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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그린한 ‘여름맛 와인’ 비뉴 베르드의 모든 것

그린그린한 ‘여름맛 와인’ 비뉴 베르드의 모든 것

고 서령 2020년 8월 25일

여름엔 차갑게 칠링한 그린와인을 벌컥벌컥 마시는 즐거움으로 더위를 이겨낸다. 청량한 초록빛, 싱그러운 산미, 은은한 탄산, 낮은 알코올 도수, 저렴한 가격까지. 부담 없이 쭉쭉 들이키며 더위를 식히기에 이보다 좋은 와인이 있을까. ‘여름맛 와인’이라는 타이틀이 아주 찰떡이다.

비뉴 베르드는 피크닉가서 가볍게 마시기 딱 좋은 와인이다.

그린와인은 포르투갈의 ‘비뉴 베르드(Vinho Verde)’를 칭한다. 포르투갈어로 ‘비뉴(Vinho)’는 와인, ‘베르드(Verde)’는 초록색이라는 뜻이어서 다들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화이트도 아니고 레드도 아닌 그린와인이라니? 아직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궁금할 것이다. 어떻게 와인이 초록색을 띠는 것인지, 다른 와인과 뭐가 다른 것인지. 지금부터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초록색의 비밀
먼저 밝힐 충격적인 비밀(?)이 있다. 비뉴 베르드는 사실 초록색 와인이 아니다. 병에 들었을 땐 초록색으로 보이지만 잔에 따라보면 연한 노란색의 화이트 와인이다. 병에 푸른색을 입혀서 노란빛의 와인을 담았을 때 초록색으로 보이게 만든 것이다. 와인을 다 마신 뒤 파란 빈 병을 보면 속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그린와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마케팅을 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비뉴 베르드(그린와인)라는 이름은 와인의 색깔이 아니라 생산 방식에서 기인했다. 비뉴 베르드가 생산되는 지역은 포르투갈 북서부 미뉴강 유역이다. 서쪽으론 대서양, 북쪽으론 스페인과의 국경에 맞닿은 곳이다. 이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완전히 익지 않은 어린 포도를 수확 후 3~6개월 내 짧은 숙성을 거쳐 병입한다. 이처럼 덜 익은 포도로 만든 덜 숙성된 와인을 비뉴 베르드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초록색 와인이 아닌 젊은 와인, 어린 와인이라는 뜻으로 ‘그린와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한국엔 비뉴 베르드 화이트만 알려져 있지만, 본래 비뉴 베르드는 레드·로제·스파클링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전체 비뉴 베르드 생산량의 약 86%가 화이트이기는 하다.) 그린와인이 초록색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레드 그린와인, 로제 그린와인을 떠올리면 왠지 어색하고 끌리지 않는다. 어쩌면 그린와인이라는 이름에 담긴 초록빛 이미지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비뉴 베르드는 포르투갈 토착 청포도 품종을 블렌딩해 만든다. / 사진 출처: pixabay

포르투갈 DOC, 비뉴 베르드
비뉴 베르드는 포르투갈 와인 생산지 규정인 DOC로 지정돼 있다. 오직 이 지역에서 생산한 와인만 비뉴 베르드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프랑스 상파뉴 지역에서 만든 와인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고,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 샴페인과 같은 방식으로 만든 와인은 크레망이라고 부르듯 말이다.

비뉴 베르드 화이트는 주로 포르투갈 토착 청포도 품종 서너 가지를 블렌딩해 만든다. 서늘한 기후에서도 잘 자라 아린토(Arinto), 아베소(Avesso), 루레이로(Loureiro), 트라자두라(Trajadura), 아잘(Azal)이 대표적이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매력
비뉴 베르드의 특징은 상큼함, 경쾌함, 청량함이다. 덜 익은 포도로 만든 만큼 풋과일과 시트러스 계절의 아로마가 주를 이루고 산미가 강한 편이다. 많은 비뉴 베르드 와인메이커들은 인공적으로 약한 탄산을 첨가하는데, 이 은은한 기포가 비뉴 베르드의 청량하고 경쾌한 매력을 배가한다. 어딘가 부족한 2%를 채워주는 느낌이랄까.

비뉴 베르드는 긴 숙성을 하지 않기 때문에 깊은 맛이나 향은 부족한 편이다. 알코올 도수도 9~10% 정도로 일반적인 와인(13~14%)보다 낮아서 술이 아닌 음료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가벼움’이 바로 비뉴 베르드의 개성이자 매력이다. 식전주로 마시거나, 점심을 먹으면서 낮술로 마시거나, 한바탕 와인을 마신 뒤 입가심으로 홀짝이기에 부담 없어서 좋다. 부라타 치즈나 리코타 치즈를 곁들인 샐러드, 회, 해산물 요리에 페어링하면 훌륭하고 크리미한 소스를 곁들인 치킨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좌에서 우로) 까잘 가르시아 비뉴 베르드 스파클링 화이트, 구이 가스 비뉴 베르드, 카보 다 로카 비뉴 베르드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비뉴 베르드
까잘 가르시아 비뉴 베르드 스파클링 화이트(CASAL GARCIA Vinho Verde Sparkling White)
수입사. 올빈와인 / 권장소비자가. 3만 원대 후반
비뉴 베르드의 스파클링 와인 버전이다. 루레이루, 아린토 등 2개 품종을 블렌딩했고, 흰 꽃, 청사과, 열대과일의 아로마가 두드러지는 우아한 와인이다.

구이 가스 비뉴 베르드(GUI GAS Vinho Verde)
수입사. 케이엔제이 와인앤스피리츠 / 권장소비자가. 1만 원대 후반
맑고 투명한 옅은 라임 색상과 함께 신선한 사과 향을 비롯한 다양하고 신선한 과실 향이 매우 좋다. 입안 가득 청량감이 가득하며, 약간의 버블 터치가 드라이함과 산미와 함께 경쾌하다.

카보 다 로카 비뉴 베르드(CABO da ROCA Vinho Verde)
수입사. 카스카와인코리아 / 권장소비자가. 2만 원대 후반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포르투갈 호카곶(Cabo da Roca)의 이름을 붙인 와인이다. 로레이로, 아린토, 아베소 품종을 블렌딩했으며 풋사과와 시트러스 노트가 두드러진다. 코르크가 아닌 스크류 뚜껑으로 되어 있어서 와인오프너 없이도 편리하게 오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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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서령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와인을 마시며 시간을 낭비할 때 진짜 행복하다. 9년 동안 신문사 기자, 잡지 에디터로 일하며 글밥을 먹고 살았다. 여기선 먹고살기 위한 글이 아닌 ‘진짜 좋아서 쓰는 글’을 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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