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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술 시장에서의 와인 생존법

요즘 주변을 보면 확실히 2차는 줄었다. 그리고 위스키와 맥주를 밤새도록 진탕 마시는 경향도 확연하게 줄었다. 사람들이 술을 덜 마시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신다. 그때문에 여러 사회경제적 비용도 지급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술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필자 역시 과거에는 무수히 많은 술자리에서 2차 3차를 전전한 기억이 있으나 최근에는 그런 일이 거의 없어졌다.

 

전 세계적으로도 와인 시장은 정체 상태다. OIV(International Organisation of Vine and Wine)에서 발간하는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 와인 소비량이 2억 3,900만 헥토리터에 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2008년 이후 2억 4,000만 헥토리터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다. 2014년과 2015년 사이 와인의 소비가 늘어난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 외의 유럽 국가에서는 지속적으로 와인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소비량은 정체되었으나 국제 무역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가 간 소비자들의 와인 취향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의 와인에 대한 취향 변화를 굳이 와인에만 국한해 보아야 할 것인지는 약간의 의구심이 든다. 오히려 필자의 생각으로는 소비자의 알코올 소비에 대한 인식 변화가 그 중심에 있다고 본다. 필자의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주류(酒類)는 남자가 마시는 음료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요새는 여성이 주류 소비를 주도하는 주체가 되었으며, 새로운 주류 소비자 덕에 주류 문화 전반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술의 소비 패턴은 저도주(低度酒), 과실주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저도주와 과실주를 비교한다면 저도주의 선호도가 더 강하다. 저도주 시장에서 주도권은 이미 맥주가 쥐고 있다. 이 분야는 경쟁이 매우 심하여 트렌디한 20~30대 여성 소비자를 잡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경주되고 있다. 또한, 집에서 혼술, 혼밥하는 추세가 진행되고 있고, 홈파티, 그리고 나만을 위한 스몰 럭셔리에 대한 수요가 지속한다는 점에서 와인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있으나 그 시장 내에서 와인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바로 국내 술 시장의 규모가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현상이다. 2016년 한국 수입 와인 시장은 물량 기준 3.5%가 줄어들었다. 2015년 물량이 꽤 늘어난 관점에서 시장이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와인이라는 품목 자체 또는 불경기를 원인으로 생각하기도 했으나 더욱 넓게 생각한 결과 전체 주류 시장의 변화가 그 기저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즉, 와인은 지금까지 다른 주종이 자신의 시장 규모를 유지하느라 노력을 기울인 것에 비해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2016년 한국 와인시장의 규모는 약 6,800억~7,000억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한국 주류시장 16.6조 규모에서 약 4.2%에 해당한다. 한국의 와인 시장이 전 세계 와인 시장 기준으로 0.13%밖에 속하지 않는데, 이를 한국 주류 시장의 규모에 대비한다면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술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관점에서 향후 와인 시장도 정체나 감소의 서리를 맞게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저도주 시장에서 와인이 살아남기 위한 방안은 한 곳의 수입사가 아닌 업계 전체의 노력으로 풀어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와인 시장은 어떠한 방향과 생각을 가져야 하는가? 첫째, 와인의 다양성 확보와 공동 마케팅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의 작은 수입사의 연합 시음회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와인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 다양성도 커질 수 있다. 수입사가 대사관 혹은 무역대표부, 외국 생산자 협회와 함께 진행하는 와인 시음 행사는 온 트레이드(On trade, 레스토랑, 호텔, 바 등의 시장)의 저변을 확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오프 트레이드(Off trade, 와인샵, 슈퍼마켓 등의 시장)을 넓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중에게 다가가려면 많은 자본이 필요하고 홍보에도 여러 법적인 규제가 따르는데, 더욱 창의적인 접근법을 취하려면 수입사 한 곳의 노력과 자본만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여러 수입사 간의 협업이 함께 경주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 어깨의 힘을 빼고 보다 대중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 필자가 만난 몇몇 와인 전문가 혹은 업계 관계자, 애호가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와인 지식을 특권의식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얼마 전에도 어떤 분이 필자에게 “지금까지 마셔본 가장 높은 알코올 도수의 와인이 몇도냐?”라고 묻기에 몇 도라 대답을 하였다. 그랬더니 실제 더 높은 와인은 어느 나라의 무엇이 있으며 심지어는 몇 도 까지 있다고 줄줄이 말했다. 왜 그런 질문을 내게 했을까 생각했는데, 나는 당신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지식의 깊이로 설명하려 했다는 느낌이 들어 그냥 아무 답변 안하고 웃음으로 답했다. 와인 애호가나 전문가의 마음 속에는 이런 생각이 언제나 존재한다고 본다. 남을 가르치려는 관점에서 와인 시장에 접근하면 맥주나 다른 저도주에게 속수무책으로 고객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내가 만난 와인 수입 담당자의 경우에도 종종 이런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은연중에 고객은 주눅 들게 되고 가격을 보고는 다시 한 번 부담을 느껴 접근을 멀리하게 된다. 한 번 떠난 고객의 취향을 돌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한 번 마음에 상처를 받은 고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셋째, 과도한 세일 비율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백화점 와인 판매점에 가면 자주 보이는 것이 85% 세일, 90% 세일이다. 90% 세일이라면 믿겠는가? 그 누구도 이것이 진실이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로 그 와인의 표기된 가격이 맞는가? 수입사가 제시하는 소비자 가격인데, 수입사 역시 소비자들에게 솔직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수입사를 생각하지 않고 와인의 브랜드만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 수입사는 정직한 비율로 와인 가격을 책정하고 합리적으로 비용을 책정하는데, 다른 수입사는 소비자가격을 비이성적으로 올려두고 수 십 % 할인한다고 써둔다고 가정해보자. 소비자는 와인 전체의 가격에 대해 신뢰를 하지 않게 된다. 수입사 나 하나의 수익을 위해서 와인 업계 전체의 신뢰도를 팔아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자신의 매출을 늘릴 수는 있으나(실제로 이러한 정책을 주로 쓰는 수입사 몇 곳의 매출은 많이 늘었다 한다.) 전체 시장을 죽이게 된다.

