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내륙 남단에 있는 후난성은 중국에서도 유독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해 열광하는 이들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반면 아쉽게도 한국인 중에 후난에 대해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후난 지역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광동성 북쪽 지역선과 마주한 성이며, 광저우까지 까오티에(중국판 KTX)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이라는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곳이야말로 중국 내에 불고 있는 한류의 근원지이며, 후난 위성TV라는 중국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되는 방송국이 소재한 지역이다. 그리고 바로 후난위성TV를 통해 한국에서 건너온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나는 가수다(중국판)’ 등이 방영됐으니, 이곳이 왜 한류의 중심지인지 알면 고개가 끄덕여질 법도 하다.
때문에 거리 곳곳에 한류 열풍을 실감할 수 있는 우리말로 적힌 간판과 한국어 교육 사설 학원이 즐비한 곳 역시 이곳 후난이다.
그런데, 이곳이 중국에서 유명한 또 다른 특별한 이유는 먹고, 마실 수 있는 먹거리 천국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밤 8시가 되기 무섭게 문을 닫고 퇴근하기에 여념이 없는 북방 민족이 거주하는 베이징 일대와 달리, 남방 계열 특유의 흥 많은 지역 사람들의 특성상 새벽이 하얗게 다 새도록 먹고 마시는 상점들이 불을 밝히고 있는 후난에서는 특히 여성의 취향을 그대로 저격한 맛좋은 마실 것들이 즐비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나이차’다.
우리에게는 대만에서 건너온 ‘공차’로 대표되는 나이차이지만, 이곳에서는 공차 외에도 역시나 대만에서 건너온 ‘코코(COCO)’부터 청초한 그 맛이 일품으로 알려진 ‘차안열색(茶顔悦色, Sexy tea)’까지 잊지 말고 마셔봐야 할 것들로 넘쳐난다.
‘나이차’의 원조국 중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나이차 브랜드로 꼽히는 ‘코코’와 숨겨진 후난의 자랑거리 ‘차안열색’까지 두 곳의 나이차를 직접 마셔봤다.
①후난이 키운 나이차 명소 ‘차안열색’
비록 마카오, 홍콩의 맛을 추구한다는 간판을 내걸고는 있으나, 본래부터 후난 사람이 만들고 후난이 키운 후난의 대표 나이차 브랜드 ‘차안열색’이다.
기존의 우리가 알고 있던 우유 맛이 진한 나이차와는 달리 한결 가볍고 상쾌한 맛이 좋아서, 고기로 든든히 배를 불린 이들이라도 부담 없이 또 한 잔을 권할 수 있는 지역 대표 나이차다.
차안열색이라는 중국 명칭 이외에 ‘Sexy tea’라는 영문명을 가진 이곳은 그 이름만큼 수려한 외모의 여성을 대표 이미지로 삼아 운영한다.
마치 “우리 집 나이차를 한 잔 마시면, 이렇게나 아름다운 여성이 될 수 있다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 집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여성만큼이나 외모가 수려한 이들만 찾는 가게”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필자 역시 지난해 출장 왔던 후난에서 지인의 권유로 한 잔 마신 뒤, 베이징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줄곧 차안열색 특유의 가볍고 상큼한 나이차 맛을 잊지 못하곤 했다. 우유와 홍차 또는 우유와 녹차 등을 적당히 섞어 제조한 나이차가 특유의 텁텁한 맛을 버리고 상큼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맛을 보기 이전까지는 도통 믿어지지 않았지만, 필자의 권유를 믿고 그 맛을 음미해 본 사람이면 여지없이 ‘투 텀스 업’을 망설이지 않는다.
후난성의 성도 창사(长沙) 일대에만 총 22곳의 ‘차안열색’ 프랜차이즈점이 운영 중이다. 20대 청년 창업 열풍이 한 창이 후난성에서 나이차 전문점 차안열색은 주머니 가벼운 청년들의 맞춤 창업 대상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이는 초기 창업비용이 불과 1만 위안(약 200만 원)으로 매우 소액이라는 점과 현재 창사 시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20여 곳의 분점의 운영 실적이 비교적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는 탓이다.
특히 최근에는 2잔 구매 시 2번째 메뉴 가격을 50% 할인해주는 행사가 진행 중이어서, 젊은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필자는 후난성 내에서 운영되는 수 곳의 ‘차안열색’ 입구마다 긴 줄을 선 고객들의 행렬을 잊을 수 없다. 세상 어느 곳에 소재한 나이차 전문점 입구에서 이 같은 긴 줄을 선 고객 행렬을 발견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후난성의 입맛을 잡은 ‘차안열색’이 만들어내는 나이차 맛이 ‘투 텀스 업’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②중국에서 ‘나이차’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브랜드: COCO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 ‘나이차’ 대표 브랜드를 꼽으라면 어김없이 ‘공차’를 떠올린다. 처음 한국에 나이차를 소개한 업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중국으로 이주해오기 이전까지는 나이차라면 반드시 공차를 먼저 떠올리곤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중국 또는 대만으로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이라면 공차에 앞서 ‘코코(COCO)’로 불리는 대표적인 나이차 브랜드를 머릿 속에 먼저 떠올릴 것이 분명하다.
사실 중국 어느 곳에 가도 코코라는 간판을 단 주황색 이미지의 나이차 전문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상하이, 칭따오, 난징, 충칭은 물론 마실 것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후난까지 번화한 거리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나이차 전문점은 ‘코코’다.
마치 한창 한국에 커피 전문점 열풍이 불었을 당시를 떠올리면 딱 좋다.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크고 작은 규모의 커피숍이 문을 열고 운영됐었던 그때처럼 현재 중국 거리마다 나이차 전문점 코코는 성황리에 영업 중인 셈이다.
코코가 제조해내는 나이차의 맛은 부드럽고 묵직한 느낌의 나이차다. 우유 함량이 비교적 많아서 한 끼 식대 대용으로 부담 없이 마시기에 좋은데, 일부 소비자 가운데 코코의 나이차가 다소 무겁다는 지적에 따라, 업체에서는 나이차 내에 특유의 무거움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토핑을 추가해준다. 소비자는 원하는 토핑을 1~3위안까지 추가 요금 지급으로 맛 볼 수 있다.
필자가 특히 좋아하는 토핑은 푸딩이다. 코코의 나이차 맛은 ‘재미있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당한데, 옥수수의 달콤한 맛을 살려낸 노란색 옥수수 푸딩이 부드러운 나이차와 섞이면서 목 넘김이 한결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특히 대학생들의 한결같은 지지를 받으며, 대학가마다 코코 나이차 한 잔을 들고 수업을 들으러 이동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격 면에서도 한 잔에 7~11위안(약 1400~2200원)까지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