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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은 도시의 운치를 담은 지역 특산 ‘술’

중국 작은 도시의 운치를 담은 지역 특산 ‘술’

임지연 2020년 1월 9일

중국의 술은 ‘세다’. 중국 술에 대해 단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가장 적당한 표현은 ‘세다’는 것. 중국 어느 지역에서든 대형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대륙의 술은 평균 50도를 훌쩍 넘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평소 ‘술 좀 할 줄 안다’는 애주가라도 최소 40도, 평균 50도 이상의 중국 술 앞에서는 약해지기 쉬운 이유다. 더욱이 이렇게 높은 도수의 ‘술’ 종류가 수백여 가지에 달한다고 하면 괜스레 도전하고 싶은 용기가 생긴다. 광활한 대륙의 크기만큼 각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지역 특산 술’이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창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주류를 주 품목으로 하는 젊은 창업가도 눈에 띈다. 더욱이 후난성을 기반으로 한 유명 주류업체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작은 도시를 대표하는 지역 특산 술을 기업화하는 데 성공, 지역명을 술 명칭으로 그대로 유지한 채 전국의 애주가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숙성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노주’ 중에서도 후난성을 대표하는 ‘샤오양노주’. 한 병당 단돈 10위안 미만의 저렴한 가격대가 매력적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유독 먹거리 문화가 발달한 ‘후난성’에는 예로부터 유명한 맛있는 ‘명주’들이 즐비하다. 사시사철 기후가 온화하고 물과 산이 풍부한 덕분인데, 약 9천만 명의 인구가 밀집해 거주하는 후난성 일대에는 주변에 흐르는 크고 작은 줄기도 많은 탓에 오랜 세월 중국 남방 지역을 대표하는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 덕분에 오가는 여행객들이 즐길 수 있는 지역 특산 술 문화가 자연스럽게 발달한 셈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후난성의 작은 소도시 ‘샤오양(邵阳老酒)’의 ‘지역 술’에 모아지는 관심이 높아졌다. 이 술의 이름 역시 지역 명칭을 그대로 딴 ‘샤오양의 노주(邵阳老酒)’다.

중국에서 부르는 ‘노주(老酒)’란, 본래 섣달에 담가서 해를 묵혀 떠낸 술 일체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소흥주를 오랜 세월 저장하여 숙성시킨 것에만 ‘노주’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었다. 또, 중국 북방 지역 일부에서는 황주의 일종도 ‘노주’라는 명칭으로 불러왔다. 이렇게 지역마다 ‘노주’로 불리는 술의 의미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모두 중국에서 특급 술로 분류되는 명나라, 청나라 시기의 대표적인 유명 주의 하나로 통칭된다는 점은 같다.

이미 지역에서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지역 주민들이 즐겨 마셔 왔던 지역 ‘명주’를 공장에서 대규모로 제조, 중국 전역에 판매하는 성공을 이룬 셈이다.

중국 여느 지역 대형 마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샤오양노주’

평소 퇴근 후 ‘반주’를 즐기는 필자의 경우에는 출장지에서 만날 수 있는 색다른 지역 특산 술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출장 업무가 끝난 후 홀로 남은 호텔 방에서 지역 특산 술 한 잔이 주는 위로의 아늑함을 좋아하는 탓이다. 이때 만난 것이 바로 ‘샤오양노주’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지역 특산 술, ‘샤오양노주’는 그 도수가 무려 52도에 이른다. 평소 도수가 높기로 소문 난 중국 지역 특산 술 앞에서도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던 필자조차 ‘멈칫’하게 만드는 만만치 않은 술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호텔 편의점과 인근 대형 마트 주류 전문 상점의 진열대를 가득 채운 ‘샤오양노주’는 지역을 대표하는 술을 넘어, 이미 지난 1990년대 중국에서 최초로 실시됐던 식품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할 정도로 맛과 풍미를 인정받은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후난성을 가로지르는 대형 강줄기 ‘샹장’은 이곳의 먹거리 문화를 발달시키는데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오랜 세월 동안 가내 수공업 형식으로 집집마다 조금씩 담가 즐겨 먹었던 ‘샤오양노주’는 2000년대에 들어와 대형화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2003년 중국 500대 기업으로 꼽히는 ‘후난샹쟈오지우예유한공사(湖南湘窖酒业有限公司)’가 샤오양 주민들이 가진 독특한 술 제조 기업과 맛을 사들여 기업화한 셈이다. 이들은 이후 지난 2007년까지 무려 5억 위안의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장베이공단’으로 불리는 술 제조 공단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매년 생산되는 ‘샤오양노주’는 무려 5만 톤에 이른다.

이렇게 생산된 ‘샤오양’ 특산 술은 후난성을 넘어, 베이징, 상하이 등 전국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이미 이들 기업체에 대해 중국을 강국으로 이끄는 500대 기업 중 한 곳으로 선정, 후난성 경제를 이끄는 100대 기업으로 지정할 정도로 이들이 생산해내는 ‘지역 술’의 힘은 상상 이상이라는 평가다.

그렇다면, 그 맛은 어떠할까.
이들이 생산하는 ‘샤오양라우지우’에 대한 평가는 지난 1960년대 이래 줄곧 ‘맑고 투명하며, 그 향이 깊고 시원하다’는 일관된 평을 받아오고 있다. 이는 ‘바이지우(白酒)’의 일종인 ‘샤오양노주’의 제조 후 ‘숙성’의 과정을 거친 뒤 상품화되는데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

제조 후 최소 일 년 이상 숙성의 시간을 거친 뒤, 적당한 풍미를 담아내야만 비로소 ‘상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판매 중인 샤오양노주의 일부는 제조 후 10년 이상의 숙성 기간을 거친 것들도 상당하다.

그 숙성된 향미는 세월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독특하고 청아한 것으로, 숙성된 향과 풍미에 대해 이곳 사람들은 ‘세월의 향’이라 부르고는 한다. 특히 갓 제조된 술이 갖지 못한 ‘숙성’의 향은 제조 중 미처 걸러내지 못한 이물질의 맛을 제거하고 술맛을 더욱 순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숙성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술의 맛이 농후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뒷맛을 더욱 상쾌하게 만드는 셈이다.

끝이 없는 광활한 대륙 중국, 그 속에서도 맛의 고장으로 꼽히는 ‘후난성’의 대표 지역 술 ‘샤오양노주’는 중국 어느 곳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다. 가격은 6~10위안(약 1~2천 원) 미만의 저렴한 가격대에 맛볼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52도라는 높은 도수 앞에 덜컥 겁이 앞서기도 하지만, 여행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지역 특산 ‘노주’ 한 잔에 더욱 아늑한 여행지의 밤을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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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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