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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StarWines 이탈리아 와인의 새로운 경향

5StarWines 이탈리아 와인의 새로운 경향

italianwineeditor 2021년 7월 20일

이탈리아 와인 페어를 대표하는 비니탈리(Vinitaly) 주최의 와인 품평 행사인 파이브스타와인즈(5StarWines.it)가 6월 16일~18일, 3일간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진행되었다. 필자는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였다.

[전 세계에서 모인 심사위원들]

COVID-19의 여파로 작년에는 모든 행사가 열리지 못했고 올해 또한 일정이 연기되었지만, 비니탈리 와인 페어는 2년 만에 처음 열리는 오프라인 국제 행사였다. 벨기에의 Pedro Ballesteros Torres와 이탈리아의 Gabriele Gorelli 등 두 명의 마스터오브와인(MW)이 포함된 6명의 심사위원장과 9명의 패널 마스터, 36명의 심사위원, 13명의 준심사위원, 12명의 양조가들이 총 2,000여 종의 이탈리아 와인을 블라인드로 시음하고 100점 만점 방식으로 점수를 매겼다.

36명의 심사위원 중 상대적으로 여행이 자유로운 미국에서 온 심사위원이 13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나머지는 유럽 각지와 영국, 아시아 일부에서 참석했다. 다른 국제 와인 품평 행사와는 다르게 오직 이탈리아 와인만 품평하면서도 최대한 이탈리아 심사위원을 배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섯 명이 한 패널을 이루어 하루 70-80여 종을 품평하는데, 90점을 넘기는 와인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총 2000여 종의 와인 중 390여 개만이 90점을 넘겼다. 가장 높은 점수인 96점을 받아 최고의 와인으로 선정된 와인은 아브루쪼 지역에서 생산된 칸티나 톨로 페코리노 DOP(Cantina Tollo Abruzzo DOP Pecorino)에게 영예가 돌아갔다.

페코리노 치즈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페코리노(Pecorino)는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아직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이탈리아에선 10여 년 전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품종이다. 마르께와 아브루쪼 지역이 주요 산지이고, 인기가 점점 높아져 풀리아 지역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특유의 지중해 시트러스 향이 강하게 나면서도 높은 산도를 유지하고, 좋은 토양을 만날 경우 미네랄과 구조가 탄탄해진다. 최근 다양한 스타일로 양조가 되고 있는데, 최고의 와인으로 선정된 칸티나 톨로의 것처럼 오크와의 궁합이 훌륭하고, 에미디오 페페(Emidio Pepe)처럼 내추럴 스타일로도 높은 퀄리티를 뽐낸다.

필자가 심사를 진행했던 패널에서는 사르데냐의 콘티니 베르나챠 디 오리스타노 안티코 그레고리(Contini Vernaccia di Oristano Antico Gregori) 1976 빈티지가 94점으로 최고점을 받았다. 플로르를 형성해 의도적으로 산화시켜 숙성하는 고전적인 와인인데, 76년 빈티지라고는 믿기지 않는 잘 익은 과실향과 18도의 높은 알코올에도 기분 좋은 잔당과 산미가 완전한 균형을 이루었던 훌륭한 와인이었다.

본 테이블의 패널 마스터는 니클라스라는 스웨덴 친구였는데, 전 세계에 15명 밖에 없는 VIA IWE(Italian Wine Expert) 중 한 명이었다. 새롭고 도전적인 스타일에 좀 더 점수를 주고자 하는 경향이 있어 나와 비슷하게 평가가 이뤄졌고, 같은 테이블의 오스트리아 비평가는 클래식한 와인에 점수가 높았다. 러시아 와인 강사는 파워풀한 와인에 후했고, 이탈리아 양조가는 브렛이나 VA가 조금이라도 있을 때마다 점수를 형편없이 매겨서 필자나 니클라스와는 의견이 갈릴 때가 많았다.

[블라인드로 진행되는데, 5명의 패널은 의견이 갈릴 때가 많아 종종 긴 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탈리아 와인을 품평할 때는 전형성(Typicity)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해당 지역과 품종을 잘 표현할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 라치오 지역은 최근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몇몇 내추럴 생산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정도였는데, 이번 행사에서는 고전적인 와인을 새롭고 깨끗한 스타일로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교과서에서 배우던 프라스카티(Frascati)는 예전의 영광이 사라진 지 오래지만 젊은 생산자들이 새로운 DOC인 Roma DOC를 제정하고, 말바시아(Malvasia Puntinata) 베이스의 퀄리티 높고 진한 화이트를 만들고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라치오 토착 레드 품종인 체사네제(Cesanese)를 현대적인 양조법으로 부드럽게 만들어 매력적으로 선보이고 있었다.

많은 주목을 받았던 또 다른 와인은 샤르데냐 지역의 깐노나우(Cannonau)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이었다. 프랑스의 그르나슈, 스페인의 가르나챠와 같은 품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좀 더 진한 색깔에 힘이 좋다. 알코올이 높아 예전에는 밸런스가 좋은 깐노나우를 찾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가볍고 마시기 편한 스타일부터 장기 숙성용까지 퀄리티 높은 깐노나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 최고의 와이너리로 선정된 시두라(Società Agricola Siddùra)가 깐노나우를 잘 만드는 집이라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 또한 새롭게 접한 경향이었는데, 탱크 방식으로 일률적으로 만들어지던 람브루스코에서 블랑 드 누아 스타일의 메토도 클라시코(Metodo Classico_샴페인 방식)로 만든 와인들이 훌륭한 품질을 보이며, 이탈리아의 또 다른 스파클링 와인 시장을 견인할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펫낫(Pét-Nat) 스타일의 프로세코 또한 흥미로웠는데, 기존의 내추럴 프로세코보다 맑고 신선한 과실 풍미에 집중한 점이 특징이었다.

여지없이 나쁜 평가를 받았던 와인들은 과도한 오크향을 내는 와인들이었다. 이런 와인들은 병 무게가 쓸데없이 무거운 경우가 많았고 이러면 운송과정에서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할 수밖에 없지 않냐며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에 대한 토의도 잠깐 이뤄졌다. 병에 공을 들일 자원을 포도 재배에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마시기 편한 방향으로 와인을 양조하려는 경향이 보였다. 깨끗하다는 표현은 포도 품종의 특징을 순수하게 전달하고자 한다는 의미도 가진다. 단, 품종 특징을 잘 살리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어서 경험이 많지 않은 생산자의 경우 밸런스가 무너져 있는 모습 또한 쉽게 볼 수 있었다. 피에몬테의 그리뇰리노(Grignolino)처럼 가벼운 레드 와인의 인기 또한 여전했다. 사전 정보가 거의 없는 희귀한 토착 품종 또한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었는데, 레드보다는 화이트 와인에서 독특하고 매력적인 경우가 많았다.

[Ristorante Vittorio Emanuele에서 가진 갈라 디너]

심사를 마치고 심사위원들이 모여 가진 디너에서 모두들 팬데믹 상황 동안 각자 나라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이렇게 모이게 된 거에 대한 감격을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COVID-19는 다시 심해지고 있지만, 좋은 사람들과 모여 같이 와인을 나누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라는 걸 한 번 더 확인했다.

>> 행사영상 바로가기(클릭!)

>> 5StarWines에서 선정한 와인 리스트(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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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와인 에디터, 이탈리아 와인'만'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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