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날씨도 제법 선선해졌습니다. 이런 날씨에는 친구들과 공원이나 한강에 앉아 치킨과 맥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러한 가을 시즌과 관련되거나 잘 어울리는 맥주에 대하여 설명해 드리려 합니다. 여름철 무더운 날에는 페일 라거와 같이 시원하고 높은 탄산감에 목 넘김이 가벼운 맥주를 선호하는 반면, 가을철이 되면 비교적 짙은 색상에 무게감 있는 맥주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겨울처럼 고도수의 맥주보다 고소하고 너무 가볍지 않은 맥주가 가을에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이러한 맥주들에 대하여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비엔나 라거(Vienna Lager)
‘비엔나’라고 하면 아마 소세지를 많이 떠올릴 수 있지만,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Vienna)’을 뜻합니다. 이 맥주는 1841년 빈 지역에서 발전되었고, 1800년대 중후반쯤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지역에서 비엔나 라거 스타일의 맥주를 찾아보기는 어려워졌습니다(일부 크래프트 양조장에서는 생산하고 있습니다).
엉뚱하게도 오스트리아와 함께 비엔나 라거가 성행하는 곳은 바로 멕시코입니다. 그 이유는 ‘Santiago Graf’ 양조사와 몇몇 오스트리아 이주민들이 멕시코에서 1800년대 후반부터 생산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비엔나 라거는 멕시코에서 꾸준한 사랑은 받는 맥주가 되었습니다.
비엔나 라거는 다른 맥주와는 달리 ‘비엔나 몰트(Vienna Malt)’를 이용하여 맥주를 만드는데, 다른 맥아에 비해서 고소한 맛과 갈색 정도 되는 짙은 외관을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깔끔한 라거의 풍미에 토스티함과 같은 고소한 맛이 더해진 것이 이 맥주의 특징입니다. 국내 브루어리에서도 심심치 않게 만들어지고 있는 스타일이니 한 번쯤 마셔 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2. 페스트비어(Festbier)
독일에서 가을 하면 빠질 수 없는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와 관련된 맥주입니다. 이는 3월에 만든 맥주를 동굴 속에 보관하다 10월쯤이 되면 전부 소비하는 축제인데, 이때 사용되는 맥주가 ‘페스트비어(Festbier)’입니다. 최초에는 3월을 뜻하는 ‘메르젠(Marzen)’ 스타일의 맥주가 사용되었으나, 1990년대부터는 가벼운 목 넘김과 맛을 가진 페스트비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아직 ‘페스트비어(Festbier)’라고 하면 ‘메르젠’을 뜻하는데, 페스트비어에 비해 고소하고 짙은 외관을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이 두 가지 맥주를 비교 테이스팅해 보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3. 할로윈 맥주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할로윈 데이에 맞춰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립니다. 양조장에서도 할로윈 데이를 기념하여 특별한 맥주를 생산하기도 하는데, 대체로 많이 사용되는 부가물은 호박입니다.
‘펌킨 에일(Pumkin Ale)’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맥주는 특정 스타일에만 국한되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스타일에 호박의 풍미를 입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브라운 에일(Brown Ale)’에 첨가될 때 가장 좋은 밸런스를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마셔 본다면 고소하고 진한 캐러멜의 풍미에 호박의 풍미가 더해져 복합적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풍미가 있는 덕분에 빵과 같이 마시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4. 잉글리쉬 포터(English Porter)
가을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여름철 마셨던 맥주보다는 무게감이 있는 맥주를 찾기 시작하는 계절인 만큼 부담스럽지 않은 맛과 향을 가진 잉글리쉬 포터를 추천해드립니다.
미국식과 달리 영국식은 과한 로스팅의 풍미가 나타나지 않으며 적절한 밸런스와 비교적 가벼운 바디감을 가진 덕분에 흑맥주에 입문하는 이에게도 추천하는 맥주입니다. 약간의 초콜릿, 커피, 그리고 고소한 풍미는 구운 브리 치즈와 견과류를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게 마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