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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대형 매장마다 가득한 ‘코리안’ 술

하와이 대형 매장마다 가득한 ‘코리안’ 술

임지연 2020년 5월 18일

Why You Should Be Drinking Korean Soju ‘Right Now!’

일명 ‘코리안 보드카’(Korean vodka)로 불리는 ‘소주’(Soju)에 대한 남다른 주목이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 하와이 주에 소재한 대형 마트 주류 진열장 곳곳에서 한국산 소주 브랜드를 찾아볼 수 있게 된 것.

하와이 주, 오아후 섬 다수의 대형 매장마다 운영 중인 주류 전문 진열장에 ‘코리안 보트카’ 소주가 가득 채워졌다. 특히 일본계 대형 유통 업체인 ‘돈키호테’와 미국계 유통업체 타임즈, 월그린, 롱스, 세이프웨이 등 다수의 업체 내부에 최근 들어와 다양한 종류의 ‘소주’들이 진열장 한가운데를 보기 좋게 차지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현지에서 운영하는 소수의 한인 식당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해, 대형 마트를 통해 유통 중인 제품은 보다 다양한 신상품을 만나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큰 차이다.

오아후 섬 호놀룰루 시에 자리한 대형 마트 ‘돈키호테’의 주류 진열장 전면을 차지한 ‘소주’

와이키키 해변과 인접한 호놀룰루 시 중심에는 한국에서 공수된 다양한 종류의 소주 판매 레스토랑과 로컬 식당이 다수 포진해 있었지만, 대형 마트 진열장을 가득 채운 한국 브랜드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현지 교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와이키키 해변 인근에 소재한 총 60여 곳에 달하는 크고 작은 로컬 식당에서 한국산 소주를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상점에서 판매됐던 소주 가격이 1병당 7~10달러에 달하는 등 ‘사악한 가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곤 했는데, 대형 마트를 통해 다양한 소주 브랜드가 유통되면서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대형 유통 업체를 통해 절찬리에 판매 중인 한국 ‘소주’는 1병당 4달러 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는 일반 현지 레스토랑에서 1병당 10달러 이상의 고가에 맛볼 수 있었던 과거와 비교해 절반 수준의 가격이다.

특히 기존의 기본 소주 맛에 자몽, 청포도, 자두, 딸기 등 다양한 맛이 추가된 신상품들이 현지 마트 주류 진열장 전면에 배치되는 등 초록색의 소주병이 유독 이색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미국 현지 고객들의 눈길을 모으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위스키 등 비교적 높은 도수의 독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도수의 소주 맛이 현지인들의 관심을 끄는 주요 성공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하와이 주 오아후 섬 호놀룰루 시 중심에만 ‘소주’를 판매하는 주류 전문점의 수만 약 60여 곳에 달한다. 지도는 와이키키 해변 인근의 소주 구매 가능 레스토랑과 로컬 식당

이미 지난 2014년 기준, 진로 소주의 판매 건수는 당시 7천 100만 병을 초과 달성했지만, 유독 미국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류였다는 점에서 현지의 많은 소주 애주가들은 아쉬움을 가진 바 있다. 지난 2015년 당시 미국 현지에서 발간됐던 주류 전문 매체 ‘Liquor’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코리안 보드카’로 불리는 ‘소주’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술 중에 하나로 꼽혔던 적이 있다. 해당 매체는 영국의 유명 와인 저널 ‘Drinks International’의 조사를 인용해 당시 진로 소주 판매 규모를 공개, 한국산 소주의 잠재력에 대해서 일찍이 주목했던 셈이다.

그런데 이 같은 ‘소주’에 대한 관심은 비단 하와이에서만 목격되는 것이 아니다. 뉴욕 시 중심에 자리한 코리안 레스토랑 ‘Oiji’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술 ‘소주’를 현지화하는 데 성공, 다양한 맛의 칵테일의 주원료로 활용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iji’의 총매니저 맥스 서(Max Soh)는 평소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들이 묻는 한국의 대표 술 ‘소주’의 특성에 대해 “단순히 흥미나 재미로 접근하기에는 다소 위험한 술”이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뉴욕의 제법 ‘핫’한 펍으로 주목받으면서 오고 가는 손님들로 북적였었던 ‘Oiji’의 총매니저는 “소주의 알코올 도수인 20%는 일반적으로 매우 독한 술과 포도주 사이에 있다. 소주 농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라면 ‘부지불식’하는 동안 술 한 병을 모두 비워낸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곤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업을 정지한 상태의 현지 로컬 식당들은 오는 15일을 기준으로 대부분 영업 재개를 앞두고 있다.

