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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술만 받아요” 술(酒)전문 거래처

“비싼 술만 받아요” 술(酒)전문 거래처

임지연 2019년 8월 22일

고가의 술만 받습니다

술 고가에 매입합니다

베이징 도심 곳곳을 무심코 걷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푯말이 있다. ‘당신이 소지하고 있는 술을 고가에 매입합니다라는 문구다.

중국의 명동으로 불리는 관광 지역 왕푸징다제(王府井大街) 일대에서도 심심치 않게 해당 문구를 한 소매점을 발견할 수 있지만, 그보다 도심 외부의 주택가로 들어갈수록 해당 문구를 간판으로 달고 있는 제법 큰 규모의 가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중소형 규모의 술 전문 매입 업체에서는 주로 물이나 음료수, 작은 과자류 등을 동시에 판매해오는 탓에 처음 베이징에 자리 잡았을 당시에는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형 슈퍼의 일종으로만 여겼다.

하지만 중국에서 만난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 같은 술 전문 매입 업체가 중국 내 횡횡한 뇌물을 현금화하는 통로라는 설명 탓이다. 필자가 거주하는 오피스텔 밀집 지역에서만 2~3곳의 건물마다 하나 둘 씩 자리 잡은 작은 슈퍼를 연상케 하는 곳이 뇌물을 현금화하는 곳이었다니, 적지 않게 놀랄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에서는 여전히 뇌물을 주고받는 것이 어떠한 행정, 사법 절차를 준수하는 것보다 원하는 결과를 빨리 얻을 수 있는 지름길로 여기는 사례가 상당하다.

심지어 지인과 친하게 지내는 한 중국인 한족 여성은중국에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뇌물 공여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지하철 공사에서 근무하는 말단 직원부터, 외국인 노동자인 필자가 1년에 한 차례씩은 반드시 만나, 얼굴을 붉혀야 하는 베이징 이민국 근로자까지 모두 공무원 채용 당시 뇌물을 공여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그의 지인 중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는 자가 공무원 채용 권력을 좌우할 만한 능력자였을 것이라고 확신한 적이 있다.

당시에만 해도정말 그럴까라고 무심히 지나쳤을 사례이지만, 조금 과장해서 한 집 건너 한 집만큼 발견이 쉬운 술 전문 고가 매입처의 존재를 확인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곳이 이처럼 성행할 수 있게 된 것은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이후라고 한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부패와의 전쟁을 선포, 그동안 공공연하게 주고받았던 뇌물 수여자와 공여자 모두를 무겁게 처벌하는 정책을 시행했는데 그 탓에 과거에는 주로 현금으로 주고받았던 뇌물이 현물 형태로 변화하면서 뇌물을 현금화하기에 좋은 상점이 도심 곳곳에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금화하기 좋은 제품이 바로 술이었다는 것인데, 술 중에서도 저가의 맥주 대신 주로 해당 상점을 통해 거래되는 상품은 고가의 양주, 바이주(白酒), 수입 브랜드 와인 등이라고 한다.

실제로 무심코 물이나 음료를 구매하기 위해 들어선 해당 상점들 벽면에는 고가 브랜드의 양주, 바이주, 와인 등의 제품이 빼곡하게 비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인장은 공공연하게 거래되는 상품 목록을 따로 상점 밖에 배치하거나, 해당 술의 가격대, 매입 가격 등을 광고로 부착하는 사례도 종종 목격된다.

중국 도심 곳곳에 자리한 술 고가 매입 상점의 내외부 모습. 직접촬영.

상점에서는 고객이 가져온 고가의 술 시가에서 15% 정도의 가격을 낮춘 가격으로 현금 매입한다. 이때 일반적으로 시가 3000위안( 55만원) 짜리의 마오타이주는 15% 가격이 다운된 2500위안( 43만원) 정도에 업체에서 구매, 모든 거래는 현금으로만 지급하는 것이 업체들의 원칙이다.

재미있는 점은 최근 필자가 거주하는 오피스텔 이웃이 자신의 창문 밖에 부착한 술 매입 광고다.

그만큼 일반 가정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고가 브랜드 술을 매입하는 일을 부업으로 담당할 정도로, 고가의 술과 중국의 뇌물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개인적인 궁금증을 위해술 고가 매입 정책과 술을 고가로 매입하는 것으로 천정부지로 솟는 베이징 내 상점 임대료 지급이 가능하냐고 묻는 필자에게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상점 내부를 촬영하고 싶다는 요청에 단연코불가하다는 입장의 상점 사장들을 보며, 이곳을 오가는 거래자 대부분은 금융거래의 전면에 나설 만큼 깨끗한 사정에 있지 않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필자는 최근 원고에 활용하기 위한 사진을 얻기 위해 업체 밖에서 사진 몇 장 촬영했을 뿐이었는데, 해당 상점 내부에서 재빠르게 나온 덩치 좋은 남성과 여성 두 명으로부터 사진 촬영 행위를 저지하는 경험을 한 바 있다.

이러한 술 매입 업체는 많은 양의 술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직접 운반 차량을 보내어 제품을 구매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일반인 중 일부는 자택 내에 마시지도 않는 단순 뇌물 수수용의 고가 브랜드 술을 보관해오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해당 업체들은 고가의 술 외에도, 술을 다 마시고 난 후 버리는 빈 병 역시 고가로 매입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해당 술 브랜드 업체에서 자사가 만들어낸 술의 모조품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업체 스스로 술병을 재구매해 간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상점을 통해 모인 술병 중 일부는 가짜 술이 담겨 해당 고가 매입장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되팔아진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전해진다.

실제로 필자의 지인은 시내에 소재한 일반 술집에서 판매되는 술의 약 80%가짜술이며, 중국의 명품 술로 유명한 바이주 가운데 시중에 유통되는 것들의 약 90%가 가짜라고 설명한다.

우습게도,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현금 뇌물을 금지하자마자 도심 곳곳에는 현물로 받은 뇌물을 현금화할 수 있는 상점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해당 업체는 또다시 가짜 술을 양산하는 곳으로 이중 활용되고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인 셈이다.

술은 인간과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다. 그리고 술을 통해서 인간은 고된 삶을 잊고 생을 이어왔을 것이다.

그런데, 술의 이런 진짜 의미로 즐기지 못하고, 소수일지라도 단지 술을현금화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중국의 현주소가 매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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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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