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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산 카베르네 소비뇽도 숙성시키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캘리포니아 산 카베르네 소비뇽도 숙성시키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Decanter Column 2016년 8월 26일

캘리포니아 산 카베르네 소비뇽도 오래 숙성시키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언뜻 보면 이미 답이 나온 논쟁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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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릿지 빈야드, 캘리포니아 / 사진 제공: 하이디 니젠/릿지 빈야드

그 유명한 1976년 파리의 심판이 30년 뒤 다시 재연되었을 때 캘리포니아 와인이 1위부터 5위까지를 휩쓸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 것은 리지 빈야드의 1971 몬테 벨로 카베르네 소비뇽이었다. 보르도의 경쟁자들을 누르고 완벽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래 숙성된 캘리포니아 와인은 매우 저렴한 값에 판매되었지만 이제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가격을 부르며 북미 지역 대부분의 고급 레스토랑과 와인바의 와인 리스트를 장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파 밸리의 프레스 레스토랑은 1950년대까지 두루 섭렵하는 다양한 와인들로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한 마디로 지금은 오래 숙성시킨 캘리포니아 카베르네 소비뇽이 대세다.

그런데 지난주 나파 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 두 가지를 맛보면서 캘리포니아 와인의 숙성 잠재력이라는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나는 하이츠 셀러의 1975 마사스 빈야드였고, 다른 하나는 샤토 몬텔라나의 1975 노스 코스트였다. 두 와인 모두 아직 생기가 넘쳤다. 진한 루비-검정색이 돌았고 가장자리만 아주 살짝 갈색 빛을 띠었으며, 산화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두 와인 모두 숙성이 아주 잘 진행 중이었다. 나파 밸리의 최고 빈티지 중 하나라는 와인의 품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두 와인이 완전히 달랐다. 하이츠는 심오한 복합성과 힘, 균형이 잘 녹아들어 있는 기념비적인 와인이었다. 블랙 체리와 시가 재, 마사스 빈야드만의 숨길 수 없는 민트의 풍부한 아로마가 디캔터에 담긴 채 몇 시간씩 이어졌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몬텔라나는 기술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딱히 기억할 만한 것은 못 되었다. 단순하고 평면적이었으며, 이 포도원 최고의 와인들이 갖는 복합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와인들이 비교적 저렴했을 때에는 “얼굴을 내비치는 것만 해도 80% 성공이다”이라는 우디 앨런의 말처럼 가격 대비 나쁘지 않았다. 긴 수명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나름대로의 업적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훨씬 더 높은 가격을 호가하고 명성도 높아졌으니 더 높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이제는 조금 덜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더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프레스의 와인 리스트만 보아도 1975 몬텔라나 카베르네 소비뇽은 425달러나 하기 때문이다.

하이츠와 몬텔라나 사이의 큰 차이는 숙성한 캘리포니아 와인이 무시무시한 지뢰밭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캘리포니아 와인의 스타일과 양조 및 보관 방식은 매년 크게 달라져왔다. 게다가 198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의 포도밭을 휩쓸었던 필록세라 때문에 포도 재배는 거의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새로운 복제 품종과 뿌리줄기들이 등장했다.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많은 와인메이커들이 수확 시기를 점점 더 늦추기 시작했다. 포도가 완전히 익기를 기다린 것인데, 때로는 아주 극단적이기까지 했다. 이처럼 너무나도 많은 조건들이 매번 달라지는 바람에 어떤 와인에 어떤 기대를 해야 하는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올해 초 열렸던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50주년 기념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 버티컬 테이스팅은 나파 지역이 개척 시대 이후 전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예를 들어 1966 몬다비 언파인드 카베르네 소비뇽은 5일 동안만 포도 껍질에 접촉시킨 채 담가둔 반면, 1998 리저브는 그 기간이 37일이나 된다. 그리고 70년대와 80년대에 나파 밸리 포도는 지지대 없이 마구 헝클어진 채로 자라게 두어 마구 뻗어나간 덩굴과 잎에 열매에 그늘이 생겼지만 1990년대 중반에는 보르도를 본떠 낮게 가지치기한 격자구조물 시스템을 새로이 도입했다. 이것만 보아도 극적인 차이가 나타날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비전문가가 보기에 가장 뚜렷한 변화는 포도 열매의 숙성 정도의 새로운 오크통의 쓰임일 것이다. 몬다비에서는 1981년 즈음부터 많이 그을린 오크통을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80년대와 90년대 빈티지 일부가 간 커피 원두와 바닐라 같은 오크의 특징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성숙도의 경우에는 와인메이커 주네비에브 얀슨이 말한 것처럼 리저브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10년마다 1도씩” 올라간다. 60년대와 70년대 빈티지의 경우 13퍼센트 이상인 것이 거의 없는 반면, 2000년 이후로는 15퍼센트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곧 빠른 발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품질도 급속도로 좋아진다. 하지만 반대로 성공이 오래 이어지지 않고 짧게 끝날 수 있으며, 한 번의 히트 이후 침체기가 오는 일도 잦아진다. 확실한 건 하나의 빈티지를 마셔 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빈티지를 예상하기가 아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래된 캘리포니아 카베르네 소비뇽을 고를 때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생산자를 보고 사는 것이다. 일관성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는 소수의 캘리포니아 와인메이커들이 있는데 그들의 와인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필립 토니는 이렇게 말한다.“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고 고객들도 좋아하는 방법을 찾았다면 거기에 변화를 주는 것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토니 말고도 릿지 빈야드, 하이츠 셀러, 포먼 빈야드, 도미너스 에스테이트, 다이아몬드 크리크, 코리슨 와이너리, 던 빈야드 같은 곳들이 검증된 와인과 안정적인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우연이 아니라 노력을 통해 성공을 거둔 생산자들이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와인들을 과감히 시도해보고 싶다면 주목해야 할 빈티지가 바로 1970년대다. 훌륭한 빈티지와 단순하고 거칠지만 유능한 양조 방식이 만나 힘과 개성이 넘치는 오랜 수명의 와인들을 만들어냈다. 지난주에 마신 1975 마사스 빈야드를 비롯해 일부 와인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보다 조금이라도 못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게 느껴진다는 사실 자체가 1970년대 빈티지 와인 이후 캘리포니아 카베르네 소비뇽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시도해보면 좋을 잘 숙성된 카베르네 소비뇽 5종

