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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커피와 공항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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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커피와 공항의 상관관계

임지연 2018년 6월 6일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오랜 시간 머물게 되는 공간이 있다. 자발적이면서도 매우 강제적인 시간을 견뎌야 하는 이 공간은 다름 아닌 ‘공항’이다. 여행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그곳, 공항.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판매되는 ‘루왁 커피’

물론 직항이 연결된 지역을 목적으로 공항을 찾은 이라면 그나마 짧은 시간 거쳐 갈 수 있어 다행이지만, 직항이 연결되지 않은 ‘오지’ 여행을 즐기는 이른바 특이한 취향을 가진 ‘베테랑’여행자라면 계획에 없던 비행기 연착 시간을 즐기는 그들 나름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대도시보다는 숨어있는 소도시 여행을 더 아끼는 여행자라는 점에서 평소 계획한 여행지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차례의 비행기 환승을 견뎌야 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짧게는 서너 시간, 길게는 24시간 이상을 공항에서 보낸 경험이 적지 않다.

특히 직항이 대부분인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 일부 대도시 외에도 볼거리, 먹거리, 이야깃거리가 많은 3~4선 도시의 중국을 찾아갈 경우 공항에서의 하루 즈음은 필수적으로 각오해야 할 정도다. 그런 이유 탓일까. 3~4선 도시를 연결하는 1선 대도시의 공항에는 필자와 같은 특이한 취향을 가진 여행 경유 자를 위한 널찍한 공간의 커피숍을 갖춘 경우가 상당하다.

베이징 공항을 점령한 한국 커피숍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베이징 공항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식 커피숍 ‘만카페’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세를 가진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다. 한때 한식 전문 식당을 운영했다던 한국인 사장이 중국인이 가진 ‘씹을 거리’를 좋아하는 먹는 문화를 접목한 커피숍 창업이 현지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인데, 이제는 중국이 내로라하는 대표적인 공항에도 입점해 운영해오고 있다.

낭만을 상징하는 ‘만(漫)’이라는 간판을 달고 운영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지만, 한국인이 소유한 한국식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 커피숍이라는 점이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은은한 조명과 푹신한 소파 역시 한국의 여느 커피 전문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이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분위기를 베이징 공항에서 느껴볼 수 있는 셈이다.

커피는 물론 샌드위치와 각종 과일 샐러드, 한국식 빙수 등 먹거리가 제법 풍부하다. 때문에 만카페의 이 같은 커피 문화는 긴 시간 앉아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유자들에게 둘도 없이 좋은 선택안이 되어 준다. 특히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노트북을 켜고 영화를 보거나 잡담을 나누기에도 최적이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 ‘별다방’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꽤 푹신한 의자가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격대는 간단한 식사류는 30~40위안대. 커피는 20~30위안대. 과일 주스류는 30위안대에 판매된다.

베이징의 터줏대감 ‘t1, t2’ 공항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할 무렵에 생겨난 소우두 공항 t3. 중국이 자랑하는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대형 공항이다. 공항의 규모는 아시아 최대. 세계 2위의 이용자 수를 자랑한다. 지난 2016년 기준 이용객의 수가 9천만 명을 넘어섰는데, 먼 곳에서도 그 규모를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유리로 된 외관 탓에 중국 유력 언론들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지난 2008년 무렵, t3 공항에 대해 ‘역사적인 건축물’이라는 찬사를 연일 이어간 바 있다. 그런 탓에 베이징에서 살 적에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할 때면, 택시 기사는 필자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t3를 목적지로 할 만큼 대표적인 공항으로 꼽힌다.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경유 중인 여행자들의 모습

그러나 서우두 t3공항이 문을 열기 전, 그보다 앞서 중국의 대표적인 공항은 t2, t1 공항이었다. 한국의 김포 공항을 연상하면 가장 유사한 사례다. 지금이야 인천 공항이 한국을 대표하고 있지만, 한때는 김포 공항이 그 자리를 오랜 시간 유지해오고 있었던 것과 같다. 조금 낡았지만,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이 오갔던 긴 이야기가 있는 장소로써 의미가 있는 공항인 셈이다. 그중 t1은 국내선 전용, t2는 국제선 전용으로 활용된다.

필자가 좋아하는 공항 역시 t2, t1이다. 비교적 작고 누추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적고, 한산한 풍경이 마치 쇠락한 도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사람뿐 만 아니라, t2를 이착륙하는 항공사도 대부분 비교적 저렴한 저가 항공사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대한항공이 t2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항공사다.

더욱이 내 경우에는 가격이 저렴한 중국 저가 항공기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두 곳의 작고 허름한 공항에 대한 애정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곳에도 경유자들을 위한 널찍한 공간을 활용한 커피숍이 있다. ‘카페라쿠 커피(cafelaku Coffee, 城西银泰)’. 이 곳 역시 앞서 소개한 만카페처럼 여행자들의 빈속을 채워 줄 간단한 식사류와 과일 주스, 샐러드, 커피 등이 함께 판매된다. 특히 24시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항 내 입점한 공항 호텔 대신 이곳에서 긴 밤을 지새우려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자주 눈에 띈다.

루왁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라쿠 커피’

하룻밤에 약 1000위안을 호가하는 공항 호텔의 가격은 경유지로서의 서우두 공항을 찾은 주머니 가벼운 배낭 여행족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커피숍 곳곳에는 편안한 복장과 큰 배낭을 내려놓고 노트북이나 책을 보는 젊은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다.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하루 이상을 공항에서 지새워야 하는 경유자들에게는 긴 시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고 있다.

가격대는 커피류 20~30위안, 식사류 30~40위안, 샐러드, 과일 주스류는 30~40위안대에 각각 판매된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는 ‘루왁 커피’다.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든 루왁 커피는 1896년부터 시작됐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각 나라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각 나라 언어로 ‘루왁커피’라고 적힌 커피콩 선물세트와 머그잔 등도 함께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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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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