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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병 3위안대 ‘바이주’, 진위 논란에 서다.

1병 3위안대 ‘바이주’, 진위 논란에 서다.

임지연 2019년 10월 29일

중국의 ‘꽌시’ 문화는 이웃 국가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이미 익숙한 이야기일 것이다. ‘꽌시’는 그 유명세만큼이나 악명도 높은데, 서로 사정을 알고 있는 가까운 사이의 지인이라면 법과 절차, 규정 등을 일체 무시하고서라도 쉽게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통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로 중국에서는 이 ‘꽌시’가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를 미리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영향력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 같은 막강한 힘을 지닌 ‘꽌시’를 중국 현지에서 쌓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오랜 시간 공들여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이 관계 유지를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 바로 밥과 술을 함께 먹는 시간을 공들여 쌓는 것인데, 이건 우리나라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간과 정성을 쏟아서 밥을 먹고 술 한 잔을 나누는 동안, 비단 비즈니스 관계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꽌시가 있는 ‘지인’으로 가까워지는 셈이다. 실제로 시간과 정성이 쌓인 이후 많은 이들이 ‘친구’ 또는 ‘따거(형제)’ 관계로 더욱 가까워지는 경우를 필자는 현지에서 자주 목격해 온 바 있다.

중국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가까워지도록 돕는데 함께 나눈 술 한 잔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다양한 바이주 상품들

그리고 이런 ‘꽌시’를 쌓은 가까운 지인들과의 술자리에는 일반적으로 비싼 ‘마오타이주’보다는 값싸지만 맛 좋은 ‘바이주’를 즐겨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치 친한 친구들과 함께 소주 한 잔의 즐거움을 찾는 우리의 술 문화와 유사한 셈인데, 그 덕분에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주량을 물을 때 ‘바이주’를 기준으로 묻는 경우가 보통이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술 주량에 대해 ‘바이주 2병’, ‘바이주 1병 반’ 등과 같이 설명하고는 하는데, 보통 40도를 훌쩍 넘는 높은 도수의 바이주를 이 정도 마실 수 있다는 이들의 주량은 보통 수준이 아닌 셈이다. 한국인들이 서로의 주량을 확인할 때 종종 ‘소주 1병’ 또는 ‘소주 반병’ 등으로 자신의 주량을 설명하는 것과 유사한 모습이다.

이렇게 중국인들의 일상에 가까이 자리 잡은 ‘바이주’는 중국 현지에서 가장 저렴하게는 3위안대에 1병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값싸고 맛 좋은 술로 여겨진다. 일반 대형 마트에서 3위안대에 구매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수준의 바이주는 ‘우이(牛二)’에서 내놓은 ‘천냥바이주(陈酿白酒)’가 대표적이다. 무려 42도의 듣기만 해도 아찔한 도수의 바이주이지만, 100mL 당 3위안대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에서 애호가들이 상당하다. 특히 높은 도수에 비해 목 넘김이 수월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달달한 뒷맛 덕분에 주머니 가벼운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꽤 인기가 높다.

진위 논란에 선 ‘천냥바이주’, 중국 현지에서 1병(100mL)에 3위안대로 구입할 수 있다.

‘천냥바이주’는 지난 1986년 베이징을 기반으로 생겨난 ‘베이징니우얼주업유한책임공사(北京牛二酒业有限责任公司)’가 내놓은 대표 상품이다. 이들 기업은 현재 화베이(华北), 화난(华南), 동베이(东北), 시난(西南), 시베이(西北), 중원(中原) 등 중국 대륙 십여 곳에 양조장을 운영하는 대형 바이주 전문 기업이다. 그리고 이들이 생산해내는 대표적인 바이주가 바로 ‘천냥바이주’인 셈.

천냥바이주는 그 이름인 ‘천냥(陈酿)’처럼, 오래 묵혀 더 향기로운 바이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로 10년, 15년, 30년 단위로 제조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이 더욱 향기롭다고 평가받는 바이주 시장에서 천냥바이주는 그 이름값처럼 오래 묵혀 더 농익은 맛을 내는 바이주로 유명세를 얻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주류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천냥바이주가 진위 논란에 휩싸이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천냥바이주라는 상표명을 그대로 모조한 가짜 상품이 활개,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 온라인 카페와 인터넷 신문사 등에서는 ‘가짜’ 천냥바이주를 직접 구매해 음용했다는 이들이 등장했다.

이들 증언에 따르면, 기존의 진짜 천냥바이주의 경우 목 넘김이 수월하고, 뒷맛이 달달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는데,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가짜 천냥바이주의 경우 그 가격은 기존의 진짜 상품보다 1위안 이상 저렴하지만 맛이 쓰고, 에탄올 향이 강하게 풍기는 등 음용 시 역한 냄새를 느낄 수 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진짜 천냥바이주와 동일한 디자인의 유리병에 담아져 유통되는 탓에 시중에서 물건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은 쉽게 진위를 구별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가짜 상품을 일컫는 ‘산자이(山寨)’ 천냥바이주가 유명 백화점에 입점한 대형 마트와 편의점 등에 다수 유통된 것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한편 이 같은 증언이 이어지자, 중국 정부는 단속반을 꾸려 산자이 천냥바이주 제조 및 유통 업자를 적발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미 시중에 유통된 가짜 상품을 압수하기 위해 해당 기관과 관련자들을 상대로 한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시장감독부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대에 유통되는 덕분에 기존의 많은 이들이 소비했던 천냥바이주조차 산자이가 등장했다는 점에 주의를 요한다”면서 “소비자들은 천냥바이주 구매 시 반드시 라벨링의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구매 후 음용 시 이질감이 느껴질 경우 즉시 음용을 중지해야 한다. 이후 시장 감찰부서에 이에 대한 신고 조치를 할 것”이라고 재차 주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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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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