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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피하고 싶은 와인’의 이유, 상품성 떨어뜨리는 노화의 주범

‘태양을 피하고 싶은 와인’의 이유, 상품성 떨어뜨리는 노화의 주범

임지연 2021년 3월 9일

피부 노화의 주범, 햇빛. 그러나 한낮의 뜨거운 태양은 비단 사람의 피부만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쨍쨍한 햇볕에 노출된 와인은 그 성숙 단계에서 성숙 이전에 맛과 향을 쉽게 잃게 하고, 상품화 가능성을 낮출 정도로 햇볕에 노출된 와인은 그 품질면에서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그간 속설로만 알려졌던 햇빛 노출과 와인 품질의 상관성은 과연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와인은 기원전 수천 년 전부터 기가 막힌 향과 맛으로 정신적인 즐거움의 존재로 부각돼 왔다. 서아시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와인을 마시는 인간의 습관은 유럽으로 이어져가면서 그 절정을 이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리고 이제는 전 세계에서 단순히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대상을 넘어 투자의 기회로도 주목받아오고 있다. 예술을 경지를 넘어, 일종의 재테크의 대상으로 그 영역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것. 더욱이 실물 투자로의 와인에 대한 관심은 최근 온라인을 통한 손쉬운 투자 방법이 도입되면서 20~30대 젊은 세대의 와인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던 와인의 투자 가치가 최근 다시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과거 먹고 마시던 음용의 ‘와인’에서 이제는 하나의 투자 대상이자 부를 불리는 도구로 전 세계인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일부 와인 전문 투자가들은 전통적인 투자처인 금이나 다이아몬드 대신 와인의 기대수익률이 지대하게 높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와인을 투자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이 있다. 와인 투자는 와인이 충분히 익지 않은 초기에 투자가 이뤄지며, 와인의 경우 수십 년 후 그 가치가 어떻게 변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와인은 그 속성상 제조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일조량 등의 외부 환경과 조건이 이후 와인 가격을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유명한 와인을 저렴할 때 사서 창고에 묵힌 후 시간이 지나면 비싸게 판다’는 단순한 공식만으론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외부 환경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햇빛’의 노출 정도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여전히 와인은 매력적인 투자의 한 분야로 꼽힌다. 하지만 와인은 ‘보관’이라는 큰 걸림돌이 있다. 보관을 잘할 경우 와인의 가치가 수십 배를 뛰어넘을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수익은 그야말로 ‘제로’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와인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와인의 성숙을 유지하는 것은 소유자의 보관 환경을 얼마나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 외부 환경 유지 성공 여부에 따라 와인의 가치가 절정에 이를 수도 있고, 그 반대로 가치를 잃을 정도로 보관은 매우 중요한 일로 꼽힌다.

여기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햇빛’에 대한 노출 정도다. 와인의 산화를 촉진하는 가장 주요한 적이 바로 햇빛을 포함한 강력한 광선과 높은 온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가의 와인을 진열하듯 온도가 높은 실내에 보관하면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와인병의 색에 따라 같은 햇빛이라도 그 투과율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가장 안전한 색상은 갈색의 병이다. 보관용 와인병의 색이 대부분 진한 갈색으로 제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어 녹색의 와인병,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햇빛 노출이 취약한 병이 바로 투명한 색상의 와인병이다.

하지만 심미적인 요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와인 시장의 특성상 외적인 아름다움의 영역을 포기할 수 없는 다수의 와인 마케터들은 여전히 와인을 영롱한 투병 색상의 와인병에 담아서 제조, 유통하고 싶은 충동을 외면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맑은 빛의 투병 유리병에 담긴 붉은색 와인은 누구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햇빛에 유독 취약한 투병 와인병 상품들이 시중에 여전히 인기리에 유통되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맛과 향을 좋게 할 최적의 와인 보관 방법은 무엇일까.

빛은 모든 와인을 망가뜨리는 주요 원인으로서 어두운 곳이나 직사광선이 비치는 곳을 피해야 하며 형광등 빛조차도 와인을 변질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빛과 더불어 적절한 온도 역시 중요한 요인인데, 와인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온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혼재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지만, 가장 알맞은 온도는 역시 섭씨 15~17도로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정설처럼 전해진다. 또, 진동이 없고 너무 습하지 않은 곳에 보관해야 하는 것도 오랫동안 질 좋은 향과 맛을 풍미하며 즐길 수 있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빛이 들지 않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했다 하더라도 와인병을 세워서 보관하면 와인의 맛을 잃게 된다. 그러니 반드시 한 번 맛을 본 와인은 비스듬히 눕혀 보관하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와인을 장시간 보관할 때는 눕혀서 보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와인 마개인 코르크 특성에 기인한다. 코르크의 미세한 틈새로 공기가 투입되면 와인이 산화되기 쉽기 때문에 항상 코르크 마개를 젖어 있도록 하기 때문인 것.

이런 이유 탓에 와인 셀러가 없는 일반 가정에서는 와인을 햇빛 비치는 베란다나 진열장에 그대로 넣어두거나, 냉장고 속에 넣어 두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자외선은 와인의 피할 수 없는 ‘적’인데, 햇빛은 피부 노화의 주범이듯, 와인을 늙게 만드는 가장 큰 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와인 매장에서 보기 좋게 창가에 진열된 와인 상품은 구매를 피할 것을 추천한다. 이미 노화가 한창 진행된 제품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와인을 그늘로 옮기거나 천이나 종이로 빛을 가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데, 이 덕분에 와인 전용 햇빛 가리개 또는 가림막 상품들이 시중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단, 여기에서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자연광이 아닌 실내의 인공조명의 경우 와인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와인 스펙테이터의 유명 칼럼니스트, 맷 크레이머가 직접 실험한 와인과 햇빛의 노출 관계에 대한 연구에서, 그는 100와트 형광등을 사용해 와인의 노화 정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인공조명의 노출 정도는 와인의 산화와 노화 등의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인공조명이 강한 실내에서 와인의 노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다소 안심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한 셈이다.

맛도 좋고 향도 좋은 와인, 특유의 그 향을 가장 긴 시간 즐기기 위해 햇빛을 최대한 피하고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정보를 활용해보자. 와인이 인간과 함께한 역사는 생각보다 길고, 와인이 우리에게 주는 인생의 즐거움은 그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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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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