을 더 좋아했죠.

그래픽 면에서 정말로 푹 빠졌던 책이 바로 휴 존슨의 『월드 아틀라스 오브 와인 World Atlas of Wine』이에요. 온갖 포도밭 지도와 토지의 굴곡을 보여주는 측면 그래픽, 여러 개의 토양층까지……. 그걸 보고 ‘와, 이런 걸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나요.

그와 비슷한 것을 처음 시도한 것이 2003년이었어요. 파리에서 알게 된 장-프랑수아 케냉에게 그의 샤토 드 프레삭 포도밭을 지도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물었죠.

다른 와이너리들의 관심을 살 수 있을까 싶어서 그렇게 만든 지도를 뱅엑스포로 가져갔어요. 자신감과 불안함이 뒤섞인 마음으로요. 멋지다고 어깨를 두들겨주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만 나가 달라는 답변만 돌아왔어요. 한 마디로 대실패였죠. 하지만 어차피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면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마침내 2006년, 그는 자신을 고용하는 사람이 없다면 혼자 일해 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건 곧 지도들을 한데 묶어 책으로 내는 것이었다. 샤토들로부터 지도 제작비를 받을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저 토양과 포도밭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그는 그 대가로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를 그래픽으로 바꾸면 되는 것이었다.

메독과 생테밀리옹을 각각 한 권씩, 총 두 권을 책을 낸 뒤부터는 점잖게 어깨를 두드려주는 사람은 훨씬 적은 대신 작업을 부탁해오는 요청이 많아졌다.

2014년 그는 종이가 아니라 3D로 디지털 지도를 만드는 회사를 세웠다.

오늘날 인포그래피 피에르 르 홍은 보르도 전역뿐 아니라 프로방스, 샤토네프 뒤 파프, 지공다스, 몬탈치노, 몬테풀치아노, 부르고뉴에도 고객을 두고 있다.

“그런데 부르고뉴에서는 상황이 좀 달라요.

그곳에서는 테루아 지도를 제작하는 것 자체를 거의 모욕적으로 여기는 와인메이커들이 많더라고요. 수도승들이 이미 모든 걸 1,000년 전에 다 발견했고 그들은 모든 걸 빠짐없이 알고 있다는 식이죠.

하지만 우리가 정보 민주화의 시대에 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그건 브랜드 소유주들에게 매우 건전한 일인 동시에 매우 힘들기도 하죠.

온갖 원천을 통해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샤토들은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와인 애호가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내놓을 필요가 생겼죠.”

나도 그의 말에 동의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지도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되었으면 한다. 지도상의 정보가 매우 명확하긴 하지만 그것도 샤토에서 내놓는 것에 불과하고, 시도만 한다면 단순히 아름다운 팸플릿보다 더 많은 걸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샤토 몽로즈에서 한 것을 보면 어떤 정보들을 전달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토양 유형뿐 아니라 그곳에서 나온 포도의 풍미 특성, 특정 빈티지에서 그것들을 블렌딩에 어떻게 사용하느냐 등의 정보 말이다.

차세대 와인 애호가들과 진정한 대화를 시작하려면 더 많은 샤토들이 이런 종류의 데이터들을 더욱 기꺼이 내놓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작성자 Jane A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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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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