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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품종의 딜레마와 미래

하이브리드 품종의 딜레마와 미래

Eva Moon 2022년 3월 8일

우리가 마시는 와인을 만들기 위한 대부분의 포도 품종은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에 속합니다. 수십 세기에 걸쳐 발전해온 체계적이고 복합적인 양조 과정을 통해 단순한 포도알이 여러 향과 맛을 갖춘 와인으로 탄생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에도 자연/화학적인 농법에 대한 뜨거운 논의와 연구가 계속되는 이유는 비티스 비니페라에 해당하는 품종이 대부분 토양의 영향을 많이 받을 뿐 아니라 더위나 추위에 약하고 병충해에도 취약한 품종이기 때문입니다.

두 종류 이상의 다른 포도 종이 교차해 탄생하여 대개 하이브리드(잡종)라 불리는 품종은 포도 재배 측면에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고 생산성도 좋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2020년 기준 전 세계 양조용 포도 생산량의 5퍼센트 이하만을 차지하며 실제 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경험해보신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토록 하이브리드 포도로 만든 와인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거론되었던 하이브리드
미국과 유럽의 교류, 포도나무 교환의 영향으로 19세기 필록세라가 유럽에 도착했고 프랑스 포도밭 중 2/3가량이 파괴되는 등 유럽의 많은 포도밭이 치명적인 위기에 경험했습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은 미국에서 온 포도나무 줄기에 유럽 품종을 접목하거나 병충해와 곰팡이에 강한 하이브리드 품종을 기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와인 산지에서 하이브리드 품종을 기르고 지역의 이름을 사용해 와인을 출시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이유는 머스크 향과 과일 향 등이 도드라지는 이 품종의 아로마 특징이 테루아를 반영하는 좋은 와인을 만드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입니다. 이미 미국을 포함한 북미에서 하이브리드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왔고, 유럽에서도 독일을 선두로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몇몇 국가는 기후 온난화와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를 자주 경험하고 있는 이 시대 하이브리드 품종에 대해 더 연구하고 이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 부분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는 계획에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품종에 우려하는 목소리
프랑스에선 지역의 이름을 붙여 하이브리드 와인을 판매할 수 없지만, 프랑스 랑그독 루시용 지역과 보르도 등지에서 하이브리드 포도를 이용한 와인을 뱅 드 프랑스(Vin de France)로 최근 선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대표적인 와인 산지로서 비교적 전통적인 방식과 시스템을 고수하고자 하는 프랑스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품종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소테른에 위치한 샤토 기로(Château Guiraud)의 소유자 중 한 명인 자비에 플란티(Xavier Planty)씨는 하이브리드 품종이 지역 아펠라시옹을 사용하는 와인으로 편입될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며, 그 이유는 더 쉽게 자라고 많이 수확할 수 있는 품종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상대적으로 노력이 필요한 전통적인 비티스 비니페라의 포도 품종을 외면하게 되고, 결국 품종의 다양성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비티스 비니페라의 문제, 그리고 하이브리드의 장점
비티스 비니페라 종의 전통 포도 품종들은 지역별 다양한 와인의 특징을 보여주고 풍요로운 와인 생활을 인류에게 선사하였지만, 수많은 질병과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시즌마다 구리와 이산화황을 포도밭에 써야 함을 물론 건강한 포도를 수확하기 위해 화학적인 물질의 투입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큰 문제로 들 수 있습니다.

반면 하이브리드 품종은 Methyl Anthranilate와 2-aminoacetophenone 등의 독특한 풍미를 보여주는 아로마 화합물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포도밭에서 스스로 잘 자랄 수 있는 건강한 품종으로 별다른 물리적, 화학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매우 춥거나 더운 지역에서도 하이브리드 품종을 심어 와인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다양한 지역에서 그들의 와인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하고 더 소비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장점입니다.

[Vidal Blanc / 사진 출처 : Pennsylvania Wine School]

흥미로운 하이브리드 몇 가지 품종

[ 레드 ]
1. 바코 누아(Baco Noir)
유럽에서 허용되는 소수의 하이브리드 중 한 종입니다. 프랑스 가스코뉴 지역에서 아르마냑을 위한 포도로 많이 재배되며, 어두운 색상의 포도 껍질에 블랙 체리와 다양한 베리의 맛과 향을 지녔습니다.

2. 노튼(Norton)
1800년대 미국의 버지니아 주에서 발견된 품종은 동부 해안에서 오하이오까지 널리 세를 확장한 포도가 되었습니다. 최근 버지니아와 미주리 주에서 하이브리드 포도를 발견하고 분석하려는 노력에 따라 더 연구되고 거론되는 품종입니다.

3. 누아(Noual)
오늘날에도 프랑스의 시골 농가에서 여전히 흔히 발견된다는 하이브리드 품종입니다. 루아르 앙주의 실방 마르티네스(Sylvain Martinez)라는 생산자에 따르면, 하리보 캔디의 Tagada Strawberry의 향에 매우 흡사한 딸기 향과 색상이 눈에 띈다고 합니다.

4. 카타와(Catawa)
와인의 특징을 표현하는 말 중 부정적인 느낌으로 사용되는 Foxy함이나 머스크 향을 담은 품종입니다. 미국의 동부 해안 부근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화이트 ]
1. 라 크레센트(La Crescent)
미네소타의 작은 마을의 이름을 딴 이 품종은 연구실에서 육성된 품종이며 2002년에 출시되었습니다. 스위트 와인에 적합한 다양한 과실향, 특히 시트러스나 핵과일, 열대과일의 향을 풍부하게 냅니다.

2. 비달 블랑(Vidal Blanc)
1930년대 프랑스의 장 루이 비달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비달이라는 짧은 이름으로 자주 불립니다. 리슬링에 매우 가까운 특징을 보이며 신선하고 시트러스 계열과 플로랄, 파인애플과 같은 열대 과일의 아로마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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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Moon

파리 거주 Wine & Food Curator 음식과 술을 통해 세계를 여행하고, 한국과 프랑스에 멋진 음식과 술,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 oli@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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