 

넷째, 통신판매나 주세 같은 당장 바뀔 수 없는 사항들에 너무 기대를 걸지 말았으면 한다. 통신판매가 와인 시장의 판세를 단번에 바꿔버릴 요술 방망이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와인 업계의 노력이 아닌 외적인 요인에서 통신판매가 허용될 확률이 더 높지, 와인 업계에서 아무리 소리를 낸다 한들 국세청이 한국산 와인을 전통주로 승인하여 허가할지는 모르나 수입 와인의 경우 다른 수입 주류와의 형평성, 나아가 주류 전체의 통신판매 이슈와 맞물려 매우 큰 관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여성가족부가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주류세의 경우에도 오히려 과실주의 주세율이 가장 낮으므로 섣불리 이야기했다가는 와인의 주세가 올라갈 확률이 높다. 일본의 경우에도 와인과 같은 과실주의 주류세가 낮은 데 대한 다른 주류 부문의 불만이 매우 크다고 알려져 있다.

 

와인 시장은 전체 규모가 2016년 기준 7,000억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인데, 2016년 스타벅스의 1년 매출이 1조였다. 과거 와인 업계 사람들의 이야기로 한국 와인 시장은 롯데 껌 매출에도 미치지 못하여 껌값도 되지 못한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은 스타벅스 하나만도 못한 시장 규모다. 실제로 시장에서 자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구가 그 규모를 뒷받침하거나, 소득이 늘어나거나, 와인에 대한 큰 붐이 일어나야 하는데 지금에서는 이러한 것은 꽤 어려운 부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의 1인당 평균 주류 소비가 몇 병이니 앞으로 일본 수준까지 늘어난다면, 그리고 소득수준이 늘어난다면 충분히 시장 성장 가능성이 늘어난다는 장밋빛 전망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희망으로 1년 시장 규모가 1조 원을 넘으면 자생력을 가지고 충분히 시장에서 선순환적인 구조가 일어날 수 있으리라 본다. 그 전까지는 수입사들 사이의 브랜드 쟁탈전, 내 수입사만 생존하겠다는 마음으로 과도한 세일 비율을 제시하여 오히려 와인 전체의 소비자가격에 대한 불신도를 높이는 일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수입시장 내에서 일어나는 브랜드 쟁탈을 한 회사의 상품 간 잠식 현상인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라 정의했다. 수입 와인 시장은 여러 이해관계자가 달려 있으나 규모가 작아 한 회사로 보아야 하며, 상호 협의와 양보가 필수라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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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휘웅

- 김준철 와인아카데미 마스터, 양조학 코스 수료 - 네이버 와인카페 운영(닉네임: 웅가) - 저서: 와인장보기(펜하우스), 와인러버스365(바롬웍스) - (현)공개SW협회 공개SW역량프라자 수석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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