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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 Jefford: ‘테루아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할 것이다’

Andrew Jefford: ‘테루아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할 것이다’

Bora Kim 2022년 8월 18일

포도원의 오랜 역사는 활기 없는 와인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역사를 담은 스토리는 생산자의 노력을 맛보는 단순한 감각적 즐거움에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이야기할 때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와인 메이커는 자연스레 흘러가는 과정들의 혼돈을 받아들이고 통제를 강화하여,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틀과 방향을 제시한다. 이는 결코 자연의 뜻이 아니다. 이야기꾼은 상상이든 현실이든(후자의 경우 이야기꾼은 자신을 역사가라고 부른다) 무작위 사건들의 혼란을 취하여, 연관성과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편집하고 배열한다. 이는 인간의 마음이 갈망하는 것들로, 우리는 이를 통해 의미와 자양분을 얻는다.

그러나 이야기는 현실이 아니며, 사건들의 정교한 패턴이다. 역사가의 선택이 정확하고 현명하며 유용할 수 있으나 역사조차도 현실이 아니다. 현실은 혼란스럽고, 지루하고, 무작위적이며, 변덕스럽고, 광대하게 뒤얽혀 알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복잡하다. 혼란스러운 사건을 연결하고 부적절한 선형 해석을 부여하는 것은 ‘서사 오류(narrative fallacy)’이며, 이는 무작위성과 위험에 대해 이야기한 레바논계 미국인 수필가 나심 니콜라스 탈렙(Nassim Nicholas Taleb)과 관련된 문구이다. 우리는 위험과 취약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실을 조사하고 복잡성을 수용해야 할 때 모든 곳에서 결과와 인과 관계를 찾고, 이러한 서사 흐름에 따라 행동을 모델링한다. 우리의 이야기는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

테루아 제안에 대한 일반적인 와인 세계의 가정은 서사 오류의 요란한 예로 적용될 수 있어 염려된다. 관능적인 정체성의 미세한 눈금이 뚜렷하게 감지되는 것은 와인의 특별한 매력이자 우리의 주의를 끌어당긴다. 그러나 이 관능적인 정체성은 인간과 환경 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의 결과다. 와인 생산자조차도 그 정체성에 투입된 모든 인풋을 파악하기 위해 몸부림칠 것이다.

레이블이나 기사에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은 표현의 선택이다. 토양은 종종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간단히 기술하자면, 화학적 성질(‘석회암’), 기원(‘화산’) 또는 질감 및 입자 크기(‘모래’ 또는 ‘점토’)를 언급할 수 있다. 이러한 설명은 어쨌든 특정 토양 구획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구조적, 화학적, 미생물학적 현실과 양이온 교환(토양 비옥도의 지표)에 대한 중요한 잠재력을 크게 단순화한다. 특정 시기는 전체 시즌을 커버한다. 우리는 쉽게 측정할 수 있는 것(햇빛, 비, 온도)에 중요성을 부여하지만, 측정할 수 없는 것(구름, 바람 및 기류의 다양한 영향, 낮의 길이, 빛의 각도, 습도)에는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식물은 우리가 거의 알지 못하는 지형적인 미묘한 차이에 매우 민감하다. 뿌리줄기는 무시되거나 잊혀지고, 뿌리와 그 중요한 균뿌리는 여전히 신비한 상태로 남아 있다. 가지치기와 캐노피(canopy: 수확량을 늘리고 질병을 통제하기 위해 포도에 도달하는 채광, 공기 등을 조절하기 위한 덮개)는 너무 세부적으로 표현한다. 포도 주스를 맛보면 모든 와인의 정체성이 주로 발효 과정의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복잡한 화학 작용은 늘 전문가 외에는 그 누구도 이해하기 힘들다. 발효가 어떤 면에서 장소 의존적이라 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테루아는 허구가 아니며, 우리의 코와 입이 이를 말해준다. 좋다. 따라서 그 비밀은 과학적 노력에 따라야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방대하고 도전적인 분야에 대한 작업을 거의 시작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우리는 테루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이는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

샤블리 한 잔이 쥐라기의 킴머리지안 시대(Kimmeridgian stage)에 퇴적된 석회암 토양의 맛이 나지 않으며, 포이약(Pauillac) 지역의 와인의 맛 또한 4기 자갈(Quaternary gravel) 토양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석회암 토양을 찾아 샤블리를 만들고자 했거나 새로운 포이약을 기대하며 자갈토를 찾은 사람들은 실망할 뿐이다. 우리는 테루아의 복잡성, 잠재력의 혼돈, 미세하게 뒤얽힌 디테일, 남아 있는 불확실성, 기이함 및 아름다움을 받아들여야 하고 심지어 축하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유익하고 재미있는 변형된 이야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위해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Bora Kim / 원문 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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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a Kim

athur@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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