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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ore Step to the Paradise : 세상의 끝에서 한 발자국 더, 삽탕 섬으로

One more Step to the Paradise : 세상의 끝에서 한 발자국 더, 삽탕 섬으로

MOVE 2016년 7월 16일

One more Step to the Paradise

세상의 끝에서 한 발자국 더, 삽탕 섬으로

우린 경이로운 자연과 소박하고 아름다운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섬, 삽탕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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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탕 가는 길

바탄 섬 남쪽 해안가에 서면 보기만 해도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작은 섬이 바다 너머에 보인다. 푸른 바다 한 가운데 연녹색의 낮은 언덕,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곳은 삽탕 섬! 전통 이바탄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바타네스 여행
의 하일라이트다.

삽탕은 바타네스의 유인도 중 크기가 가장 작다. 소, 말, 염소만 방목해 키우는 작은 섬 두 개가 위성처럼 달려 있
는, 더 없이 신비롭고 로맨틱한 곳. 삽탕 섬에 가기 위해서는 바탄 섬에서 배를 타고 30~40분을 여행해야 한다.
이바나 항구에서 보트를 타는데 이 과정이 매우 재미있었다. 배 시간을 물으니 “아침 6시 30분쯤 여기로 오세요”
란다. ‘쯤’이라니, 정확한 시간을 말해 주지 않으니 도시인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실은 삽탕에서 오전 5시 30분
‘즈음’ 출발한 배를 기다리는 것이다. 대략 그 시간 ‘즈음’ 항구에 모인 사람들로 배가 ‘어느 정도’ 차면 출발하는 것
이니 정확한 시간을 말하기 힘든 것이다. 삽탕에서 출발하는 두번째 배는 오후 1시 반~2시 사이에도 있다. 삽탕 섬 반나절 투어를 하는 이들은 오전시간을 삽탕에서 보내고, 오후 배를 타고 나오게 된다. 우린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으니 좀 더 여유가 있다.

파도가 높다. 팔루와 Faluwa라 불리는 이 특별한 배는 높은 파도에 견딜 수 있도록 곡선을 살려 만들었다. 파도가 작은 배의 한 면에 닿으면서 부서져 내리는 모습, 이른 아침 생기 있는 햇빛이 짙푸른 해수면, 부서지는 파도와 만나면서 만드는 다양한 빛을 넋 놓고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우린 삽탕 섬에 도착했다. 배 타고 내릴 때 선원이나 탑승자나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짐을 들어주고 날라준다. ‘방심하면 팁을 요구하니 짐을 사수하라’는 어떤 여행지에서의 지침을 잠시 떠올린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삽탕 사람들은 이바탄 전통 생활양식인 자급자족, 공동체생활을 어느정도 유지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필수품을 직접 만드는 법을 배우고, 집 짓기나 공사 등 일손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모든 마을 사람들이 품앗이를 한다. 남의 일을 내일처럼 하는 것이 몸에 배여 누군가 두리번거리는 모습만 봐도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덕분에 아주 작은 곤경에도 처할 새가 없었다. 삽탕 사람들은 이방인들에게 길을 알려주고, 가게에 데려다 주고, 코코넛 크랩을 잡아주거나 산호를 주워다 주기도 했다. 순수한 마음에서 베푸는 쉼 없는 친절이 처음엔 의아했으나 곧 그것이 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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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살아 있다

