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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가장 위대한 맛, 쌀국수를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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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가장 위대한 맛, 쌀국수를 맛보다

김재영 2016년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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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하노이 호텔 조식 쌀국수1

사진2) 하노이 호텔 조식 쌀국수2

사진2) 하노이 호텔 조식 쌀국수2

하늘에는 무채색에 가까운 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사우나에 온 듯 숨이 턱턱 막혔다. 동남아 베트남에 도착한 순간이었다. 7월은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에 속한다는 그곳의 하늘은 딱 비가 오기 직전이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이런 날씨에 뭘 먹지 싶었다. 덥고 우중충하고 차라리 비라도 오면 좋을 텐데 싶은 날씨. 당장에라도 새콤달콤한 육수에 얼음이 동동 띄워져 있는 냉면이 먹고 싶었다. 하지만 며칠 뒤 나는 이 더운 날씨에도 쌀국수를 군말 없이 가장 즐겨먹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비록 호텔에서 휴게소에서 간간이 먹은 쌀국수가 다였지만 말이다.

다음날, 하노이 호텔에서 나는 첫 쌀국수를 만나게 되었다. 5성급 비즈니스 호텔이라 조식들은 그야말로 호화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볶음요리부터 롤, 동남아 과일 디저트까지 각종 음식에 뭐부터 먹어야 할지 뷔페 주변을 몇 바퀴를 돌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흰 접시를 들고 슬슬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음식들을 집어 담았다. 그러다 쌀국수 코너에 서게 되었다. ‘그래도 베트남에 왔는데 쌀국수지’. 어설픈 영어를 써가며 숙주와 청경채를 담았다. 쌀국수 요리사는 뜨거운 면에 담가 익힌 면을 그릇에 탁, 국물을 술술 부어 내 앞으로 내밀었다. 항상 호텔 조식에 오면 느끼는 거지만 국물요리는 호텔판 패스트 푸드다. 자리로 돌아와 쌀국수를 한 젓가락 떠 맛을 봤다. 입이 말했다. 쌀국수는 베트남 요리가 맞다는 것을.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 없어지는 면발, 향신료가 적절히 가미되어 입맛을 자극하는 국물. 입이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걸 매일 먹는다고 생각하니 잠시나마 베트남에 정착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음식이 이토록 맛있다니!

베트남에 오기 전, 다양한 음식 문화에 관해 다룬 책에서 쌀국수의 역사와 그 형태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베트남 쌀국수는 월남전쟁 때 보트를 타고 이동하면서 널리 알려진 음식으로 1970년 이후 해외에 정착한 베트남의 보트 피플들이 서양에 쌀국수 즉, 포를 소개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특히 포는 단기간에 빠른 인기를 얻었는데, 이유는 빠른 서비스와 전통 조리법으로 맛을 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건강한 패스트 푸드인 셈. 또한, 한국에서 먹는 쌀국수는 같은 국물에 고기 종류만 바꿔 메뉴를 내놓지만, 베트남에서는 지역별로 다른 스타일의 쌀국수를 먹을 수 있다. 소뼈와 양지를 넣고 우린 소고기 육수 외에도 해산물, 닭으로 우린 국물 등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면 또한, 넓게 뽑은 북부 스타일, 얇게 뽑아낸 남부 스타일로 나누어져 있다. 다음 날, 운 좋게도 베트남에서 나는 두 가지 스타일의 또 다른 쌀국수를 맛볼 수 있었다.

사진3) 하롱베이 호텔 조식 쌀국수

사진4) 하롱베이 돌아오는 길에 먹은 분짜정식

사진4) 하롱베이 돌아오는 길에 먹은 분짜정식

베트남 하롱베이에 도착한 날에도 호텔 조식으로 쌀국수를 만났다. 4성급 호텔이라 하노이처럼 가짓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각각 다른 토핑이 얹어진 두 종의 쌀국수가 있었다. 하나는 얇은 소고기, 하나는 새우를 넣은 국수였다. 하노이에서 맛본 소고기 쌀국수는 다음날 먹기로 하고 새우가 든 쌀국수를 주문했다. 쌀국수 요리사에게 받은 국수는 붉은 국물을 베이스로 만들어져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쌀국수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국물부터 한 입 먹어보니 천상 똠얌꿍 동생이다 싶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주를 이루고 고소한 맛은 뒤이어 오는 맛.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우의 탱글탱글한 식감과도 무척 잘 어울렸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자꾸 손이 가는 맛이었다. 어떤 쌀국수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해산물을 우려 만든 쌀국수임에는 분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그 호텔 스타일일지도 모르는데 그 맛의 깊이가 어찌나 대단한지 호텔을 떠나기가 아쉬울 정도였다. 특색있는 국물이 인상적이고 새우가 살아있는 해산물 쌀국수를 맛본 특별한 경험이었다.

대망의 마지막 쌀국수는 분짜 정식이었다. 쌀국수 면을 뜻하는 분과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를 가리키는 짜가 만난 분짜 정식으로 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느억맘 국물에 쌀국수와 숯불 돼지고기를 적셔 먹는 하노이의 대표 음식. 사실 먹기 전까지는 베트남 쌀국수는 이미 맛봤고 또 새로운 맛이 있을까 싶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연코 국수의 혁명이라 해도 좋을 그런 맛이었다. 새콤달콤한 국물에 면을 넣어 먹고 호로록 하는 사이 국수가 사라졌다. 숯불 돼지고기와의 조화는 단연 최고라고도 할 수 있는데 쫄깃하고 향긋한지 한 접시 더를 연신 외쳐댈 정도였다. 먹다가 국물을 한 모금씩 마시면 또 그 새콤달콤한 맛에 분짜의 매력에 깊이 반하게 되았다. 같이 간 일행들도 그 맛에 매료되어 최고를 외쳤다. 한국 베트남 음식점에서도 그 맛을 볼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아쉬운 마음에 먹고 또 먹었다. 세 번을 맛봤지만 베트남 쌀국수는 결국 위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통 쌀국수부터 분짜까지 먹었지만 완벽히 베트남 쌀국수를 이해했다고 하기에는 아직이다. 다만 쌀국수 때문에 베트남에 또 가고 싶어 졌다는 점. 숨쉬기 힘들 정도의 더운 날씨에도 좌판 테이블에서 국수를 잘 먹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는 것. 다음 베트남 여행지에서는 또 어떤 국수를 맛볼까. 새로운 국수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도 베트남의 음식은 충분히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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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다루는 시인이자 프리랜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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