더욱이 소주를 취급하는 다수의 현지 펍에서는 보드카, 드라이 진, 위스키 대신 칵테일을 완성하기 위한 주재료로 활용해오고 있다. 뉴욕의 또 다른 유명 레스토랑 ‘네타’(NETA)의 대표 인기 상품 ‘아마이 도쿠’(Amai Doku)는 소주와 자몽 주스 원액, 콤쿠아트 등을 혼합해 판매하는 현지화 된 대표적인 ‘소주 칵테일’이다. 또, 기본적으로 동량의 드라이진과 캄파리, 스위트 베르뭇을 섞어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의 ‘네그로니(Negroni)’에 진 대신 소주를 혼합하는 방법으로 더 담백한 향의 네그로니를 완성한 새로운 상품도 절찬리에 판매됐던 바 있다.

이곳의 매니저 다니엘 씨는 “맑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소주는 함께 혼합하는 다른 원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조화로운 맛을 내기에 탁월한 술”이라면서 “특히 뉴욕의 일부 ‘펍’에서는 ‘진로’(JinRo)와 ‘화요’(Hwayo Soju) 등을 활용해서 획기적인 칵테일을 제조해 판매해오고 있다. 다만 진, 위스키 등을 대체해 소주를 활용할 경우 소주와 다른 재료의 비율을 조절해야만 고전적인 칵테일을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미국인들이 바라보는 ‘소주’에 대한 독특한 시각이다. 미국 현지에서 소주는 일반적인 알코올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색적인 녹색 유리 속의 영롱한 소주 한 병을 두고 마주한 한국인들은 평범한 일상생활부터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까지 소주 한 잔에 기대어 대화로 풀어내는 지극히 한국적인 술 문화를 가진 것에 큰 관심이 쏠린 것. 미국 현지에서 한국 애주가들 사이의 소주 문화에 대해 ‘녹색 병에 담긴 소주로 연결된 하나의 정신적이며 사회적인 문화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측면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친구 또는 동료들과 함께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한국인들의 정서가 ‘소주’ 한 잔과 큰 관련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소주 한 잔’의 기능이 곧 사회성이라는 재미있는 현지 칼럼이 연재됐을 정도다. 그만큼 한국의 전통 술인 ‘소주’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가진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모양이다. 소주 한 잔으로 삶을 위로하는 법을 아는 한국인의 정서에 대해 현지인들은 ‘행복을 마시는 민족’이라고 칭할 정도다.

하와이의 대표적인 로컬 편의점인 ‘ABC STORE’에서도 ‘소주’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현지의 몇몇 주류 전문 매체에서는 ‘한국의 소주 문화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보도, 미국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소주의 특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들의 시각 속에 비치는 ‘소주’는 단순한 알코올 이상의 것으로 한국인들이 인간관계를 맺고, 또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됐다. 즉, 한국 사회 내에서의 소주는 매우 전통적인 주류이며 충분한 사회성을 가진 ‘마실 거리’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들은 소주를 마실 때 한국인들이 금기시 여기는 ‘자작’ 금지 현상도 주목했다. 한국인들은 소주를 가까이할 때 항상 가장 나이가 많은 연장자로부터 적정량을 받아 마시도록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일종의 알코올 관례에 따라, 소주잔은 항상 양손으로 받아야 하며 술을 따라주는 연장자와는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단번에 ‘원샷’하는 것이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주’가 가진 가장 한국적인 사회 모습은 미국 현지에서 운영 중인 한식당과 레스토랑 등에서도 쉽게 목격될 수 있다는 점도 그들에게는 ‘술’을 통해 한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 셈이다. 또, 소주의 묘미는 끝 맛의 달달함에 있는데, 한국의 매운 김치와 간장에 잘 버무려 구워낸 한국식 BBQ(갈비)와 찰떡의 궁합을 이룬다는 것이 미국인들의 시각이다. 뿐만 아니라, 연중행사처럼 열리는 파티 행사를 포함해 평소 일반식과 함께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한국의 ‘반주’ 문화에서도 한국인들의 소주 사랑은 예사로이 볼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도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한국식 소주 문화의 한 면이다.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 지인과 같은 가까운 이들과 정답게 마시는 술인 소주는 한국인들에게 곧 인간관계 형성의 필수 요소라는 것이다.

이즈음 되니, 녹색의 오묘한 유리병에 든 ‘소주’와 두 손에 공손하게 들어 마시는 작은 소주 한 잔 속에는 가히 한국인들의 인생이 농축돼 담겨있다는 미국인들의 시각을 통해 ‘소주’가 가진 긍정적인 역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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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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