삽탕은 6개의 전통 촌락 마을로 이뤄져 있다. 우린 전통 문화를 가장 잘 계승하고 있는 차바얀 마을과 자연과 전통이 절묘하게 조화된 사비독 마을을 찾았다. 차바얀 마을은 ‘이곳을 들르지 않으면 바타네스 여행은 불완전하다’고 할 정도로 이바탄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그 가치는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도 지정되었을 정도. 마을의 좁은 골목길들을 따라 투박해 보이는 독특한 모양의 전통가옥들이보인다. 이 가옥들은 엄청난 공과 시간을 들여 지은 것이다. 산호를 일주일간 구워 벽을 세우고 코곤 Cogon이라는 풀을 수십 겹 엮어 지붕을 씌웠다. 벽의 두께는 최대 50cm정도가 될 정도로 두꺼운데 이는 거센 바람과 태풍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불이 났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침실, 부엌, 화장실이 각각 떨어져 있는 별채 형태인 점도 독특하다. 쌓아 올린 산호와 돌의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창문과 창문에 달린 바람에 휘날리는 천들은 이국적인 풍경을 만든다. 집 안에 있는 가구들도 섬 사람들이 직접 만든 것이라 하나하나 둘러보는 의미가 있다. 차바얀 마을에서 홈스테이를 한다면 실제 이바탄들의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다. 홈스테이를 운영하는 집이 3~4군데 있는데, 필리핀 톱스타들도 묵고 갈 정도로 인기가 있다.
코곤 잎을 엮어 지붕을 만드는 법, 마른 풀을 빗어내려 우천시 가발처럼 착용하는 머리장식 바쿨 Vakul 을 만드는 모습을 구경하고 직접 해보는 체험은 차바얀에서만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삽탕 끝에 자리잡은 사비독 마을은 웅장한 자연 풍광을 선사한다. 야자수가 빼곡히 들어선 높은 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앞으로는 파랗게 반짝이는 바다가 흐르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이다. 마을 끝 작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현실이 아닌 것 같이 풍요롭게 다가온다. 천혜의 자연을 품은 이 마을엔 멸종위기에 있는 부리가 구둣주걱 모양인 검은 얼굴 저어새도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누구든지 오세요, 삽탕 피에스타

‘리틀홍콩’이란 별명이 있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축제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삽탕 섬 6개의 마을에서는 각각 1년에 한 번씩 축제가 열리는데 이것도 매우 ‘삽탕스럽다’. 할아버지 악사들이 피에스타 밴드라고 쓰여진 셔츠를 입고 바이올린 등을 연주하며 길거리를 돌면 축제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축제 때는 섬 사람 모두를 마을로 초대해서 수 일간 함께 먹고 즐기는데 초대장도 축제 장소의 경계도 없다. 다른 섬 사람, 외지인 누구나 와서 차려 놓은 음식을 나누어 먹고, 잔디밭에선 전통 의상을 입은 섬 사람들이 춤을 춘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던 우리네 옛 잔치가
그러하듯 삽탕 피에스타도 인심이 좋다. 바타네스의 다른 지역과 달리 삽탕 사람들은 평소에 고기를 먹지 않는데 유일하게 고기가 허용되는 때가 바로 이 축제기간이다. 따라서 피에스타 기간엔 누구나 소와 염소, 양고기를 마을 사람들과 함께 풍족하게 즐길 수 있다. 자연이 무대가 되고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진심을 나누는 삽탕 피에스타. 소박하지만 풍요롭고 즐거운, 진정한 축제의 모습이 이런 것이리라.

길과 사람들

개인적으로 삽탕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길’과 ‘사람들’이었다.
섬에 감도는 한적한 정취와 온기는 비단 작은 섬, 시골 마을이니 오는 당연한 것은 아니다. 어느 길을 걸어도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정갈함은 늘 배려하고 서로 화합하는 이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람들은 수줍게 미소 짓고 있지만 환영하고 있음을 그리고 언제든 기꺼이 도와줄 것이라는 느낌을 들게 했다.
길 위에서 만나는 눈에 보이는 것들도 참 매력적이었다. 산호와 돌을 쌓아 만든 거친 건물들에는 반전 디테일을 숨겨 놓았다. 창이나 문, 손잡이는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알록달록하거나 앤티크하게 꾸며 놓았고, 벽면의 수많은 산호 중에는 화살표 모양과 길의 이름을 새긴 이정표 역할을 하는 산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삽탕의 길을 걷다 보면 그 안에서 영원히 길을 잃고 싶어질 정도로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올드 바타네스를 느끼기 가장 좋은 곳, 정신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 삽탕에서의 시간은 바타네스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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