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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라멘을 찾아서

틈만 나면 맛집을 검색하는 열혈 맛집 검색러로 성장하기까지 나는 많은 맛집을 돌아다녔다. 20대 초반부터 나는 맛집 검색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시간은 없지만, 돈은 있는 직장인이라 비싼 음식도 먹으러 다니지만, 당시에는 아르바이트비로 저렴한 맛집을 찾아다니는 궁핍한 대학생이었다. 그랬기에 만원이 넘는 음식은 가격만 비싸고 맛도 없을 거라는 합리화를 하며(지금은 가격이 비싸도 맛이 좋은 음식들을 많이 알고 있다) 피해왔다. 그래서 나는 만 원 이하의 맛있는 음식들을 즐겨 먹기 시작했다.

그 당시 찾은 맛집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을 말해보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하카타분코’를 이야기할 테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맛이. 이건 혁명이야!’ 처음 그곳에서 라멘을 먹어보았을 때 그 충격은 지금도 생생히 묘사할 수 있다. 가느다란 면발과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 조금은 짭짤하지만. 젓가락질을 놓는 것은 라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맛. 평소 사골국물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 맞는 면 요리였다. 그 이후로 나의 맛집 검색 목록에 라멘은 단골 메뉴가 되었다.

사진 1) 홍대 부탄츄

사진 1) 홍대 부탄츄

그 이후 두 번째로 나에게 라멘의 맛을 일깨워준 집은 ‘하카타분코’와 함께 홍대에 위치하는 ‘부탄츄’ 다. ‘부탄츄’는 홍대에 자주 놀러 다니는 친구가 추천해준 곳이었다. 당시 친구는 꼭 가보라면서 재차 그 맛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내서라도 홍대를 한번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얼마 후에 ‘부탄츄’를 찾았다. 그곳에서 돈코츠 라멘을 주문했는데 꼬불꼬불한 면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그리고 그 꼬불꼬불한 면에 라멘 국물이 제대로 스며들어 식감은 물론 국물 맛까지 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얇고 길게 얹어진 김, 보드라운 차슈, 모든 것이 완벽했다. ‘부탄츄’의 역사를 살펴보니 일본에 라멘 본점 및 분점을 두었고 그 맛을 전파하기 위해 한국 홍대에 처음으로 프랜차이즈를 개설했다고 한다. ‘부탄츄’의 탄생을 접하고 나니 라멘이 본토의 맛이라고 생각되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먹을수록 그 라멘을 오래도록 먹기 위해 건강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부탄츄’의 돈코츠 라멘은 최고 중에 최고였다.   

‘하카타분코’와 ‘부탄츄’ 라멘을 맛본 이후 라멘에 대한 나의 입맛이 한층 고급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맛집으로 라멘을 접했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길거리 라멘집을 발견하면 맛이 있는지 없는지 검색부터 해보고 그러다 어쩌다 맛없는 라멘을 먹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다. 그러다 라멘에 대한 나의 입맛은 이미 고급스러워져 있다는 것을 느낀 계기가 있었다. 어느 날은 지인과 함께 모 백화점 지하에 있는 라멘집을 방문했다. 우리는 돈코츠 라멘이라는 같은 메뉴를 시켰다. 맛집 라멘이 아니라 살짝 우려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라멘이 등장하고 나는 경악했다. 딱 봐도 맹맹해 보이는 국물의 밀도와 어딘지 부족해 보이는 고명. 한 입 먹은 후에 역시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국물을 먹으며 지인은 정말 맛있다를 연발했지만 나는 뭐랄까 마치 물을 탄 맥주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그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일본 사람도 아닌데 이미 라멘의 깊은 맛을 정말 너무도 많이 알아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리고 이제는 맛집 라멘이 아니라면 절대 라멘을 먹을 수 없는 절대 입맛을 가진 고수가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어쨌든 입맛이 고급이라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로 했다.

사진2) 멘야산다이멘

사진2) 멘야산다이멘

이후 나에게는 몇 가지 라멘 철칙이 생겼다. 백화점에 있는 라멘집, 프랜차이즈 라멘집, 쇼핑상가에 있는 라멘집은 전적으로 피하며 라멘을 먹고 싶은 경우 숨은 맛집을 꼭 찾아가기로 말이다. 그 이후로 나는 자칭 라멘 마니아로 변신해 신촌 부탄츄와 논현동 멘야산다이멘, 가로수길 사가라멘 등으로 라멘을 맛보러 다녔다. 신촌 부탄츄는 밥을 리필해 준다는 장점에 홀라당 넘어가 더욱 맛있게 느껴졌고 논현동 멘야산다이멘은 뭔가 라멘을 사람으로 표현하자면 보드랍지만 속은 강단 있는 외유내강 스타일의 여자 같았다. 가로수길 사가라멘은 라멘 특유의 콤콤한 향내가 입속에 맴돌아 망해가는 가로수길 상권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그 이유를 알게끔 했다.

그렇게 한국에서 라멘을 즐기다가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사정상 라멘을 맛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쇼핑 중 라멘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곳은 일본 상점 돈키호테 옆 골목에 있는 자그마한 라멘 집이었다. 이름도 잘 모르고 맛 집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지만 맛은 충분히 훌륭한 곳이었다. 하지만 라멘의 본고장 일본이니깐 반쯤 기대를 품고 먹었다. 한 젓가락 먹어보니 한국 라멘 맛집에서 먹어볼 수 있는 담백하고 깊은 맛이었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라멘 본국이라서인지 어디를 가도 이 정도 맛은 나는 걸까. 그렇다면 일본에서 유명한 맛집을 가게 된다면 어떤 맛이 날까. 궁금증이 생겼다. 먹으면서 다음에는 일본의 유명한 라멘집을 꼭 가보리라 다짐했다. 

사진3) 교대 스스루1

사진3) 교대 스스루1

사진4) 교대 스스루2

사진4) 교대 스스루2

라멘을 먹을수록 나는 라멘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아직 섭렵할 라멘집이 많이 남았다. 얼마 전에는 라멘에 관련된 이야기만 전문으로 올리는 라멘 블로거를 발견했다. 그중 교대역에 있는 스스루라는 라멘집을 갔다 왔는데 그곳에서는 가격이 비싸지 않아도 얼마든지 라멘이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외에도 가볼 만한 라멘집이 정말 많다. 상수의 라멘트럭과 수원 아주대 앞의 키와마루아지 그리고 아직 어디에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토마토 라멘도 먹어보고 싶다. 최근에는 바질라멘을 파는 곳도 생겼다던데 라멘도 가장 기본적인 맛에서 조금씩 진화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라멘에 대해 아주 뛰어난 지식을 가진 건 아니다. 하지만 라멘은 이제 국수만큼이나 먹는 사람에게 힘을 주는 면요리인 것은 분명하다. 생각할수록 기분 좋고 먹고 나면 또 먹고 싶은 사랑스러운 맛. 그리고 아직 라멘의 진정한 맛을 모른다면 꼭 라멘 맛집에 가서 먹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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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다루는 시인이자 프리랜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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