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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Bar)’ 그 이상의 자유

‘바(Bar)’ 그 이상의 자유

임지연 2019년 7월 4일

어릴 적 영화 속 미국인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술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필자의 기억 속 미국인들의 삶은 일과 후 가족 또는 오랜 연인과 편안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첫 기억이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모 언론사에 취업한 이후 줄곧 정치부 기자로 필드에서 바쁜 일상을 보냈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취재 기자 생활을 하면서 ‘저녁 있는 여유로운 삶’에 대한 갈망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었다.

그러면서 하나 둘씩 준비한 것이 바로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하와이 섬에서 단 몇 년 간이라도 살며, ‘삶의 여유’에 대한 갈망을 채워보겠다는 욕심이었다.

목이 적당히 늘어난 티셔츠와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방문해도 좋은 자유로운 분위기의 로컬 바, Agave&Vine

집 앞을 나서면, 걸어서도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탁 트인 해변이 있고, 눈이 부시도록 푸른 바다 곁에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일과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그런 곳. 바로 그 곳이 필자에게는 ‘하와이’였던 셈이다.

그렇게 시작한 섬 생활이 벌써 1년 째다. 현지에서도 먹고 살기 위한 생업은 단 하루도 쉰 적이없었지만, 지난 1년 동안 매일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서 시작되는 하와이의 일상은 상상했던 그 이상의 시간적 여유와 편안함을 선물해줬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Agave&Vine

현지인들 사이에서 속담처럼 이야기되는 것 중 하나가 ‘아무리 찾아봐도 하와이만한 곳을 보지 못했다’는 문장이 있다. 섬 생활 대신 미국 대륙을 찾았던 하와이 로컬 젊은이들이 섬을 떠나고 머지 않은 시일 내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생각만큼 느리고, 여유로우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기에 하와이 섬 생활만 한 곳이 또 있을까.

그리고 필자가 섬 생활을 좋아하게 된 특별한 이유 중 하나를 차지하는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가진 ‘바(Bar)’ 한 곳을 소개한다. 마치 아주 어렸을 적 미국 영화 속에서나 봤음직한 미국인 특유의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가진 바, ‘Agave&Vine’이다.

하와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치는 곳인 ‘와이키키 해변’과 ‘알라모아나 해변’으로 이어지는 곳에 자리한 미국 최대 규모의 실내 쇼핑몰 알라모아나(Alamoana)’. 이곳에 최근 ‘Agave&Vine’이라는 간판을 단 바 한 곳이 문을 열었다.

‘Agave&Vine’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종류의 마실 거리들. 10달러 내외에 맛 볼 수 있다.

작은 스퀘어 형태의 바에는 각종 와인과 칵테일, 데킬라, 생맥주 등을 판매해오고 있다. 대규모 쇼핑몰 내에 입점해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손님들이 외국인 관광객일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이 곳을 찾는 손님들 중 상당수는 로컬인이다. 슬리퍼와 편안한 반바지 차림의 자유롭고 격식없는 하와이 현지인들이 바 내부 좌석을 대부분 차지하고 긴 만담을 즐기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사면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스포츠 경기가 끊임없이 생중계된다.

실제로 바 내부 인테리어의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면에 설치된 대형 tv에는 상점이 문을 열고 닫는 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연신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진행 중인 스포츠가 생중계된다.

이 곳을 찾는 고객의 대부분은 로컬 현지인이라는 점에서 바를 운영하는 직원과 손님은 단골인 사례가 많다. 필자 역시 한 달이면 최소 10회 이상 이곳에서 술 한 잔을 하며 주말 늦은 저녁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 중에는 생중계되는 스포츠 경기를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 즐기려는 이유로 이 곳을 찾는 단골들도 많다. 때문에 Agave&Vine 홈페이지에서는 현지 시각으로 안내 중인 각종 스포츠 경기 일정을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특히 요즘같은 NBA 플레이오프 시즌 중에는 가게 벽면에 설치된 대형 tv마다 생중계되는 농구 경기를 관람하려는 손님들로 바 주변은 인산인해가 되곤 한다. 사방에 설치된 대형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생중계 소리 덕분에 마치 실제로 농구 경기장에 온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 곳을 찾는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이 곳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큰 몫을 차지한다. 탁 트인 옥상 형태의 널찍한 푸드코트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Agave&Vine을 포함한 인근 레스토랑들은 모두 ‘라나이(LANAI)’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라나이’는 베란다를 뜻하는 단어로, 라나이로 불리는 인근 레스토랑에서 자유롭게 각종 요리를 구매, 바에 앉아서 편안하게 술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다.

원하는 음식을 편하게 가져올 수 있고, ‘No TIP’ 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 입구에는 외부 음식 환영이라는 푯말이 부착돼 있는데, 손님들은 각자 취향에 맞는 요리를 가져와 이 곳에서는 음료만 주문해 즐기는 방식이다.

노 팁(NO TIP) 운영 방식도 이 곳의 특징 중 하나다. 하와이의 여느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반드시 지불하는 것이 매너로 알려진 팁 문화가 이 곳에는 없다. 보통 전체 주문 가격 당 10~15%, 많게는 20% 가량의 팁을 지불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Agave&Vine은 ‘노팁’ 바라는 점에서 더 많은 손님들이 부담없이 찾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알코올류는 4~7달러 선에 맛볼 수 있는 점도 좋다. 싱싱하다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로 신선한 생맥주도 4, 5 달러 정도만 지불하면 맛볼 수 있다. 각종 칵테일과 데킹라, 와인 등도 1잔당 10달러 이내에 판매 중이다.

이런 이유 덕분에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고가의 제품이 주로 판매되는 관광지에 인접한 이 곳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자주 Agave&Vine에 들러, 격식없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고 싶게 만든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스포츠가 중계되는 동안 함께 술 한 잔을 기울인 매장 내 손님들은 경기가 끝날 때 즈음이면 서로 모르던 사이였더라도 친구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필자 역시 매주 주말마다 농구 경기 관람을 하러 오는 스페인계 미국인 켈리와 데이브 커플과 이 곳에서 친분을 쌓은 경험이 있다. 스포츠와 알코올 힘은 국경과 인종, 나이를 쉽게 초월하게 만든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사례다.

그리고 필자와 같이, 어느 한 때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미국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직접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이 곳을 추천하고 싶다.

#Address: 4604, 1450 Ala Moana Blvd, Honolulu, HI 96814
#Phone: (808) 462-3620
#Happy Hour Daily 3PM-6PM
#Monday – Thursday 10AM – 10PM
Friday – Saturday 10AM – 12AM
Sunday 10AM – 8PM

Tags:
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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