하이츠 셀러, 마사스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나파 밸리 1981

과소평가된 이 마사스 빈야드 빈티지는 디캔터에서부터 와인잔에서도 블랙 체리, 민트 초콜릿, 시가 재의 강렬한 향을 뿜어내는 진정한 고전이다. 풍부하고, 강렬하고, 신선하며, 잘 정제된 태닌과 높은 산도로 이루어진 핵심을 간직하고 있다. 제값을 한다. 100점 만점 중 95점.
마시면 좋은 시기: 2016-2030
알코올 도수: 13.5%

릿지 빈야드, 몬테 벨로, 산타 크루즈 마운틴스 1992

1992 몬테 벨로는 생생하고 신선하며, 가시가 많은 블랙베리와 야생 자두에 미묘한 삼나무와 가죽이 더해져 강렬한 아로마를 풍긴다. 입안에서도 똑같이 생기가 넘친다. 핵심은 단단하고 길고도 끈질긴 여운이 남는다. 감미로운 1991 빈티지보다는 조금 더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매우 강렬한 몬테 벨로다. 94점.
마시면 좋은 시기: 2016-2030
알코올 도수: 13.5%

필립 토니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스프링 마운틴 디스트릭트 2005

필립 토니의 2005 빈티지는 최근 빈티지 중에서도 조금 더 접근성이 높은 와인으로, 진한 카시스, 레드 베리, 월계수, 삼나무, 흙 아로마와 함께 입안에서는 더욱 탄력 있고 강렬하며 우아하고 세련된 맛을 낸다. 훌륭한 고전적 스타일의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94점.
마시면 좋은 시기: 2016-2035
알코올 도수: 13.9%

던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하웰 마운틴 1991

1991 빈티지는 놀라운 구조와 함께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능력으로 매우 잘 알려진 던의 하웰 마운틴 퀴베를 더욱 고전적인 스타일로 재연한 것이다. 블랙커런트, 흑연, 하웰 마운틴의 약초 향이 신선하고 짭짤한 맛과 함께 태닌과 산도를 고루 갖춘 강력한 와인을 선보인다. 디캔팅할 것을 추천한다. 94점.
마시면 좋은 시기: 2016-2035
알코올 도수: 13.0%

도미너스 에스테이트, 나파누크 빈야드, 나파 밸리 1992

1992 도미너스는 잔에서부터 민트 향이 곁들여진 블랙 체리와 양질토, 숲 아로마를 뿜어내며 입안에서는 강한 과일과 유연하면서도 광활한 질감을 고루 갖춘 훌륭한 와인이다. 더 시원한 빈티지 와인은 아로마의 복합성과 함께 나파 밸리의 특성을 잃지 않고 오랫동안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맛있는 와인이다. 93점.
마시면 좋은 시기: 2016-2025
알코올 도수: 13.5%

CREDIT

        • 작성자

          William Kelley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6.08.08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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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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